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로 살아남기
# 13 그림자


다음날 아침



이진우
좋은 아침-


여우림
아,


여우림
아, 어..-

어젯밤, 추가 된 이야기가 새겨진 노트에 결국 한숨도 못 잔 나였다.



이진우
왜 다 죽어가냐


여우림
아, 뭐…ㅋㅋ

소설 속에 빙의한 내게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의 힌트라곤 소설 중개자에게 받은 노트 하나.

게다가 어제 갑작스럽게 추가 된 의미심장한 소설 분량. 나는 이것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고작 추가 된 이야기 하나에 잠들지 못한 것은 내가 생각해도 얼탱이 없는 일이었다.



여우림
…진짜, 모르겠다 나도; (중얼)

점점 추가 되는 내용을 보면 소설 속 미래를 먼저 들여다 볼 수 있다지만, 언제 사건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한계가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내가 김석진에게서 받은 노트 속 페이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소설의 내용을 그대로 이행하는 것이 내가 이 소설을 끝내는 유일한 방법인지, 아니면 새로운 페이지의 내용을 이용하여 기존 소설과 내가 현재 있는 이 세계(소설)의 모순 된 실체 속 허례를 바로 잡기 위한 길에 서야 하는지.

나는 두가지의 갈림길에 놓여졌다.






…



박지민
ㅎㅇ, 이제 오냐


김태형
ㅎㅇ


김여주
1분 뒤면 종 칠 뻔 했는데~ㅎㅎ


김태형
왜, 내가 지각했음 바랐어? ㅋㅋ


김여주
헤헤, 그건 아니고~


김태형
ㅋㅋㅋ


김태형
근데 전정국은?


김태형
얜 왜 자리에 없냐


박지민
몰라, 책상엔 전정국 운동 가방은 있는데


박지민
얘 어디 갔냐..-


김여주
그러게..?

…

딩동댕동..-

조례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도 정국은 교실에 들어오지 않았다.




등장인물
학생1 | 야, 오늘 체육 체육관이래~


이진우
나이스, 오늘 ㅈㄴ 더운데


이진우
잘 됐다, 그치?


여우림
…어?

…체육관?

잠만,

체육관이라면…

새로운 페이지 내용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거 아닌가?

채육 창고에 갇히는 김여주, 빼박 그 부분 아니야?


여우림
…아, 시발

아직 대책도 안 만들었는데, 이대로 스토리를 진행해도 되는 거야?

이거, 피할 수 있을까?;

아니, 피할 수 있지 않나..?

나는 그 순간 머리가 번쩍였다.

일회성에 그칠 잔꾀 또는 약간의 도박인 꼼수지만…

이 정도라면 내가 방향성을 잡을 시간은 벌 수 있지 않을까

…



여우림
아, 야


이진우
?


여우림
나 오늘 몸이 안 좋은 것 같아.


이진우
응?


이진우
갑자기?


여우림
어, 아파.


이진우
어디가?


이진우
많이 아파?


여우림
어, 그러니까 나 보건실 가야 될 듯


여우림
쌤한테 말해줘라, ㅇㅋ?


이진우
..어?


여우림
알겠지?


이진우
어, 어..;;

그렇게 나는 뒷일은 진우에게 떠넘기고는 보건실로 향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도망 친 도피처는 보건실이 아니라 옥상이었지만.

…


여우림
하.-

옥상문이 열려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이제야 한 숨을 돌리듯 옥상에 도착하자 잔뜩 긴장해 올라간 어깨를 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부스슥.-


여우림
?

나는 옥상에 나 이외의 누군가의 인기척을 느끼곤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리고 때마침 그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는…


여우림
…네가 왜 여기 있어?


전정국
…

옥상에서 마주친 건 다름이 아닌 전정국이었다.


전정국
…그러면, 너는;

나와 눈이 마주친 정국은 뻘쭘한 듯 이리저리 어색한 눈동자만 굴리기 바빴다.



