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흰 눈이 소복히 쌓이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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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돌 책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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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정한아, 또 책 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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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응, 이거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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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그치? 내가 예전에 읽고 사서 책방에 놔둔 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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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철

맞아, 그거 엄청 재밌어. 여주가 아끼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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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헐, 아끼는 건데 나 읽어도 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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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당연하지. 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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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오와... 감동이다, 강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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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수

여- 커피 좀 마셔.

지수가 책방 문을 열고 들어와 커피 네 잔을 건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세 잔, 시럽을 가득 탄 카페라떼 한 잔.

카페라떼는 늘 정한의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정한이 온 지도 1개월이 되가는 것 같다.

그동안 세 명, 아니 네 명은 고등학생때처럼 눈에띄게 빠른 속도로 친해졌다.

정한은 책방 안에서 소설책들을 읽어대는 일이 잦았고, 여주는 그걸 지켜보거나 옆에서 글을 썼다.

지수는 가끔 찾아와 간식을 선물해줬고, 승철은 늘 청소를 도맡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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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근데, 정한아. 가끔 궁금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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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응? 뭐?

글을 쓰던 여주가 문득 뒤를 돌아 정한을 향해 말을 꺼냈고, 정한은 여주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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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가-끔.. 너 내가 들어오면 뭔갈 다급하게 숨기는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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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응? 그런 적 없는데?

여주는 또 다시 정한이 거짓말을 하는것임을 단순에 파악했다. 그래도 여주는 모른 척 싱긋 웃어주었다.

늘 여주가 바깥에 나갔다 들어오면 정한은 책장에 무언갈 넣어두고는 후다닥 원래 있던 자리로 달려왔다.

여주는 그게 무엇인지 대략, 알 것 같았다. 한돌 책방에는 유아수준의 책들도 몇 권 있는데,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서도 보다보면 나름 재미있었기에

여주도 몰래 조금씩 봐왔다. 정한도 그럴것이라 생각했다. 유아 수준의 책을 본다니 누군가에게 알려진다면야 매우 부끄러울 일일테니 말이다.

그래서 여주는 싱긋 웃어주었고, 정한도 그에 미소로 답했다.

- 한돌 책방 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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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철

오, 강여주. 웬 일로 책방 밖으로 나오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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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아, 정한이 지금 자길래. 글 쓰면 노트북 타자소리 거슬릴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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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철

배려심도 좋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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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청소 다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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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철

응, 구석구석 끝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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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아이구, 힘들었을텐데. 열심히도 한다!

여주는 닿지 않는 손에 뒷꿈치를 들어 승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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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철

아하하, 너 어째 키는 고등학교때 그대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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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뭐..?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니가 더 자란거 아냐?

금방 당황해하며 패닉에 빠진 여주를 바라보며 승철은 흐뭇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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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철

야, 강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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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어? 응?

승철은 입이 잘 떼어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속으로만 삼키는 구나.

에라, 모르겠다. 뱉어버린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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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철

좋아해.

정말 입 밖에 내어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