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속 설탕
22. 녹아버렸다



진쌤
얘들아, 알려줄 게 하나 있다.


진쌤
윤기가, 유학을 가게 되었어.


진쌤
미리 전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한다..


진쌤
알겠지?

심장이 멈추는 것만 같았다.

어제..왜 말해주지 않은 걸까....

왜...

내가 못 미더웠던 걸까..

서여주
민윤기..진짜....난 이제 너 없으면 어떻게 살아..

이미 나에게 녹아들어버린 넌데..

어떻게 그걸 분리할 수 있겠어...

내 커피는 이미 싸늘하게 식은 지 오래.

설탕은 이미 모두 녹아있었다.

놀람과 당황, 슬픔과 배신감이 휘몰아쳤고

눈가에는 그 모든 감정의 칩합체가 서서히 고여들고 있었다.

시야가 서서히 흐려지는 때,

더이상 교실에서 버티지 못할 것 같아

지은이네 반으로 향했다.

서여주
지은아..


이지은
어! 여주야~

정말 한결같게도 밝게 웃어주는 지은이였다.

그 모습에 왠지 모르게 눈물이 톡, 떨어져 스며들어갔다.


이지은
ㅇ..야 너 왜 울어...

서여주
하..지은아...윤기가..윤기가....

그 뒷말을 끝내 잇지 못한 채 난 눈물을 쏟아냈다.

지은이는 당황하면서도 나를 부드럽게 토닥여주었다.


이지은
괜찮아...괜찮아..이제 1교시 시작하겠다.


이지은
반에 갈 수 있겠어?

서여주
응..고마워

눈물을 너무 쏟아낸 탓인지..

몸에 힘이 없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곧 놓아버릴 것만 같은 정신을

부여잡고 힘겹게 5반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날, 갑작스레 열이 올라 결국 조퇴를 했고

간호해주는 사람 없이 3일을 꼬박 앓았다.

열이 너무 올라 정신을 잃고 찾기를 몇번.

너에게는 내가 이렇게 뜨거웠나보다.

너무도 뜨거운 아메리카노에

설탕은 이미 녹아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그 이후로 윤기에게서 연락은 오지 않았다.

2년동안 계속 문자를 했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윤기가 간 후 난 고2, 고3 을 지나

현재는 대학교 1학년생이다.

나와 지은이는 화양대 심리학과를 들어갔고

정국이는 화양대 현대무용과에 수석입학했다.

이 둘이 참 많은 의지가 되었다.

윤기와의 기억은 아팠지만,

곧 무뎌지고 식어버려 잘 기억도 나지 않게 된지 오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