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아파트

7화

현관에 서서 집 안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청소할까? 어제 입었던 옷도 빨아야 하는데 고모 빨랫감도 같이 세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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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현

아니지 보나마나 싫어할 건데 그럴 필요는 없지.

공연히 힘들게 일하고 잔소리 듣느니 지저분해도 못 본척 참는게 나을 것 같았다. 더러워서 보기 싫으면 눈 감으면 되는 거고 냄새나면 코 틀어막고 입으로 숨 쉬지, 뭐.

나는 배란다 방충망까지 활짝 열었다. 공기 정도는 내 마음대로 바꿔도 상관없겠지.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다. 심심해서 죽을 지경이다. 휴대전화를 꺼내 뒤적이다가 금세 싫증이 나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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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 쌀은 오늘 저녁에 사 갈게. 점심은 시켜 먹어.

고모에게 문자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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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현

- 피자나 치킨, 야식 말고 다른 가게 아는 전화번호 없어요? 제가 그런 음식은 질렸거든요.

나는 답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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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 그런 거는 너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나가보면 되는거 아니니?

글자마다 뾰족하니 날이 선 듯했다.

아차!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고모 기분을 상하게 하면 안 되는데 깜빡했다.

알아서 한다고 재빠르게 문자를 보냈다.

아직 배가 고프지는 않았다. 나는 거시로 나와 앉을 자리만 걸레질한 뒤 털썩 주저앉아 텔레비전 리모컨을 눌렀다.

아무리 눌러도 텔레비전은 켜지지 않았다. 텔레비전에 이슨 전원 스위치를 눌러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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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현

고장이네.

나는 리모컨을 집어 던졌다.

혼자 사는 고모의 특징. 하나, 지저분해도 참는다. 둘, 불편해도 참는다.

나는 휴대전화 속 전화번호를 뒤적이다가 '미나'를 꾹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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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다현이니? 지금 캄보디아야? 앙코르와트는 진짜 사진처럼 대단하니?

미나는 내가 방학 동안 해외여행을 하는 줄 알고 있다. 미나는 역사학자가 꿈인 나에게 딱 맞는 여행이 될 거라며 자기가 더 흥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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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돌 사이사이에 뭐가 있는지 본다고 했잖아? 봤어? 다현이 네 탐험 정신이 제대로 발휘되겠다. 정말 사진처럼 돌을 그렇게 쌓아놨니?

미지 목소리는 폴폴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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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현

응.

돌 대신 빨랫감이 쌓여 있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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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캄보다아가 다른 여행지처럼 깨끗하고 그렇지는 않다면서?

아무리 캄보디아가 깨끗히지 않다고 해도 고모 집보다 더 할까. 이렇게 지저분한 집은 처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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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국제전화니까 오래는 못 하겠다. 언제 오니?

다시 그 동네에 갈 일은 없다. 이미 살던 아파트는 팔렸고 방학이 끝나면 어디로든 전학을 할 거니까.

나는 미나와 통화하면서 한편으로는 미안했다. 미나는 나와 1학년 때부터 단짝이었다. 미나는 나에게 비밀이 없었다. 자기 엄마아빠가 싸운 것도 나에게 모두 얘기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질 못했다.

엄마 아빠가 이혼하고 그 동네를 떠나오면서도 미지에게는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다.

단짝이기는 하지만 그런 일까지 시시콜콜 말한다는 것이 자존심 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