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속 설탕
23. 그 편지


(프롤로그를 한 번 더 보시고 오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렇게 난 현재 대학교 1학년, 신입생이다.

지금은 고3생활 동안 치우지 못해 한껏 어질러진 집을 정리하고 있다.

다이어리를 펼쳐보며 예전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던 때,

뭔가 그 사이에서 툭.

하고 떨어졌다

편지였다.

길고 하얀..편지 봉투

그 기억이 순식간에 되살아났다.

연락이..단 한 번, 왔었다.

그가 떠났다는 걸 들은 월요일 저녁에.

단 한번.

문자가 왔었다.


민윤기
'어제 입고 온 외투 주머니에 편지 넣어놨다'

그 때 열이 올라 정신이 없었기에,

그리고 무슨 변명을 들어도 이 감정은 나아지지 않을 걸 알기에,

편지를 꺼내 다이어리 사이에 끼워놓았었다.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열었다.

민윤기 특유의 삐뚤빼뚤한 글씨가

너무도 오랜만이라서.

너무나도 그리워서.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편지지에서 옅게 퍼지는

그의 향기가

그리웠어서.

눈물이 빠르게 차올라

편지지에 톡.

하고 떨어졌다.

천천히

시선을 돌려 편지를 읽었다.


민윤기
여주에게.


민윤기
여주야, 내가 사랑하는 여주야.


민윤기
사랑스러운 여주야.


민윤기
내가..너무 갑작스럽게 유학을 가게 되었어.


민윤기
난 어릴 때부터..음악을 하고 싶어 했었어.


민윤기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반대하시던 일이라서..


민윤기
그 꿈을 접고 공부를 계속 했었는데..


민윤기
그 꿈 이란게.. 쉽게 접히지가 않아서...


민윤기
그동안 계속 작곡을 했었어.


민윤기
그 걸 꾸준히 인터넷 상에 올리고 있었는데,


민윤기
그걸 듣고 유명 외국 프로듀서가 나한테 미국 유학 제의를 했어.


민윤기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키워온 내 꿈이라서


민윤기
더 소중했는지도 몰라.


민윤기
..나 진짜 이기적이다...그치?


민윤기
그래서..유학을 가려고 해.


민윤기
돌아올거야. 꼭..돌아올거야.


민윤기
3년 안에 돌아올게.


민윤기
열심히 해서, 3년 안에는 정말 꼭 돌아올거야.


민윤기
그리고 3년 후에, 우리가 처음을 약속했던 곳으로


민윤기
3년 후 그날에, 내가 널 찾아갈게.


민윤기
받아주기 싫다면..나오지 않아도 괜찮아. 기다릴게.


민윤기
이렇게 편지를 쓰는 이유는,


민윤기
이게 너한테 잔인하다는 걸 알아서..너무도 잘 날고 있어서....


민윤기
난 도저히 네 눈을 보고 입을 뗄 자신이 없어서..


민윤기
이렇게...쓴다.


민윤기
나 미워해도 괜찮아.


민윤기
나..진짜로 나쁘니까....


민윤기
근데, 이건 알아줘.


민윤기
내가 너, 많이 사랑한다는 거...


민윤기
미리 말 못해서 미안해.


민윤기
너한테 직접 말하면 난 정말..영영 가지 못할 것 같았어..


민윤기
사랑해 여주야.


민윤기
그리고 너무 미안해.


민윤기
나 없는 동안 아프지 말고.


민윤기
나 없는 동안 슬퍼하지 말고.


민윤기
공부 열심히 해서 꼭 너도 꿈 이루고.


민윤기
나 없는 동안 행복하고.


민윤기
사랑해.


민윤기
여주야..사랑해.


민윤기
너무 사랑해서 너무 아프지만..


민윤기
사랑해 여주야.


민윤기
미안해 여주야.


민윤기
윤기가.

편지는 곳곳이 이그러져 있었고, 펜은 살짝 번져있었다.

민윤기가 편지를 쓰면서..많이...울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 눈물과 민윤기의 눈물이 섞여 편지지를 적셨다.

그렇게 편지지를 품에 안은 지 한시간쯤 울었을까..

황급히 달력을 확인했다.

오늘이었다.

민윤기가 찾아오기로 한 그날.

우리가 약속한 그날.

5월 9일.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