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단편 모음집(워너원)

사랑에 기한과 속도는 비례하지 않는다. #하성운 (3)

사랑에 기한과 속도는 비례하지 않는다.

#하성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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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썩-

나의 손을 붙잡는 하성운.

그에 깜짝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성운을 쳐다볼때면 나보다 더 놀라서는 자기가 붙잡은 내손과 나를 번가라보다 다급하게 내손을 놓는 하성운.

그렇게 내손을 놓고는 적잖게 당황했는지 머리를 긁적이던 하성운은 다른애들에게 들릴새라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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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운

"지우개 달라니깐"

하성운의 말에 순간 웃음이 터져버렸다.

푸흐-

말보다 먼저 튀어나온 웃음소리에 꾸여꾸여 웃음을 참아가며 다시금 하성운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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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없다고"

말을 해주자 그제야 제대로 들은건지 벙찐표정으로 입을 벌리다 이내 자기가 생각해도 자기행동이 웃긴건지 피식- 웃어보이는 하성운이였다.

그순간 왜 그모습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겠는건지 괜히 얼굴이 달아오르는게 느껴진 난 급하게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때였다.

갑자기 잘만 내 머리카락을 모아주고있던 머리끈이 탁- 소리를 내며 끊어져버린게..

머리끈이 끊어지며 순식간에 나의 긴 머리카락이 나의 어깨아래로 흘러내렸다.

그순간 확연하게 느껴지는 어제와 달리 짧아진 길이감에 놀란 나는 다급하게 머리칼을 한대모아 올리며 하성운을 쳐다보는데..

다행이게도 못알아챈 눈치로 나를 바라보는 하성운이였고 그에 안심을 한 나는 혹시모를 상황을 대비해 챙겨온 또다른 머리끈을 꺼내 머리를 도로 묶어버렸다.

그렇게 모든게 잘 넘어갔다.

그런데..

문제는 또 그 다음날이였다.

무엇 때문인지

오늘따라 유난히 더 많이 물들어버린 머리카락은 더이상 잘랐다간 묶어도 티가 날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나는 어제 하교길에 구매한 검은색 염색약을 뜯었고 평소 아침일찍 날 데릴러 오는 하성운에게 문자도 보내놨다.

-오늘 우리집 오지말고 먼저가

그렇게 문자도 보내놓고 본격적으로 염색을 하는데..

아무래도 염색은 처음인지라 어색하기도 하고 서툴어서 고생은 했지만 결과물은 나름 깔끔했기에 평소 내 머리처럼 끝자락까지 짙은 검은색이 된 머리를 보며 이젠 걱정할 필요 없겠다 생각하며 교복도 차려입고 학교로 향했다.

그렇게 학교에 들어서 반으로 향하는길 처음으로 혼자 들어와 혼자 반으로 향하는 복도를 걸어갔다.

그렇게 반앞에 홀로 서서는 늘 하성운이 먼저 열고 들어가던 문고리를 붙잡는데..

드르륵-

내가 문을 열기도 전에 열려버리는 문.

갑작스런 상황에 놀라 앞을 올려다보면 보이는..

하성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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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너.."

얼굴은 분명히 하성운이였는데 머리는 평소 하성운의 갈색이 아닌 짙은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에 놀라서는 하성운의 머리카락을 가리키며 이의대한 해석을 요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니 하성운은 그제야 자기 머릿결을 대충 만지며 입을 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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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운

"매번 염색하기 귀찮아서"

그 말을 끝으로 내 머리카락을 쭉- 내려다보던 하성운은 나의 팔부근 와이셔츠를 손으로 툭툭- 털어주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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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운

"그러니깐 너도 이제 그만 자르고, 염색도 하지마"

하성운의 말을 듣던 나는 하성운이 털어준 팔부근을 내려다 보았다.

그러자 보이는 언제 묻은건지.. 짙은검은색의 염색약이 하얀 와이셔츠에 더 도드라지게 보여졌다.

지금 내가 딱 그렇다.