여우림
나는, 뭐…


여우림
그냥, 땡땡이랄까..


여우림
그냥, 땡땡이랄까….


전정국
…뭐?

정국은 내 입에서 나온 땡땡이라는 단어에 벙찐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네가?“ 라는 무언의 말을 내뱉은 것 같았다.



여우림
…왜,


여우림
…왜, 안 되나?


전정국
아니, 뭐.. 그건 아니고


전정국
답지 않은 행동이라 (중얼)


여우림
…

아차,

난 가끔 내가 여우림인 것을 잊어 버리곤 한다.



여우림
근데,


여우림
너는 왜 여기 있는데


여우림
수업 안 가?


전정국
…


전정국
…나도 땡땡이지 뭐


여우림
?

정국의 미묘한 대답 뒤로 그의 무릎 아래로 초록색 통깁스가 눈에 들어왔다.


여우림
뭐야, 다쳤어?


전정국
…

정국은 굳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여우림
어쩌다가, 그랬는데 (털썩)

나는 자연스럽게 정국의 옆 자리에 걸터 앉아 정국에게 물었다.


전정국
…;

정국은 그런 나를 어색해하는 것 같았다.



여우림
뭐, 말하기 싫으면 말


전정국
어제 대회때, 트랙에서 미끄러졌어


여우림
…아


여우림
괜찮대?

체대 입시 한다고 하지 않았나..



전정국
…


전정국
낫긴 하겠지,


전정국
이제 육상 트랙엔 설 수 없겠지만


여우림
…

아, 이런

괜히 물었나…



여우림
아, ㅁ..뭐!


여우림
딴 거 하면 되지, 세상에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하.하.)

수습한다 치고 아무말이나 던져버린 나였다.


전정국
…


여우림
…아


여우림
…아닌가?

정국의 눈을 피해 어색한 웃음만 지었다.


전정국
…ㅋㅋ


전정국
10년동안 육상만 했는데, 다시 뭘 할 수 있을까


전정국
그나마 쓸모 있던 게 이 몸둥아리뿐이었는데


여우림
…


여우림
아에 못 뛰는 거야?


전정국
그건 아니고, 육상은 이제 못하지


여우림
아..


전정국
…

정국의 눈이 씁쓸해 보이면서 왠지 홀가분한 얼굴이었다.


여우림
야, 그럼..!


여우림
너 경찰해라, 경찰


전정국
…뭐?


여우림
아니 왜, 나 노트 범인으로 오해받고 있었을 때 너가 딱 해결해 줬잖아..!


여우림
그니까.. 경찰 하면 잘하지 않을까..하하;

내가 생각해도 내가 뭔 말을 지껄이는지 모르겠다

내가 위로에는 약하단 말이지..



전정국
…


전정국
…(피식)


전정국
진짜 오랜만에 듣는 소리네 (중얼)


여우림
응?


전정국
10살 때인가, 그때도 그랬잖아


여우림
내..내가?

파직.-


여우림
윽

또다,

또다시 여우림의 기억이 나를 집어 삼켰다.

…

7년 전,

“ 경찰 승리! ”



박지민
아, 뭐야..- (10살)


박지민
재미없어, 전정국이 경찰하면 다 이기잖아..-


김태형
그니까..—


전정국
니들이 못하는 거야


박지민
허어.


여우림
ㅋㅋㅋㅋㅋ


여우림
그래도 지민이는 도둑에 소질 있잖아


여우림
우리 중에 가장 늦게 잡혔는걸


박지민
..그런가 헤헤 (단순)


김태형
박짐 아빠가 경찰청장인데 아들은 도둑에 소질이 있다니


김태형
재밌는데?ㅋㅋ


박지민
아, 진짜;


박지민
난 아빠처럼 경찰 같은 거 안할거라고..—


여우림
그럼?


박지민
몰라, 암튼 경찰은 안 할거야


김태형
난 아빠 가업 이어받을 건데, 그게 더 편하지 않나


김태형
전정국, 너도 그럴 거 아냐?


