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같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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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석민)

“음~ 나는 뭐 마시지~”

도겸의 경쾌한 목소리가 작은 카페 안을 가볍게 울렸다.

햇살이 창을 통해 부드럽게 쏟아지는 시간,

두 사람은 어느새 따로 떨어진 공간에서 작은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얻었다.

고은은 그의 옆에 서 있었지만, 몸과 마음의 거리만큼은 여전히 멀었다.

임고은

“… …”

그녀의 눈빛은 불안했다.

도겸이 메뉴판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웃는 모습을 보면서도,

고은은 마음속에 깊게 박혀 있는 어떤 불편함을 놓지 못했다.

관심이라는 것. 한때 따뜻했던 말과 손길.

하지만 결국엔 언제나 그 끝은 식고, 그 식은 자리엔 냉소만이 남았다.

그래서 차라리, 그 어떤 감정도 받고 싶지 않았다.

그를 향한 불신이 아니라, 어떤 세상을 향한 방어였다.

임고은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그 말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입술을 잘근 씹은 뒤,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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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석민)

“네? 뭐라구요?”

도겸이 고개를 돌려 묻자, 고은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임고은

“아… 아니에요.”

순간 그녀의 눈에 비친 도겸의 표정.

그는 무슨 말을 들은 건지도 모르는 듯, 여전히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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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석민)

“음~ 고은 스태프님은 아이스초코 어때요? 이런 날엔 달달한 거 마시면 기분 좋아지거든요~”

그리고는 태연하게 스태프들과 멤버들 커피 주문을 확인해가며 메뉴를 줄줄 외우듯 말하기 시작했다.

고은은 잠시 그를 멍하니 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임고은

“그… 나눠서 가져가면 제가 다 들 수 있을 것 같아요.도겸님은 먼저 들어가세요.”

말투는 조심스러웠지만, 분명한 선 긋기였다. 더 이상 이 다정한 사람과 한 공간에 있지 않으려는 본능.

도겸은 눈을 크게 뜨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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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석민)

“엥? 이걸 어떻게 혼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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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석민)

당연히 같이 들어야죠~ 지금 멤버들도 안 먹는 사람 꽤 많아서 둘이 나눠 들면 충분해요~”

임고은

“…괜찮아요.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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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석민)

“같이 해요.”

고은의 말이 조금 높아지려는 찰나, 도겸의 말은 조용했지만 단호했다.

부드럽게, 그러나 확실하게. 그의 말에, 고은은 말문이 막혔다.

도겸은 잠시 그녀의 눈을 바라보다,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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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석민)

“…있잖아요, 고은 스태프님. 이런 건요. 같이 해도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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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석민)

혼자 하려고만 하는게 아니어도 돼요.”

고은은 그 말에 숨을 멈추듯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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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석민)

“말로만 들었지… 이런 상황을 직접 겪는 건 처음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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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석민)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되는지.”

도겸은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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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석민)

“막상 닥치니까, 이게 이렇게 복잡할 줄은 몰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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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석민)

저는 그냥… 이런 상황 생기면 ‘이러면 안 되죠!’ 하고 나서서 뭐라도 할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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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석민)

옆에서 보니까 함부로 그럴 수도 없더라고요.”

그의 말에는 조심스러운 망설임과, 그럼에도 진심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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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석민)

“내가 뭔가 하다가, 고은 스텝님이 더 힘들어질 수도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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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석민)

그래서 어디까지 나서야 되는지 저도… 감이 안 와요.”

임고은

"그렇게까지 동정하지 않으셔도.."

그의 말이, 익숙하지 않은 온도로 다가왔기 때문일까 반사적으로 말이 퉁명스럽게 나왔다.

도겸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조용히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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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석민)

“지금은 뭐라 생각하셔도 괜찮아요. 동정이든 관심이든, 편하게 생각하셔도 돼요.”

그의 말투는 평소보다 한층 낮고 부드러웠다. 말끝을 조심히 다듬으며 그녀의 벽에 살짝 기대는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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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석민)

“근데… 저는 그냥, 그걸 보고도 가만히 있는 건 못 하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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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석민)

그러니까 지금은 같이 들어요. 알았죠?”

고은은 결국 말없이 고개를 숙이다 작게 끄덕였다.

더 말해봤자 소용없을 거라는 듯이.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말은 묘하게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될 사람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아직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의 따뜻함에 자신의 불안한 마음이 잠시 덮여졌다는 것만큼은…분명했다.

그리고 그것이, 조금은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