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흰 눈이 소복히 쌓이던 날.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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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철

좋아해.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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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

시선이 맞닿았지만, 마음은 닿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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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 미안, 승철아.

여주가 고개를 푹 숙이자 승철은 애써 쓴웃음을 지었다.

이미 예상했던 결과라면서, 승철의 시선은 바닥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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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 이만 가볼게.

여주는 뒤돌아 무작정 걸었다. 걷기를 또 걷다가 걸음이 빨라졌다.

남은 승철은 주저앉아 건물 벽에 등을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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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철

..

승철의 짙은 한숨이 거릴 가득 메웠다.

- 한돌 책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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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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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 정한아? 정한아!

여주가 책방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땐, 누가 보아도 쓰러진것만 같은 자세를 한 정한이었다.

읽던 책은 바닥으로 떨어져있었고, 책을 두고 읽었던 것 같은 간이 책상에 정한의 상체는 그대로 엎어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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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정한아! 정한아!!

여주는 놀라선 정한의 등을 몇번이고 흔들었다.

그때 문을 열고 들어온 지수 또한 놀라 정한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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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수

여보세요, 거기 OO병원 맞죠? 여기 지금 성인 남성 하나가 -...

구급차가 도착하고, 정한은 실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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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수

여주야. 정한이는 내가 따라갈게. 너는 좀 정리되면 승철이랑 같이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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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

여주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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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수

괜찮아, 여주야. 정한이 분명 괜찮을거야.

지수는 여주를 부드럽게 안아 여주의 이마에 입 맞추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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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 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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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수

쉿, 그냥 지난 욕심 채우기니까. 천천히 와! 문자로 병실 알려줄게.

지수는 검지를 펼쳐 제 입에 갖다대고는, 금방 자신의 승용차에 탑승해 구급차를 좇았다.

지수가 떠나고 나서야 여주는 자신이 승철과 그닥 좋은 관계가 아니게 된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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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아, 어떡하지.

그 문제를 제쳐둔다고 해도, 승철이 보이질 않았다.

여주는 코트 주머니 속에 있던 휴대폰을 꽉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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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 뭐 어쩌겠어, 발로 뛰어 찾아야지!

여주는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