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아파트

8화

딱 7시 20분에 현관을 나섰다. 그러면 엘리베이터는 정확하게 24층, 22층, 19층, 17층, 13층을 거쳐 8층에 섰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시간관념이 더 정확한 거 같다.

이틀이 지나자 나도 벽을 보고 서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6층에 사는 고슴도치 머리가 타는데 벽을 보고 서 있지 않으면 눈이 마주치게 된다.

그러면 인사는 하기 싫고 그렇다고 눈만 껌벅거리기도 그렇고......

벽을 보고 서있는 것이 편했다. 그러면서 나도 혼자 사는 것에 익숙해져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한편으로는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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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여진아. 어젯밤에 들어오다 보니까 엘리베이터에 뭔가 붙어 있는거야. 읽어보고 소름끼쳐 죽는 줄 알았네.

오늘따라 늦잠을 잔 고모가 머리를 감고 나와 머리에 있는 물기를 털어내며 어깨를 움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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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현

뭔데요?

어제 오후 반찬을 사 올 때만 아무것도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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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우리 아파트에 요즘 도둑 든 집이 많다고 조심하래. 다들 혼자 사는 사람들이라 낮에 빈집이 많거든. 너도 며칠 지내 봐서 알겠지만 낮에는 아파트에서 사람 구경하기 힘들잖니.

사람 구경하기 힘든 정도가 아니라 한번씩 밖에 나가면 텅 빈 도시에 혼자 있는 거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뭐, 밤이라고 해서 그다지 다를 것도 없다. 퇴근시간만 지나면 집집마다 불만 밝혀 있을 뿐 사람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빈 도시에 불만 밝혀 놓은 것같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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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밖에 나갔다 올 때 조심해. 누가 따라오진 않는지 확인 한 다음 비밀번호 누르고,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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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엘리베이터 탈 때 누가 타고 있으면 타지 말고 기다렸다가 다음에 타도록 해. 너를 따라 내릴 수도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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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그리고 제일 명심해야 할 것은 다른 사람 일에 절대 참견하지 말 것. 친한 척하면서 접근하는 나쁜 사람들이 많거든. 명심해. 사람조심!

나는 고모 말을 들으며 엘리베이터 앞에 '사람 조심'이라 쓰인 종이가 붙어 있는 상상을 했다.

할머니가 집 대문에 붙여 놓은 '개조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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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요즘은 사람이 제일 무서워.

고모가 다시 어깨를 움츠렸다.

하긴 뉴스를 보면 온통 사람과 연관된 사건 사고다. 고모 말을 듣다보니 나도 덩달아 소름이 돋았다.

고모는 아무래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비밀번호를 바꿔 주어야 하겠다고 말하며 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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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밖에서 들어올 때 엘리베이터는 혼자 탈 것! 누가 따라오는지 확인한 다음 비밀번호를 누를 것! 절때 참견하지 말것! 사.람.조.심!

7시 20분. 나는 고모가 했던 말을 중얼거리며 집에서 나왔다.

엘리베이터가 막 9층을 내려오고 있었다. 오늘은 몇 분쯤, 아니 몇 초쯤 내가 늦게 나온 거 같다.

엘리베이터 벽에는 고모가 말했던 종이가 붙어있었다.

알립니다. 요즘 도난 신고가 많이 들어옵니다. 문단속 잘해 주시고 현관문 비밀번호는 자주 바꿔 주세요. 수상한 사람이 있으면 관리실로 연락 바랍니다. -××아파트 관리실-

나는 재빠르게 사람들 뒤통수를 훑어봤다. 도둑은 그곳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이 사람들 중에 도둑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종이가 붙은 쪽 벽을 바라보고 있는 모자 쓴 남자가 내 눈에 쏙 들어왔다. 왜 매일 모자를 눌러쓰고 다니는 걸까? 갑자기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