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조금씩 틈이 생기는



도겸(석민)
“하암~”

잔잔한 하품 소리가 공간을 가로질렀다.

아침 9시경, 세븐틴 멤버들이 마지막 트레일러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에 도착하던 시간.

스태프들은 이미 일찍부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고,

촬영장 안은 각자의 위치를 잡느라 정신없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 한복판—

성하은 팀장은 뭔가에 몹시 불만인 듯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성하은 팀장
“…미친. 야, 얘 연락 안 돼? 지금 잠수 탄 거야?”

???
“전화 안 받는데요. 제정신 아닌 듯요.”

스태프들끼리 속닥이며 수군대는 목소리. 고은의 이름이 오가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 와중에도 성하은은 멤버들에게는 해사한 미소로 인사를 건넸고,

하지만 인사를 마친 그녀의 표정은 이내 다시 싸늘하게 굳어졌다.

그 장면을 멀리서 보고 있던 도겸은 조용히 주변을 흘끗 흘끗 살폈다.

겉으론 멤버들과 장난을 주고받는 척하고 있었지만,시선은 자연스레 그 흐름을 따라가고 있었다.


도겸(석민)
‘…어제 그렇게 일 몰아주고도 저런 말을 한다고…?’

입꼬리가 삐죽 내려갔다.

표정을 관리해야 했지만, 속에서 뭔가 꿀꺽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그로부터 20분쯤 뒤. 문을 벌컥 열고,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는 고은.

임고은
“죄, 죄송합니다…!”

고개를 깊이 숙인 그녀는 숨을 고르지도 못한 채, 그대로 작업장으로 들어섰다.

성하은은 그녀를 보는 순간 눈을 치켜뜨고, 짧게 숨을 내쉬었다.

성하은 팀장
“…하…”

당장이라도 소리칠 듯한 얼굴이었지만, 지금 이 자리엔 멤버들도, 다른 팀 직원들도 너무 많았다.

결국 그녀는 티나지 않게 고은을 옆구리로 툭툭 건드리며 불쾌감을 흘려보냈다.

도겸은 그 상황을 멀리서 지켜보다, 작게 눈썹을 찌푸렸다. 그리고 바로 움직였다.


도겸(석민)
“형.”

도겸이 매니저에게 조용히 다가가 말을 건넸다.


도겸(석민)
“저 커피 좀 먹고 싶어요. 스태프분들 뭐 드신대요?”

매니저
“어? 갑자기? 잠깐만.”

매니저는 당황했지만 이내 주변을 돌아보며 스태프들에게 커피 메뉴를 물어보기 시작했다.

고은을 데려가려던 성하은은 뜻밖의 상황에 당황해, 슬쩍 웃으며 대충 메뉴를 정리했다.

그러고는 고은에게 속삭였다.

성하은 팀장
“니가 가서 커피나 들고 와.”

차가운 눈빛이 고은의 옆 얼굴을 베듯 스쳤다. 고은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밖으로 향했다.

매니저가 그녀와 함께 나갔고, 도겸은 그때를 놓치지 않았다.


도겸(석민)
"형!"

스튜디오 문을 나서는 고은과 매니저의 뒤를 따라 도겸이 소리쳤다.

두 사람은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매니저
“뭐야? 왜?”

매니저가 물었다. 도겸은 입꼬리를 들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도겸(석민)
“아, 나 먹고 싶은 메뉴를 못 정하겠어. 직접 가서 고를래요.”

매니저
“…엥?”

매니저는 황당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도겸(석민)
“그니까, 제가 갔다 올게요. 형은 다른 멤버들 챙길 준비하셔야 하니까 들어가 있어요!”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겸은 매니저의 등을 떠밀었다.

매니저
“아니 진짜 뭐야 이도겸~알겠어 빨리 와라~”

매니저는 의아한 얼굴로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 장면을 고은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도겸(석민)
“가죠, 고은스텝님!”

도겸이 환한 얼굴로 그녀를 향해 말했다.

임고은
“…네…?”


도겸(석민)
“아, 빨리요~”

그제야 정신을 차린 고은은 허겁지겁 그의 뒤를 따랐다.

임고은
“…아, 네!”

도겸은 먼저 걷기 시작했고, 고은은 조심스레 그 뒤를 따라갔다.

두 사람 사이에 처음으로, 단둘의 시간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