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흰 눈이 소복히 쌓이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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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엽
2018.10.25조회수 163


원우
... 강여주.


여주
넌 알기나 할까? 평화로운 일상속에서도 고등학교 시절만 생각하면 두통이 물밀듯이 밀려와. 너랑 가까이했단 이유로 무차별적 가해진 폭행과-,

여주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시선을 바닥으로 꽂았다가,


여주
그걸 저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던 너.

이내 원우를 똑바로 쳐다보며 강하게 말했다.


여주
지금 이렇게 너랑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괴로워. 괴로워 죽을 것 같아.

원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지만 여주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원우
...

원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선 자신이 어떤 말을 꺼내던 진전이 없을거라 판단한 탓일까. 둘 사이엔 적막만이 맴돌았다.


여주
다시는 마주치지 말자.

여주는 뒤돌아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원우는 가만히 허공을 응시했다.


여주
씨... 방금까지 안 운다고 자찬했는데...!

빠르게 걷는 여주의 눈에는 눈물이 한가득 맺혀 곧 흘러내렸다.

몇 발자국 더 걸었을까, 여주는 후회하고 말았다.


여주
... 데려다달라고 할 걸.

아예 모르는 길로 들어서버린 여주의 입에선 입김이 뿜어져나왔다.


여주
.. 젠장할

여주의 입술은 새파래졌고, 온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 없었다.


여주
... 왜 이렇게 피곤하지.

여주는 무작정 주저앉았다.


여주
눈 -앞이, 자꾸 흐려져.

여주는 그대로 눈을 감았고,

마지막으로 들린 건,

누군가 다급하게 구급차를 부르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