자꾸 숨기려고, 찢겨지기 싫어 원래의 하얀 도화지를 유지하려고 했던 나의 행동이 사실은 본래 내 하얀 도화지에 한 검은점이 되어버려 더욱더 도드라지게 된것이였다.

그걸 하성운이 알아버리고 나의 모든게 들통나는 순간..

굉장히 어색해질까봐, 그게 너무싫어서 죽어도 들키기 싫었는데..

그런 나의 들키기 싫었던 변화를 하성운이 먼저 내게 보여줬다.

너 혼자가 아닌 우리라는걸 알려준 것이다.

그순간 조금도 부끄럽거나 창피하지 않았고 그냥 마냥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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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알겠어"

밝게 웃으며 답을하는 나를 내려보다 이내 부끄러운건지 자기 머리칼을 베베 꼬며 뒤돌아서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는 하성운.

그런 하성운을 지켜보던 나는 베시시- 웃어보이며 졸졸 쫒아가 옆에 앉으며 가방을 내려놓을 생각도 없이 질문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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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언제부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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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매번 아침마다 염색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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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난 머리 색 변한거 어떻게 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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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왜 말안했어 그동안"

폭탄같이 우수수 떨어지는 내 질문에도 당황해 하지 않고 여전히 메고있던 나의 가방을 벗겨주며 차근차근 답해주는 하성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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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운

"열일곱살 때 부터, 한달에 한두번씩, 넌.. 머리 자르는 법부터 배워야겠더라. 듬성듬성 남아있던데.. 그리고 말안한 이유는"

"그땐 짝사랑 이였잖아."

하성운의 말을 듣는 순간 나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처음 물들은 머리카락을 보며 하성운을 좋아한단 사실을 깨닫는 순간

하성운의 머리를 보고 내가 짝사랑을 하는중이란걸 인지하면서 절대적으로 숨기고만 싶어했던 내 지난 심정들이 하성운의 그 말 한마디를 완전히 이해할수있게 해주었다.

그제야 하성운의 입에서도 편하게 흘러나오는 웃음.

그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뭐가 그렇게 좋은건지 여전히 웃는 얼굴로 괜히 하성운의 검은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입을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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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검은색도 잘 어울리네"

.

.

.

우리는 그 뒤로 서로 감출것 없이 염색도 하지 않고 더이상 머리를 자르지도 않고 서로의 진심을 보여주었다.

서로의 머리카락에 물든 각자의 머리색을 보며 점점더 머리카락에 물드는 '색'보다 '마음'이 더욱더 빠른속도로 서로에게 물들어갔다.

서로를 보면 좋아서 웃고 서로 보지못하는 날에는 아쉬워서 연락하는 흔한 연인사이처럼..

'8년지기 친구'라는 타이틀이 무섭게 깨져버린 우리는 소리소문없이 지나간'썸'을 통해 절대 하지 못할것만 같았던 '풋풋한 연애'란걸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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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성운아, 넌 사랑해랑 좋아해 중에 뭐가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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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운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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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왜?"

"좋아하지 않으면 사랑할수 없잖아"

그 말을 끝으로 내 입술위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는 성운이.

그순간 순식간에 위에서 아래로 우리의 머리색이 변해갔다.

원래의 성운이의 머리색인 갈색으로.

서로 진하게 맞물렸던 입술을 떼어내며 똑같은 색으로 물들어버린 서로의 머리를 바라본 우리는 이내 눈을 맞추며 동시에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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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운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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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멋지다"

다른말을 해도 한입으로 말한것만 같은 이유는 '너'랑 '나'가 아닌 '우리'라서 그런걸 너무나도 잘 안다.

우리가 서로에게 물든 기한과 속도는 전혀 비례하지 않았다.

너가 나를 더 오래 좋아했어도 내가 너에게 물드는 속도는 오래걸리지 않았으니까.

사랑이란 계산할 수 있는 수학이 아니니깐.

사랑에 기한과 속도는 비례하지 않는다._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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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크...지금 계산이고 자시고 수학을 논한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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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까

"나 수학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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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까

"일더하기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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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귀요미 같은거 하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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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까

"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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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창문이라고 하면 창문 다 깨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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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까

"수포자가 부끄러운 일은 아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