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흰 눈이 소복히 쌓이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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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 헉- 헉,

여주는 달리다 지쳐 주변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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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 젠장, 아- 어떡해.

정신없었던 탓에 길을 잘못 들었던것일까. 정신을 차려보니 전혀 모르는 곳이었다. 이럴 때 쓰라고 있는것이지! 휴대폰을 꺼내보니 들어보자마자 방전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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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충전 시켜놓을걸...

여주는 마냥 터벅터벅 걷다가 몸이 으슬으슬 추워지는 걸 느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시간이 얼만큼 지난 건지 하늘은 어둑어둑해지고 있었고, 여전히 앞은 모르는 길이었다.

여주는 지금, 한 마디로 망했다고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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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아, 진짜 이걸 어쩌지.

여주가 머릴 쥐어뜯으며 한참 같은 곳을 빙빙 돌고 있을 때, 누군가 여주를 불렀다.

???

어- 강여주...... ?

여주는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심장이 크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는, 아, 아니어야만 해. 제발. 이런 상황에서 마주치다니, 하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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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

.... 강여주.

여주는 속으로 몇번이고 외쳤다.

이번 생 정말 제대로 X됐다고.

- 향산 고등학교 -

당시 여주는 원우를 승철과 비슷한 시기에 만나게 되었다. 첫 만남은 같은 반 첫 짝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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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어, ..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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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

안녕.

첫 인상은 매정하기 그지없었다. 중학교때 좀 잘 나갔다던데, 그래서 그런가? 하며 여주는 별로 원우와 엮이고 싶지 않아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둘은 가까워지고 결국 사귀게 되었다.

그렇지만 둘이 연인이 되고 불과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선배 여학생들이 찾아왔었다. 원우랑 헤어지라고.

여주는 금방 이해가 되었다.

잘 나가는 집안에 받쳐주는 얼굴과 외모. 그 덕에 원우는 중학교 시절부터 노는 선배들의 푸쉬를 막강하게 받아왔고, 그게 여자친구인 본인에게까지 영향이 끼쳐온 것이다.

끔찍하게 아끼니까, 그럴 수는 있다고 생각했기에 여주 또한 물러나지 않았었다. 본인 또한 원우를 끔찍하게 좋아했기에.

처음엔 그러려니 했지만 점차 괴롭힘의 강도가 세지더니 결국 따돌림인 수준까지 되버렸고, 버티지 못해 원우와 이별을 고한 여주에게도 뭐가 부족한지 선배들은 계속해서 여주를 괴롭힐 뿐이었고.

원우는 그에 대해 별다른 제지를 하거나,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그렇게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남겨줘버린 근본적인 원인을 다시 마주하다니, 여주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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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야, 전원우. 그냥 갈길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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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

아니, 여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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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야, 내 말 못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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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그냥 서로 갈 길 가자고, 제발.

여주의 싸늘한 말에 원우는 꼼짝도 않고 여주를 바라보기만 했다.

두 사람 사이에 서늘한 기운만이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