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단편 모음집(워너원)

사랑에 기한과 속도는 비례하지 않는다. #하성운 (2)

사랑에 기한과 속도는 비례하지 않는다.

#하성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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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운 image

하성운

"야, 이여주, 빨리와"

여주 image

여주

"응"

점심시간이 끝나고 하성운과 매점을 갈때였다.

늘 사람이 엄청나게 몰리는 시간인걸 알면서도 안가면 섭섭한 시간..

매점으로 들어서니 역시나 수많은 학생들로 매점안은 꽉차 있었고 그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나와 하성운은 누구보다 빠르게 그리고 남들과는 다르게 빠른손짓과 선택으로 순식간에 계산대로 물건을 옮겼다.

그러자 자연스레 하성운과 내꺼를 같이 계산하신 아주머니께서 가격을 말씀해 주시는데..

내것과 자신의것을 같이 계산하려는 건지 갑자기 만원권을 내미는 하성운.

그에 놀라 다급하게 나도 돈을 꺼내려는데 그런 내손을 완강히 막아세우곤 결국 자기돈으로 계산을 한 하성운은 내가 고른 간식들을 내 손에 쥐어주며 나를 앞장세워 나가자는듯 손짓했다.

그에 고맙단 인사를 할 틈도 없이 수많은 아이들을 비집고 나가는데..

처음 들어왔을때보다 배로 늘어난 학생수에 낑낑대며 앞으로 나갈때였다.

탁-

나의 발코가 딱딱한 무언가에 부딪히며 일 순간에 중심을 잃어 앞으로 금방이라도 넘어질것만 같이 온몸이 기우는데 그 순간 나의 눈 앞에 들어온 한 남자애..

이대로 넘어지면 그 남자의 품에 안길것만 같이 위태로웠다.

그때

나의 오른팔이 커다란 손에 붙잡히는 느낌과 동시에 순식간에 돌아가는 나의 몸.

그렇게 넘어지기 직전 돌아선 나의 몸은 강한 이끌림에 중심을 되찾는데..

폭-

그와동시에 온몸에 느껴지는 포근함.

마치 교통사고가 날때 일순간에 터져 내 몸을 감싸주는 에어백처럼 느껴지는 안정감에 혼미했던 정신을 차리고 나면 내 눈 앞에 보이는 하성운의 목젖에 놀라 한발짝 물러서며 눈을 동그랗게 떠보였다.

그러는 날 향해 괜찮냐는 물음 한마디 없이 나의 손목을 붙잡고, 이전에 나를 앞장세우던 때와 달리 이번엔 먼저 앞장서 나를 끌고 나가는 하성운이였다.

그렇게 질질 끌려나오고 나니 어느새 눈앞에 펼쳐진 사람하나 없는 넓은 복도에 한숨을 돌리는데..

그제서야 나를 향해 입을여는 하성운.

하성운 image

하성운

"다음 부터는 나 혼자 들어갔다 올게"

갑자기 왜 이러는건지..

아무렇지 않은듯 평소 잘 하지도 않던 짓을 하는 하성운이 이상한건지.

아무렇지 않게 못받아들이는 내가 이상한건지 도통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어젯밤 풀리지 않았던 문제가 갑자기 다음날 아침이 되서야 술술 풀리는것처럼..

나는 다음날 아침이 되서야 답을 얻을수가 있었다.   

여주 image

여주

"나 왜이래 진짜.."

내가 이상한것이 정답이였다.

울상을 지으며 양손으로 붙들고 있는 나의 긴 머리카락 끝은 하성운의 머리색과 아주 똑같은 갈색으로 어제보다 조금더 길게 물들어 있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어제 하교길에 염색약이라도 사왔어야 하는건데.

어제와 같이 식가위를 집어든 나는 잠시 고민이란걸 해보았다.

만약 내가 이 머리를 하고 그대로 하성운을 만난다면 하성운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고민을 하면서도 이미 갈색으로 물든 나의 머리 끝자락을 자르고 있는 나의 손이 대언해주었다.

분명 이상하게 생각할거라고..

무려 8년지기 친구가 문득 자기를 좋아한단걸 깨달았을때 더이상 친구사이로 지내기엔 갈색으로 물든 내머리카락이 방해해 불가능 할것이며 또한 하성운의 머리를 무려 8년동안 지켜봐 왔기에 잘알고있다.

그는 단 한번도 내게 호감 따위의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는걸..

8년 내내 한번도 바뀌지 않은 그의 머리색과, 미용실도 혼자가기 싫어서 날 질질 끌고가던 하성운때문에 그가 염색을 하더라도, 머리를 자르더라도 지금까지 내가 다 지켜봤으니

그래서 더 현재 물들어있는 내 머리카락을 당장이라도 잘라서 없애야만 했다.

나 혼자 비참해 지는거 딱 질색이거든..

어제 조금만 잘랐는데도 알아보던 하성운때문에 신경이 쓰인 나는 결국 티나지 않게 올려 묶고는 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그러나 갑자기 머리를 묶은 내겐 별관심이 없는듯 오늘도 어김없이 평소와 같이 행동하는 하성운.

그런 하성운의 머리는 오늘도 어제도 작년에도 늘..

짙은 검은색인 내머리와 다른 '갈색'이였다.

"야 나 지우개좀"

수업을 듣는 도중 필기실수를 했는지 손을 내밀며 지우개를 달라는 하성운.

눈은 책에 고정한채 지우개를 달라고 손만내민 하성운을 본 나는 평소 볼펜만 쓰는지라 지우개를 갖고다니지 않지만 혹시나 찾아보면 있을까 싶어 필통안을 뒤져보았다.

그러나 역시나 지우개 가루조차 없는 내 필통.

나는 손을 절레절레 저으며 바로 옆자리인 하성운에게만 들릴 정도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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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없어"

그렇게 말하곤 나도 다시 필기에 집중하려는데..

내가 한말을 못들은건지 여전히 눈은 책에 고정한채 내민 손을 흔들며 빨리 달란듯 재촉을 하는 그의 모습에 나는 다시한번..

여주 image

여주

"없다니까"

그의 손을 톡- 건들이며 말을했다.

그 순간..

덥썩-

나의 손을 붙잡는 하성운.

사랑에 기한과 속도는 비례하지 않는다.

자까 image

자까

"성운이가..손을.."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