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실 걔,

Episode 01. 창고 안, 수상한 문

시끌벅적 자유로운 점심시간.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교실안에서 수다를 떠는 아이들,

그리고 학교운영을 돕는 자치회.

자유시간을 누리는 다른 아이들과는 반대로

우리 자치회는 오늘도 귀한 시간을 뺏어 회의를 위해 집합한다….

창문을 통해 서늘한 여름바람이 들어오고,

슬슬 한명 두명씩 자치회 친구들이 회의실로 모이기 시작한다.

" 으아… 맨날 모이냐 우리는! "

" 그러게.. 좀 한번에 끝낼순 없나? "

" 괜히 놀지도 못하고..... "

" 지긋지긋한 자치회! "

잦은 회의 때문에 불만이 커진 몇명은 투덜대며 자리에 앉는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자기들이 하고싶어서 들어온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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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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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그.., 너무 투덜대진 말고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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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너네도 하고싶어서 자치회 지원한 게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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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끝나면 항상 간식 주시니까 우리 빨리 끝내고 간식 받자..!

" .....네, 부장언니. "

나는 그 지긋지긋한 자치회의 부장. 즉, 대장이다.

아이들은 내 말 몇마디에 금방 꼬리를 내리고 조용해졌다.

모두가 모였을 때 쯤, 앞문으로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 안녕하세요 ~ "

선생님

너무 자주 모여서 그런가?

선생님

다들 힘이 쭉 빠졌네~

선생님

오늘은 빨리 끝나니까 조금만 버티자 얘들아.

선생님

혹시 회의 짼 그런 불성실한 친구는 없겠지?

선생님

없다고 믿고 바로 시작할게~

선생님

오늘은 다음주 행사 역할분담하고 안내 몇가지 하고 마칠거야.

선생님

그 전에….

선생님

여주야, 여기있던 화이트보드 창고로 옮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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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회이트보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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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아, 어제 회의 끝나고 필요 없을 줄 알고 옮겨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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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다시 가져올까요?

선생님

어어, 가져와줄래?

선생님

다른 애들은 종이랑 펜 나눠줄테니까 하나씩 갖고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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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화이트보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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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여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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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빨리 가야겠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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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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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흠.

갑자기 창고 안에 있는 또 다른 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1년 넘게 이 학교를 다니면서 저 문으로 들어가 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들어가 볼 생각 조차도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따라 호기심이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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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진짜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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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들어가볼까…?

터벅

터벅 -

터벅_

가까이 가니 인기척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아니, 느껴졌다.

신발과 바닥이 쓸리며 미끄러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있는게 분명해서 직접 들어가보기엔 좀 겁이 났다.

그래서 반투명한 창문으로 뚫어져라 봐 보았지만,

너무 뿌얘서 거의 안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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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쓰읍, 근데 여기 들어가면 안된다고 저번에 그러셨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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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그래, 허락 받았냐고 물어볼 겸 들어가봐야겠다..!

철컥

철컥 -

나름 괜찮은 방법을 떠올린 나는 문을 살짝 열어보았다.

스윽 -

조그마한 문틈으로 안을 슬쩍 들여다보았다.

한쪽 벽이 거울로 되어있는 것을 보니 아마 무용실인 것 같았다. 우리 학교에 무용실이 있는줄은 전혀 몰랐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남자 한명이 사복 트레이닝복을 입고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며 춤을 추고 있었다.

우리학교 선생님 중 한분이신 것 같았다.

대충 확인만 하고 갈려했는데 춤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어릴 때 춤을 배운적이 있었기에 춤에 관심이 좀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춤 추는 남자를 계속 구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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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쯤 학원에서 친구들과 춤을 추던 내 모습이 생각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계속 구경하니 약간 힐링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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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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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아, 같이 춤추던 애들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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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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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어? 저 춤…

집중해서 자세히 보니 그 남자가 추던 춤은 내가 아는 안무였다.

노래 제목은 모르겠지만 배운 적이 있는 것 같은 익숙한 춤이었다.

반가움에 나도 모르게 남자를 따라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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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무슨 춤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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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으아, 노래가 기억이 안나ㄴ…

툭,

쿵 -!

쿵-

춤을 따라추다 실수로 옆에 있던 선반을 팔꿈치로 쳐버렸다. 때문에 높은 곳에 불안하게 놓여있던 색연필 바구니가 내 머리 위로 떨어졌다가 큰 소리를 내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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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아야! 내 머리..

머리는 머리대로, 팔꿈치는 팔꿈치대로 아팠다. 엉망이 된 바닥을 보며 탄식을 했다. 다친 부위를 문지르며 아파하고 있었는데 번쩍 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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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헐, 맞다.

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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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

큰일이 났음을 직감하고 무용실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당연히 춤을 추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고 크게 당황한 듯 보였다. 나도 마찬가지로 당황해 몸이 꽁꽁 얼어붙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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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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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 망했다… '

?

.....?

?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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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네....? 아, 그게...

터벅

터벅 -

터벅

터벅_

남자가 한걸음씩 내 쪽으로 걸어왔다.

가까워질수록 심장은 더 빠르게 뛰었다. 금방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

어떻게 오셨어요..?

내 앞에 마주한 남자는 문을 마저 다 열고 나를 수상하게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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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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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어..,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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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오, 오늘 날씨가 ㅈ, 진짜 좋아..요....

?

네?

머리가 새하얘진 나는 엉뚱한 소리만 해댔다. 너무 부끄럽고 미안해서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

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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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하하, 그럼 전 이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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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어어....!

창고 밖으로 빨리 나가기 위해 뒷걸음질을 치다 바닥에 놓여있는 색연필을 밟아버렸다.

미끄러지며 바보같이 넘어지기 직전이던 찰나,

텁 -

텁_

화악 -))

화악 -)

포옥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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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

?

……

?

괜찮으세요..?

뒤로 넘어질뻔한 내 팔을 급하게 잡던 남자는 내 허리를 감싸며 날 자신의 품 속으로 끌어안았다.

숨이 턱 막혀왔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걸 느낀 나는 잽싸게 남자 품에서 나와 대충 사과를 한 뒤 창고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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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ㅅ,선생님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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