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 길들이기

여주의 과거 | 지키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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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둘이 되던 해, 집안에서 연 작은 파티에서 나는 그를 처음 만났다

공작가의 자재라기에 귀티가 날 줄 알았던 그는 옷만 귀티가 날뿐 사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딘가 푸석푸석한 얼굴에 움직일 때마다 옷이 들리며 살짝씩 보이는 상처들이 꼭 언젠가 보았던 평민 아이를 닮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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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여주

" 저기 찬, 저 애 공작가 자제 맞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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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찬

" 예 에스쿱스 공작가 첫째 아드님으로 알고 있습니다. "

그때는 잘 몰랐었다 그가 왜 그런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내가 그에게 시선을 두고 있던 것을 느꼈던 걸까 한솔이 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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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솔

" 황녀 전하, 오늘 유독 아름다우십니다 "

최한솔 버논 쿱스. 에스쿱스 공작가의 둘째이자 정실부인의 아들 그 당시 나의 황후 유력 후보로 올라 있던 자였다 나는 관심은 커녕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사람이라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는 날 신경 쓰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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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여주

" 칭찬 고맙습니다 근데 누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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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솔

" 좀 섭섭합니다 전하, 에스쿱스 공작가 최한솔 입니다 "

같은 에스쿱스 공작가? 솔직히 놀랐었다 한솔에게선 승철과 비슷한 모습은 찾아볼 수도 없이 말끔하고 단정한 차림이 누가 봐도 귀족 그 자체였기 때문이었다 둘 다 같은 아버지를 두었는데 풍기는 분위기는 서로 너무나 달랐다

그러나 그것도 이유가 있었음을

탁-

백작가 자재

" 썩 꺼지거라 우린 첩 자식하고는 식사 안 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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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여주

" 어어...! 어떻게 저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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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솔

" 신경 쓰지 마십시오, 천한 피가 같이 흐르는 이상 마땅히 견뎌야 할 일입니다 "

나는 금방 알게 됐다 이 말도 안 되게 대조되는 두 사람의 분위기가 겨우 첩실의 피를 반 가지고 태어났다고 당해야 하는 부조리한 세상의 결과이자 전부에서 나왔다는 것을 쏟아진 음식들을 뒤집어쓰고 처참하게 넘어져 있는 그를 도와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에스쿱스 공작 역시 창피하다는 듯 짜증 어린 얼굴로 이마만 짚을 뿐이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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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여주

" 일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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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철

" .......!! "

내가 그를 신경 쓰기 시작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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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철

" 우와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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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여주

" 푸흐- 그렇게 신기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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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철

" 당연하죠 다른 것도 아니고 황궁인데..!! "

음식물을 뒤집어쓴 그를 데리고 황궁 내에 위치한 의료원으로 향했다 물론 찬에게 승철이 갈아입을 새 옷을 가져오라고 시키는 것도 잊지 않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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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관

" 황녀 전하(꾸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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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여주

" 의관, 이 사람 상처 좀 치료해 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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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관

" 예, 이리로 오시지요. "

의관에게 맡겨져 드러난 그의 상처는 내 생각보다 더 심했고 그동안 그가 살아온 시간을 온전히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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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여주

" 아프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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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철

" ...괜찮아요 이젠. "

거짓말. 그럴 리가 없었다 괜찮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버텼던 것일 거다 분명 그는 그런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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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여주

" 아무 걱정 하지 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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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철

" ..그럴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

그때 처음으로 나는 어머니가 동화책에서 읽어주시던 지킨다는 말의 의미와 그 말에서 나오는 마음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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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여주

" 치료 다 받으면 새 옷 올 거야 갈아입어, 내 선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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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철

" 아.. 제가 받아도 될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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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여주

" 받아도 돼. "

나는 그를 지키고 싶었다.

소란소란- 수근수근-

드디어 모두가 기다리던 황녀의 옆에 서게 될 미래의 황후가 정해지는 날 귀족들은 물론 마을 백성들까지 어서 방이 붙길 기다리고 있었다

급보요-!!!

시민들

" 허업 세상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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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테 에스쿱스 공작

" ......이 무슨..!! "

대문짝만 하게 찍힌 대자보에 실린 황후는 한솔이 아닌 승철이었고 그로 인해 마을이 하루 종일 시끄러웠었다고 방을 돌리러 갔던 찬이 얘기했었다

시민들

" 헐 그럼 본 처 아들이 아니라 첩 아들이 황후가 된거야? "

시민들

" 그런 거 같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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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테 에스쿱스 공작

" 이..이 어째서..!!! "

곱디곱게 키운 본 처의 자식이 아닌 굴러들어온 자식이 황후로 발탁되어서일까, 공작은 그날 내가 본 중 매우 분노한 얼굴로 잔뜩 겁먹은 그를 죽일 듯이 바라보며 손을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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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테 에스쿱스 공작

" 누가 너더러 황후가 되랬느냐!! 교활한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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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철

" 아, 아닙니다 제 뜻이 아닙니다 아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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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테 에스쿱스 공작

" 입 닥ㅊ, "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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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테 에스쿱스 공작

" 화,황녀 전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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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여주

" 그 손, 치우시지요 분지르기 전에. "

바보같이 떨고만 있는 널 발견하고 달려가 공작의 손을 잡아챘다 이제 그는 누가 뭐래도 황후였다 그리고 내게 그를 지킬 명분도 생겼으니 더는 뒤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때리려는 손을 덥썩 잡힌 공작이 어색한 표정으로 손을 거두고 자조적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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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여주

" 감히 내 사람에게 손찌검을 하려는 것인가 대범한 사람이군요 공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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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테 에스쿱스 공작

" 황녀 전하, 이 아이는 그냥 저희 집 종 같은 아입니다 황후감을 다시 정하시는 게 어떠시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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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여주

" 그 입, 다물라. "

마을 중앙으로 그를 데리고 가서 섰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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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여주

" 보아라, 앞으로 장차 나와 함께 황위에 올라 황후가 되실 분이다 이제 그 어떤 누구도 나의 사람을 업신여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알겠는가!! "

공작이 보란 듯이 이제 아무도 그를 괴롭히고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그를, 지키고 있으니까 황후에게 하는 것은 곧 황제에게 하는 것과 같다 함부로 굴지 못 할 테였다

내가 모든 걸어 널 지키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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