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그의 진심



도겸(석민)
“아우~ 나 아직 찍으려면 한참 남았지? 화장실 좀…”

성하은은 씩씩대며 자리를 떴고,

도겸은 조용히, 아주 조용히 스튜디오의 문을 빠져나왔다.

방금 전까지 웃고 있던 그의 표정은 무섭도록 차분하고, 단단했다.

두리번거리며 스튜디오 뒤편을 돌아보던 도겸은 촬영장 후면, 좁고 외진 골목 어귀에 시선을 멈췄다.

작은 그림자 하나. 회색 벽에 등을 기대고 쪼그려 앉아있는 여자.

그녀는 손에 파편을 든 채, 조용히 숨을 토하고 있었다.

임고은
"...하아.."

도겸은 그녀의 숨소리를 들으며, 걸음을 멈췄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눈을 떴을 땐 그녀 쪽으로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

***

고은은 말없이 벽에 등을 기댄 채, 그대로 웅크려 앉아 있었다.

어깨는 조용히 들썩였지만, 눈물은 억지로 참아내고 있었다.

속으로는 이미 백 번, 천 번도 더 울었다.

손에는 여전히 파편 몇 조각이 쥐어져 있었다. 반짝이던 그것들은 이제 갈라지고 부서져 있었다.

자신처럼—

조금만 힘을 주면 바스러질 듯한, 그런 조각들.

그녀는 천천히 손을 펴고, 그 파편들을 조심스레 바라보았다.

임고은
‘왜 이렇게 다 망가져있지…’

다시금 눈물이 치밀었다.

손바닥을 보기가 싫어져서, 그녀는 손을 꽉 쥐었다.

쥘수록 따가웠지만, 그 고통마저도 무뎌져가는 중이었다.

그때였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누군가의 발끝이 눈에 들어왔다.

고은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손 뒤편 시선 너머로 그 존재를 느꼈다.

잠시 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곳엔 도겸이 서 있었다.

아까 촬영장 안에서의 장난스럽고 유쾌하던 표정은 사라지고,

지금은 조용하고, 묵직한 눈빛을 가진 도겸이었다.


도겸(석민)
"... ..."

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고은은 숨이 멎는 듯했다.

말도, 표정도 모두 멈춰버렸다.

도겸은 무릎을 굽혀 조심스럽게 그녀의 시야와 같은 높이에 앉았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고은은 그 손을 멍하니 바라보다— 결국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벌떡 일어서며, 그녀는 외쳤다.

임고은
“…제발… 하지 마세요. 제발… 제발요…!”

도겸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손을 멈췄고, 고은은 그 시선을 느끼면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외쳤다.

임고은
“…진짜 왜 그러시는 거예요, 왜!

임고은
제가 그냥 냅두라고, 신경 쓰지 말라고 했잖아요! 대체 왜 이러시는 거냐고요!”

목소리가 떨리고, 눈물이 떨어졌다. 그녀의 마음이, 끝내 폭발해버렸다.

도겸은 서서히 일어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임고은
“그냥 못 본 척, 그냥 모른 척,

임고은
그렇게 원래대로, 아무도 신경 안 쓰는 사람처럼… 그렇게 해주세요.

임고은
제발… 저 좀 내버려두세요…”

그녀는 손으로 눈가를 가리며 엉망이 된 얼굴을 감췄다.

입술은 떨리고, 숨은 자꾸 끊겼다.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도겸은 천천히 손을 들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따뜻한 체온이 덜덜 떨리는 그녀의 피부에 닿았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의 손을 얼굴에서 떼어냈다.


도겸(석민)
“…못 본 척, 모른 척, 못하겠어요.”

도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 안에는 단단한 결심이 담겨 있었다.


도겸(석민)
“…마음이 너무 아파서… 그렇게 못하겠어요."

고은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똑바로 마주하고 있었다.

임고은
“스쳐 지나가는 감정이실 거예요. 지금은 불쌍해 보여서… 그냥 뭐라도 해보려는 거잖아요.

임고은
도움 주는 것처럼 보이면 기분 좋으니까. …그냥 영웅놀이…”

일부러 날카롭게, 자신을 더 비참하게 만들며 쏘아붙였지만—

도겸은 서글픈 눈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도겸(석민)
"고은 스텝님."

그가 말했다.


도겸(석민)
"아프지 마요."

그 말은 부드러웠지만, 누구보다 단단하게 박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주먹 쥔 손을 펴며, 손 안에 남은 파편들을 하나하나 덜어냈다.


도겸(석민)
“이렇게 혼자서… 꽉 쥐고 있지 말고, 조금… 나눠줘요. 괜찮아요.”

도겸은 작게, 따뜻하게 웃어보였다. 고은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 말 한마디에, 고은의 입술이 아주 조금 떨렸다.

그녀는 지금 살고 싶다는 마음보다 살고 싶지 않다는 이유가 더 많았다.

그런데, 이 사람의 눈빛은 그 모든 이유를 가볍게 무시하고 있었다.

"당신은 괜찮지 않다고 말할 권리가 있다."

그런 눈이었다. 멍하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단 한 마디도.

그 어떤 비난도, 방어도 지금 이 사람 앞에선 의미가 없었다.

조용히, 두 사람 사이로 시간이 멈춘 듯했다. 스쳐가는 바람 한 줄기조차— 고요했다.

아이구 우리 독자님들 ㅠ 연재 일정땜에 잠시 말씀드려요 😢

제가 요즘 닥친 일이 많아서 ㅠㅠㅠ 해결하고 나면은 좀 자주올릴 수있을것 같아요 ㅠㅠ

그래도 1주에 최대한 2회이상 올리려 노력해보겠습니다 엔딩까지 같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