전정국
응, …그래야지

정국의 아버지는 세계 기록의 전 육상 국가대표 선수이며 어머니는 국민 여배우라는 집안에 태어난 막내 아들이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육상 선수인 아버지의 뒤를 따라 자신도 육상 선수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국은 생각대로 되지 않은 마음에 혼란을 겪는다.



여우림
정국이는 경찰하면 잘 할 거 같은데


전정국
..?


여우림
어제 김태형의 사라진 지우개 범인도 찾았잖아!


박지민
아 그러네


박지민
야, 너가 나 대신 경찰해


전정국
..뭐래

정국은 그렇게 말하면서 우림의 말에 솔깃해졌다.

하지만, 그때 뿐

자신의 처지를 생각했을 때 다가올 벽을 그 어린 나이에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아버지의 반대

그것이 자신의 발목을 잡을 거란 것을






백하영
애기들, 귀엽게 노네..

여우림의 기억 속 나는 제 3자이다.

나는 그들을 보지만, 그들은 나를 보지 못한다.

백하영
…오늘 처럼, 문뜩 문뜩 여우림의 기억이 나를 이 세계로 끌어들이겠지

백하영
정보의 양의 늘어나면 내게 더 이득일 거야

백하영
나는 어찌됐든 내가 살던 현실 세계로 돌아가야 해

…

…어?

그때, 내게 여우림과 친구들 사이로 멀리 떨어져있는 검은 그림자 하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작은 여자아이의 그림자였다.

백하영
뭐야, 누구ㅈ..

나는 그림자를 자세히 보기 위해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그런데, 그때

파직.-

하는 소리와 함께 기억의 문이 닫혔다.

다시 현제 시점



여우림
허억,

다시 돌아왔다

여우림으로

..이런

중요한 타이밍에 돌아올게 뭐람



전정국
?


전정국
괜찮냐

정국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게 물었다.


여우림
아, 어..


여우림
편두통이 좀 있어서

나는 이제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내뱉었다.



전정국
보건실 안 가봐도 되겠어?


여우림
응, 괜찮아


전정국
그렇다면, 뭐..


여우림
ㅎㅎ

나는 다시 생글 미소를 지었다.


전정국
…

정국은 그런 나를 보곤 휙 고개를 돌려버렸다.


여우림
…ㅎㅎ;

이 새끼, 아직도 내가 싫은가

하긴, 예전까지 김여주를 괴롭혔다고 잔뜩 오해하고 있는 중이니까



전정국
야, 여우림

그때 고개를 돌린 정국이 입을 열었다.


여우림
?


전정국
난 정말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모르겠어


여우림
응?


전정국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여우림이 진짜 여우림인지


전정국
아니면, 그전의 못된 여우림이 진짜 여우림인지


여우림
…

못된 여우림이라니..;ㅎㅎ



여우림
너는 내가 어떻게 보이는데?


전정국
…


전정국
…몰라


전정국
일단, 지금은 못된 여우림은 아닌것 같아


여우림
ㅎㅎ


여우림
응, 일단 못된 여우림은 아니지

그렇다고 내가 진짜 여우림은 아니지만



전정국
이제, 김여주 괴롭히는 일 그만하는 거야?


여우림
뭐, 그만할게 있었나..(중얼)


전정국
..뭐?


여우림
뭘 한 게 있어야 그만하지, 안 그래?

나는 정국에게 넌지시 오해에 대한 힌트를 던져주었다.

그가 잘 받아먹을진 모르겠지만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정국
…?


여우림
일단, 이제 가자


여우림
곧 종 치겠어


여우림
수업 땡땡이도 정도껏 해야지?


전정국
그래,,




_


_


…


다음화에 계속>>>>



하하, 오랜만이어라


죄송합니다

현생이 너무 바쁘군요

하하하하하


아무튼

이걸 보는 사람이 있을랑가 모르겠지만

있으면 틈틈히 써서 올릴게오..


네, 그렇습니더

그럼 이상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