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아파트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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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22층? 글쎄다.

고모는 시큰둥하게 대답하며 발에 걸리는 빨래감들을 툭툭 걷어찾다. 그러고는 발꿈치를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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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현

엘리베이터가 자꾸 22층으로 가요. 정말 이상해요.

나는 심각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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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그게 뭐가 이상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걸? 김다현! 남의 일에 관심 갖지 마. 여기 사람 대부분은 혼자 사는 사람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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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어쩔 수 없이 혼자 사는 사람도 있지만 여럿이 사는게 불편하고 번거로워서 혼자 사는 사람들도 많아.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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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그런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신에 대해 참견하고 관심 갖고 그러는 거 싫어해. 그러니까 남의 일에는 신경 끄셔.

고모는 내 코를 잡아 비틀며 한쪽 눈을 찡긋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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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가만있어 보자. 방이 한 칸밖에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한방에서 지내야겠네. 여진이 네가 바닥에서 자라. 나는 바닥에서 자 본 일이 단 한 번도 없거든.

나 역시 바닥에서 자 본 일은 없다. 하지만 주인이 원하는대로 해야겠지.

고모는 걸레를 빨아 와 방바닥을 닦았다.

영 어설프다. 잘 짜지 않은 걸레에서 나온 물로 방바닥이 번들거렸다.

휴, 심하다. 나는 고모가 들고있는 걸레를 빼앗아 다시 빨아 오려다 꾹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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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여진이 네가 내 조카이기는 하지만 나는 할 말은 해야 하는 성격이야. 네가 여기에서 지내면서 지켜야 할 규칙에 대해 말해줄게.

고모는 붙박이장에서 이불을 꺼내 물기가 번들거리는 방바닥에 펼쳤다. 이불에 물기가 그대로 스며들텐데, 그것도 모를까?

나는 한마디 하고 싶은걸 간신히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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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집 안이 좀 엉망이지?

알고 있기는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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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물론 도우미 아줌마를 부르면 깨끗하게 지낼 수는 있지.

나도 아까 그 생각을 했다. 고모는 잡지 기사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팔린다는 잡지다. 월급도 꽤 많이 받을 텐데, 돈이 없지는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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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하지만 누군가가 내 집에 와서 내가 사는 모습을 보는 거 싫어. 좀 지저분하기는 해도 이렇게 사는게 편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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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그래서 말인데 나는 너를 챙겨주고 그러는 거 안 할 거야. 밥 같은 거 기대하지 마. 나는 아침밥부터 저녁밥까지 모두 밖에서 해결하고 있어. 쌀은 사다 놓을거야. 6학년이니까 밥해 먹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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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반찬은, 아파트 상가 안에 보면 반찬 가게가 있는 거 같더라, 거기에서 사다 먹어. 아! 빵집도 있으니까 아침은 빵을 사다 먹는게 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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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빵집 유리분에 써 붙여 놓은 걸 보니 아침 7시 30분에 갓 구운 빵이 나온다고 하더라. 시간 맞춰 가야 할거야. 첫번째 구워 낸 빵은 금방 팔린대. 10분안에 모두 팔린다고 쓰여 있으니까 서둘러야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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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그리고 빨래는 세탁기가 있으니까 알아서 처리하도록 해. 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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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세탁기가 잘 돌아가려나 모르겠다. 나는 세탁소를 주로 이용하거든. 일단 사용해 보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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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방학이 한 달 정도지? 그 안에 아빠가 데리고 간다고 했으니까 서로 불편하더라도 잘 지내 보자. 돈은 화장대 위에 올려놓을게.

고모는 방구석에 놓인 강아지 인형을 베게로 쓰라며 던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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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현

좋아요. 제 할 일은 제가 할 테니까 걱정 마세요.

나는 미소까지 날리며 자신 있게 말했다. 고모가 의외라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내가 뭐 징징거릴 줄 알았나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