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누군가가, 내 편이 되어준 순간


커피가 든 캐리어를 번쩍 들며, 도겸은 여유로운 미소로 외쳤다.


도겸(석민)
“여기 커피 왔어요~ 다들 마시고 힘내요~!”

분주했던 공간에 잠시 여유가 흘렀다.

도겸의 음색은 어딘가 따뜻했고, 고은은 조용히 그의 옆에서 커피를 나눠주며 묵묵히 손을 움직였다.

한 사람, 또 한 사람.

스태프들이 커피를 받아들고는 짧은 인사를 건넸고, 도겸은 그 하나하나에 다정하게 답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성하은 팀장의 시선은 가시처럼 곁을 맴돌았다.

손에 쥔 음료를 마시면서도, 눈은 은근히 고은을 따라다녔다.

쉬는 시간이 얼마쯤 흘렀을까.

멤버들은 다시 하나둘씩 촬영 준비에 들어갔다.

고은은 조용히 소품들이 놓인 테이블 뒤편에서, 보석 쥬얼리들 및 소품 파츠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툭—

임고은
“…!”

성하은 팀장이 미간을 찌푸린 채 다가오더니, 그녀를 슬쩍 밀듯이 팔꿈치로 건드렸다.

탁, 와장창! 거리는 소리가 매웠다.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보석 장식들과 소품들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반짝거리던 파츠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몇몇은 부딪혀 파손되었다.

작지 않은 충격음에 현장의 시선이 고은 쪽으로 쏠렸다.

성하은 팀장
“…어머!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내가 조심히 다루라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성하은의 목소리는 단번에 공간을 찢었다.

그러나 최대한 실수때문에 타박하는 것이다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그녀는 자신이 밀어놓고도 당당하게 고은을 노려보았다.

임고은
"... ..."

고은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바닥에 깨진 파츠들.

자신의 손에 들려 있던 소품. 억울했다.

도저히 자신의 실수가 아니었지만, 그 어떤 항변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바닥에 쭈그려 앉아 흩어진 파편들을 하나하나 줍기 시작했다.

성하은 팀장
“…어우, 이걸 어떡해. 협찬 받은 거라 비싼 것도 많은데…

성하은 팀장
내가 관리 잘하라고 했지 않니? 이건 다 물어내야겠네, 아휴…”

위에서 내려다보는 목소리.

성하은의 입꼬리는 짙게 말려 올라갔고, 스태프 몇몇은 고개를 저으며 수군거렸다.

???
“쟤는 항상 문제야.”

???
“골칫거리라니까.”

누구 하나 고은 편에 서지 않았다.

멤버들 역시 각자의 준비에 집중하며 이 상황을 스쳐 지나갔다.

그때.


도겸(석민)
“에이~ 하은 누나~”

낯익은 목소리. 그러나 톤이 다소 가볍고 장난스러웠다.

그 말투 하나로 순간의 공기가 무너졌다.


도겸(석민)
“내가 봤는데, 누나가 책상 옆 지나가다가 부딪혀서 떨어진 거잖아~”

성하은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성하은 팀장
“…도, 도겸아…? 그게 무슨…”

도겸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두 팔을 접은 채 가볍게 기지개를 켰다.

그러고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도겸(석민)
“누나 실수한 거 민망해서 그런 거지? 히~


도겸(석민)
아이~ 뭐, 비싼것도 아니고 보석 좀 깨졌다고 스태프한테 다 물게 하면 누가 일하겠어요~


도겸(석민)
괜찮아요, 내가 비밀로 해줄게요. 다들 비밀~ 히힛~”

살짝 윙크까지. 성하은의 얼굴이 굳었다.

당황한 기색을 감추려는 듯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성하은 팀장
“…아, 아하하… 그, 그러게…”

고은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조용히 바닥에 앉아 파편을 줍던 손이 멈췄다.

자신의 입으로 하지 못했던 말을— 누군가가, 그것도 공개적으로, 해준 것은 실로 없었던 일이었다.

임고은
“저… 정리하고 오겠습니다.”

입술을 떨며 파편을 든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빠르게 벗어났다.

도겸은 그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다, 아무렇지 않게 촬영을 재개하자는 듯 환하게 웃었다.

???
“다들 준비되셨죠~ 이제 촬영 들어가요~”

감독의 말이 들려오고 하지만 그 웃음 속의 눈빛은 단 하나의 방향만을 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