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흰 눈이 소복히 쌓이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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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급실 -

윤정한!

정한아...! 정신이 들어?

... 으응,

너, 가는 길에 쓰러졌어. 알아?

.. 대-충 기억이 나.

정한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제 손을 머리 위로 올려놓았다.

머리 아파? 진통제라도 달라고 그럴까?

여주는 정한의 남은 손을 꼭 잡고 있었고,

지금은 괜찮아?

승철은 그런 여주를 바라보기만 했다.

.. 집에 가자, 남은 기간 병원 말고 너희들이랑 지내고 싶어.

그래도...

나 진짜 괜찮아. 얼른 가자. 책방 가고싶어.

.. 그래, 가자.

승철은 무언가 결심을 한 듯 싶더니 일어서선 주변 의사를 향해 무언가 말하는 듯 싶었다.

진짜 괜찮겠어?

이미 밑바닥이야. 더 이상 나빠질 수가 없으니까, 최악은 없을거야.

여주는 그런 정한의 말이 쿡쿡 쑤셔왔다.

그날 밤 병원에서 나와 책방에 가면서도 여주는 빌었다.

부디, 우릴 행복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불가능하겠지만,

세 명이 이렇게만이라도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 한돌 책방 -

근데.. 여주는 글 쓴다고 했잖아, 무슨 글이야?

음.. 승철이한테도 알려준 적 없는데, 우리가 주인공이야!

향산마을에 사는 젊은이들 이야기로 해석하면 될거야.

푸흡, 젊은이들이라니. 말하는 게 어르신이다?

암 그렇고 말고, 적어도 이 향산마을 경력으로는 어르신이지 뭘.

아이고 어르신~

야, 놀고 자빠졌다. 자빠졌어.

오, 씅철 ! 마당 청소 끝났어?

청소는 개뿔, 눈도 다 녹아서 쓸 것도 없어.

하긴, 거의 겨울의 막바지이긴 하지.

아, 벚꽃은 언제 피지. 벚나무 아래에서 책 읽는거 좋은데.

우리 작년에 책읽으러 나간 적 있잖아, 그때 꽃잎이 너무 많이 내려서 책도 못 읽었었는데.

푸흐, 그땐 우리가 너무 늦게 나갔어. 초봄에 나가면 괜찮을거야.

벚꽃.. 나도 보고싶다.

정한의 말을 마지막으로 그 누구도 말을 잇지 못했다.

동시에 여주는 벚꽃이 피길 바라지 못했다.

봄이 오면, 벚꽃이 피어 거리가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면,

그땐 정한도 없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