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아파트

6화

그래, 그렇게 남의 일에 참견하는 거보다야 벽보고 서 있는게 훨씬 낫겠다.

빵집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러 개의 탁자가 있는데 자리가 대부분 꽉 찼다. 모두 혼자 앉아 커피와 빵을 먹으며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던 고슴도치 머리와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도 빵집으로 들어왔다. 고슴도치 머리는 재빠르게 팥빵 두 개를 사서 나가버렸고 할아버지는 카스텔라와 우유를 사 가지고 나갔다.

할아버지는 다리가 불편한지 오른쪽 다리를 질질 끌다시피 걸었다.

나는 소시지 빵을 사서 자리에 앉아 다른 사람들처럼 휴대전화를 보며 먹었다.

빵집어서 나오자 바로 앞에 엘리베이터에서 봤던 모자 쓴 남자가 비닐봉지를 들고 걸어가고 있었다.

'건강 반찬집'이라고 쓰인 비닐봉지였다. 몇 층에 사는 사람일까. 22층일까. 나는 발걸음 소리를 죽이며 살금살금 따라갔다.

부르르 부르르.

나는 휴대전화 진동 소리에 놀라 걸음을 멈췄다. 순간 모자 쓴 남자가 돌아봤다. 나는 얼른 몸을 돌리며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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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현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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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야. 어떠니? 고모가 잘해 주니? 아침은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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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현

좋아. 고모도 잘해 주고, 아침도 먹었고. 됐지?

나는 서둘러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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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뭐 먹었어? 아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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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현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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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왜 빵을 먹어. 밥을 먹어야지. 고모가 밥 안 해 줘? 내가 그럴 줄 알았다. 그러기에 할머니 댁 가 있으라니까 왜 고모 집에 간다고 그래?

엄마 잔소리가 시작 되었다.

모자 쓴 남자는 유유히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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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현

엄마, 나 지금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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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네가 바쁘기는 뭐가 바빠?

엄마는 이렇게 되었다고 해서 공부를 게을리하면 안 된다, 아침저녁으로 영어 단어 외우고 수학 문제집 풀고 책도 읽어야 한다 등등, 끊임없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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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현

알았어, 알았다고.

나는 무조건 알았다고 대답하며 종종걸음으로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모자쓴 남자는 벌써 올라갔고 엘리베이터는 3층을 내려오고 있었다. 잠시후 엘리베이터에서 할머니 한 명이 내렸다.

부르르 부르르.

엄마가 또 전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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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현

또 왜에? 엄마 때문에 놓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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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뭘 놓쳐? 쓸데없는 짓 하고 다니는 거는 아니지? 혹시 아빠한테는 전화 안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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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현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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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뭐라고 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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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현

고모 말 잘 듣고 얌전히 지내고 있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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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다른 말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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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현

무슨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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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니 그냥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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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현

없었어.

나는 집을 구하면 데리고 가겠다고 했던 아빠 말은 전하지 않았다. 그러면 엄마 아빠는 또 싸우게 될거다.

만날 수는 없으니까 전화가 폭팔할 정도로 싸울 거다. 아마 나를 반으로 나눠 가지자고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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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가 직장 구하고 있거든. 직장 구하면 직장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할 거야. 그러고 나면 너를 데리고 올 수 있어. 알았지?

현관에 서서 집 안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청소할까? 어제 입었던 옷도 빨아야 하는데 고모 빨랫감도 같이 세탁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