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살벌 동거중
EP10. 판도라의 상자


요즘 학교가 굉장히 이상하게 돌아가고있다.


박찬열
야 김여주 뭔 생각하냐? 설마 내생각??><

이 새끼는 원래 이상했지만


배주현
아하하 그게 뭐야ㅋㅋㅋㅋㅋ

그 옆에서 꺄르르대는 배주현은 더 이상했다.

아니 박찬열까지는 이해하겠다만 배주현은 왜 여기 낀거야..?


박찬열
..? 뭐야 배주현? 니가 왜 여깄냐


배주현
왜에? 난 여깄으면 안돼??


박찬열
너 우리랑 안 친하잖아


김여주
야

너무나도 단호하게 되받아치는 박찬열에 어깨를 툭 치자 박찬열이 왜냐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배주현
음..안 친하다고 굳이 못 낄건 없지 않아?

시종일관 생글생글하게 웃으며 답하는 배주현에 나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뭐지? 무슨 꿍꿍이지?

그에 대답이라도 해주려는건지 배주현이 돌연 내 쪽을 바라봤다.


배주현
여주야 우리 오늘부터 친하게 지낼래?


김여주
..어?

뜬금없이 이게 무슨 개소리야?


김여주
갑자기 니가 나랑 왜 친해져?


배주현
우리반 여자애들 중에서 너랑만 제일 덜 친하더라고


배주현
같은반인데 친하게 지내야 하지 않나 싶어서ㅎㅎ


배주현
안그래?

군더더기없이 완벽한 대답.

틀린말은 아닌지라 고개만 끄덕였다

뭐지..선생님이 시켰나 나랑 친해지라고


배주현
그럼 앞으로 친하게 지내는거다?


배주현
할일 마쳤으니까 난 잠깐 빠질께!

마지막까지 미소를 잃지않으며 떠나는 배주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박찬열이 내게 물었다.


박찬열
너 진짜 배주현 믿냐?


김여주
뭐가


박찬열
아니 진짜 친해져서 하하호호 할꺼냐고 둘이


김여주
내가 미쳤냐


김여주
이유없는 호의는 경계할 필요가 있지

그렇게

이상하고도 이상한 학교생활이 시작됐다.


김여주
아..체육시간 진짜 싫어..


박찬열
햇빛으로 안나오냐? 니 혼자 그늘에 있기 있음?


김여주
나 사실 뱀파이어라 햇빛받으면 죽어


박찬열
내가 떡하니 서 있는데 그런 말 하기 안 쪽팔려?

나름 진지하게 한 말인데 씨알도 안 먹힌다는듯이 싱긋 웃으며 내 손목을 잡아 끄는 박찬열에 어쩔수 없이 그늘밖을 나서기 시작했다.


김여주
아 우리 학교 운동장 진짜 구려

괜히 발끝으로 모래를 툭툭 치며 투덜대자


김여주
으어우 아파!!

박찬열이 아무말 없이 다가오더니 돌연 내 볼을 힘껏 잡아당겼다.


박찬열
그러니까 피부가 나보다 하얗지 바보야


김여주
내가 애 바브야!!! 아 빠리 나!!


박찬열
말랑말랑 김여주 뱃살같아


김여주
아씨..진짜 아파..너 진짜 죽을래


박찬열
아아 내가 더 아파 그만 때려!!

그렇게 투닥거리기를 한참 하자 어느덧 선생님이 오셨고


김여주
또 짝피구야..?


김여주
쌤 연예 못한걸 왜 우리한테 푸는건지..


박찬열
어짜피 남남 여여로 나뉠것 같은데?


박찬열
아 아깝다 너랑 다른 팀이면 너만 공격하는건데


김여주
응 아니야 나 너랑 같은 팀


김여주
그나저나 너 누구랑 짝할꺼야? 보니까 한팀정도는 남여 해야될것 같은데


박찬열
나만 그 한팀이 누군지 알것같냐

박찬열과 대화를 하던 그 짧은새에 다른 애들은 저마다 짝을 만들고 서 있었다.


김여주
아..박찬열이랑 짝하면 100퍼 개처럼 끌려다니는데..너 인간적으로 너무 많이 움직여

쉽사리 짝을 못하고 방황하자 그런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배주현
여주야 여주야 너 짝이 찬열이 밖에 없어?


김여주
어? 어 그런것 같네


배주현
그럼 나랑 짝 바꿀래? 보니까 곤란해 보여서


배주현
내 짝꿍도 너랑 해보고 싶다고 했고..!

웃으며 서있는 배주현 뒤를 힐끗 쳐다보자 배주현 짝꿍과 내 눈이 마주쳤다.

좀 어색한 친구랑 짝해서 빨리 아웃되냐

아님, 박찬열과 짝되서 끌려다니다 마지막까지 사냐

너무나도 극명한 차이에 나는


김여주
그래 바꾸자

돌이킬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게다가 박찬열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피구를 한답시고 줄이 그려져 있는곳으로 이동한 후 선생님의 호각소리와 함께 피구공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먼저 공을 잡은건 상대편.

나도 그렇지만 짝을 한 친구도 체육은 영 아니였는지 우리는 경기 시작 10분만에 탈락하고 말았다.


김여주
하필이면 팔 쪽 맞아서 좀 얼얼하네..

그래도 경기를 못 할정도는 아니였으므로 열심히 수비를 하는데..

아니, 열심히 수비를 하려고 하는데 박찬열네가 자꾸 수비공을 가로챘다.

덕분에 나는 태양이 강하게 내리쬐는 한낮에 멀뚱히 서 있기만 해야했고

그 때문인지 그런지 머리도 띵하고 아까 맞았던 팔부분이 이상하게 욱씬거리는 바람에 그늘에 잠시 쉬자는 결론을 내렸다.


시간은 흘러흘러 어느덧 우리팀에는 박찬열과 배주현, 상대팀에도 둘밖에 남지 않았다.

박찬열은 어떻게든 아웃이 안되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배주현은 힘들지도 않는지 박찬열을 꼭 붙잡고 공을 피해다녔다.

그런 둘의 노력이 가상했는지 박찬열이 던진 공이 상대편팀을 맞추고 승리는 우리팀이 가져가는걸로 경기가 끝나게 되었다.


김여주
와...대단하다 나였으면 따라다니다 지쳐서 박찬열이 엄청 뭐라하다가 맞고 아웃 됐었겠지

부정할수 없는 예언에 씁슬하여 둘을 바라보다 문득 이상한 기분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김여주
둘이..


김여주
잘어울린다

원래 사람은 시각적인 요소에서 자극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의미없이 툭 던져진말이 걷잡을수 없게 커져만가고

그날 저녁 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