특별수사반 BTS 完
EP 44. 사브라 (6)


"…윽."


전정국
"……."


김석진
"정국아!!!!!!!"


정호석
"야!!!!!!!!!"

총알이 발사된 총의 주인은 정국. 사브라는 피가 울컥 터져 나오는 어깨를 감싸쥐고 주저앉았다.


박지민
"전정국!!! 너 진짜 사람 죽일 작정이야?!!!!"

"그럼 저딴 개소리를 그냥 듣고만 있어?"

"말했지. 난 내 방식대로 체포한다고."

철컥–

정국은 다시 총을 장전하고 사브라를 겨눴다. 이번에는, 머리.

꽤 거리가 있는 곳에서 달려오는 통에 팀원들은 정국을 잡을 수 없었고, 정국이가 기어코 일을 내겠다 싶었을 때,

"멈춰."

태형의 낮은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태형이 나설 줄 몰랐던 팀원들은 놀란 눈으로 태형을 돌아봤고, 이는 정국도 마찬가지였는지 당기려던 방아쇠를 멈칫하고는 시선을 돌려 태형을 바라봤다.


전정국
"…형."


김태형
"됐어. 수갑이나 채우자."

청장, 아니 아버지가 죽는 걸 바로 눈앞에서 본 태형은 무섭도록 차분했다. 옆에 있던 지민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괜찮냐고 물어봤지만, 태형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은 채 사브라에게 다가갔다.

태형이 사브라에게 다가가는 동안 태형의 두 손이 덜덜 떨리는 걸 본 사람은 출입구 쪽에 있던 윤기 뿐이었다. 떨고 있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는 듯 태형은 두 주먹을 꽉 쥐었고, 청장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았다.

"큭… 하하하하하하하!"

사브라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태형을 보며 허리를 젖혀 웃음을 터트렸다. 몸의 반동으로 어깨에서 피가 솟구쳤지만 그는 개의치 않은 듯 했다.


김태형
"웃겨?"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태형이 주머니에 손을 꽂고 사브라를 내려다 봤다. 주위에 있던 호석과 남준이 말려야 하는 거 아니냐며 눈짓했지만, 석진에게 제지당했다.

"너, 마음에 든다. 나랑 같이 다니자."


김태형
"……."

"선물로 네가 싫어하는 걸 하나 없애줄게. 네가 싫어하는 건 뭐, 아아악!!!!"

사브라의 말을 가만히 듣던 태형은 더 이상 못 참겠는지 한쪽 발을 들어 사브라의 어깨를 짓밟았다. 뚜둑, 하는 소리가 났지만 발을 뗄 생각이 없어 보인다.


김태형
"선물은 이미 해 줬네. 내가 싫어하는 걸 없애줬어, 네가."

하나하나 내뱉는 목소리가 차가웠다. 태형의 발을 부여잡은 채 숨을 넘어가듯 쉬는 사브라를 보며 그제야 태형은 어깨를 밟고 있던 발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꺽꺽대는 사브라의 숨소리와 자신의 신발에 묻은 피가 더럽다며 바닥에 탁탁 터는 태형의 소리만이 공간에 울렸다. 태형은 뒷주머니에 두었던 수갑과 전기충격기를 꺼내 사브라의 뒤에 섰다.


김태형
"미란다 원칙 고지하겠습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 할 수 있고 당신의 발언이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 할 수 있으며…."

파지직–


김태형
"…감옥에서 나올 생각하지 마. 개새끼야."

태형은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것을 중간에 자르고 전기충격기로 사브라의 정신을 잃게 만들었다. 사브라의 팔을 뒤로 꺾어 수갑을 달칵 채우는 것으로 마무리하니, 팀원 모두가 태형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중에 태형과 가장 가까이에 있던 정국이 들고 있던 총을 바닥에 던지듯 떨어트리고는 태형에게 다가가 숨이 막히도록 태형을 끌어안았다.

뭐하는 거냐며 당황한 태형이 정국을 밀어냈지만, 곧이어 촉촉하게 잠긴 정국의 목소리에 밀어내는 것도 금방 포기하고 말았다.


전정국
"이 새끼 하나 잡는데… 희생이 너무 많았다. 그치, 형."


김태형
"……."

희생….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있었던 마약 사건의 피해자들, 그와 관련된 경찰들, 최근으로 보자면 여주, 여운, 태형의 아버지까지. 길고 길었던 연결고리가 드디어 끊기는 듯한 느낌이었다.


김태형
"…그러게. 희생이 너무 많았다."

태형의 말을 끝으로 팀원들 사이에서는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았다. 잠시, 피해자들을 위한 묵념이 각자의 마음속에서 이루어졌다.


기자들이 몰릴 것을 우려하여 특별수사반은 새벽에 검찰 쪽에 사브라를 넘겼다. 원래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특별수사반이라는 특혜 덕분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정국과 태형, 호석은 여주를 보기 위해 병원으로 바로 이동했고, 나머지 팀원들은 경찰서로 돌아와 자신의 자리에 풀썩 앉았다.


김남준
"…진짜 이렇게 끝이라고? 뭔가 좀 허무하네."


민윤기
"감옥까지 들어가는 걸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봐야 하는데, 검찰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없고. 하…."


박지민
"여주는… 괜찮을까."


김석진
"괜찮길… 빌어야지."

개운함 반, 찝찝함 반. 그들의 기분은 딱 그랬다.

사브라를 잡은 것은 좋았지만 이렇게 쉽게 잡힐 리 없다는 것에 찝찝했고, 그렇다고 혹시 다른 인물일까 했지만 당사자인 사브라를 직접 잡았다.

이제 걱정해야 할 건 다친 여주와 청장의 장례식. 지금은 괜찮아 보이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를 태형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했다.


박지민
"근데… 여주가 좋아하는 걸 없앤다는 건 뭘까."

지민의 말에 침묵이 자리 잡았다. 눈치 빠른 세 사람이 그것을 놓쳤을 리 없다. 사실 사브라를 잡았을 때부터 그것에 대해 고민하던 그들이었다.


김남준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사브라가 우리 손에 잡혔으니까 더는 손을 쓸 수 없다는 건데…."


김석진
"하지만 지금까지의 사브라를 생각해 보면 이렇게 쉽게 물러날 리가 없는데."


민윤기
"지금은 좀 쉬자. 오늘은 사브라도 잡았고, 여주도 다쳤고, 청장님도…. 그거까지 생각하면 머리가 너무 아파."

윤기의 말에 동의한다며 남준과 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잠깐 눈 좀 붙이겠다며 윤기가 눈을 감았고, 그 뒤로 남준, 지민이 차례대로 눈을 감았다.

고된 힘듦으로 몸이 다 상한 그들을 보다, 석진도 눈을 감았다. 왠지 오늘은… 편히 잘 수 없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