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흰 눈이 소복히 쌓이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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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흘 전 OO병원 응급실 -


홍지수
.. 정한아, 좀 나아졌어?


정한
응. 어우, 머리아파.


홍지수
갑자기 쓰러져있어서 놀랐잖아.


정한
아하하, 난 괜찮아.


홍지수
정말 괜찮아야지 ...


정한
근데, 여주는?


홍지수
... 내가 여주한테, 너는 내가 같이 갈테니 여주는 승철이랑 오라고 했거든?


정한
.. 근데?


홍지수
.. 너무 안 와서, 방금 찾으러 다녀왔는데. 책방이고 집에고 강여주랑 최승철 둘 다 안보여.



정한
..... 아, 이런 미친.

정한은 낮게 욕을 읊조리며 누워있던 제 몸을 일으켰다.


정한
야, 홍지수.


홍지수
응?


정한
나 원망하지 마라.

정한은 말을 끝마치자 마자 지수가 상황파악을 하기도 전에 손에 꼽아져있던 링거를 거칠게 잡아 빼고는 병원 밖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홍지수
어, 야 !! 윤정한!

지수가 곧바로 정한을 뒤따라가 병원 밖으로 나가자마자 보인 풍경은-


홍지수
.....!

도로를 무작정 달리는 정한의 옆으로 매섭게 달려오는 트럭,

곧장 공중으로 떠올랐다 떨어지는 정한의 몸.


홍지수
수술 결과는.. 어떻게 됐나요..?

의사
음.. 전에 암 치료 흔적이 있더군요. 이 암은 치료할 수 있습니다. 최근 개발중인 신약으로요.


홍지수
.. !

의사
.. 다만,


홍지수
..네?

의사
이번 교통사고로 인한 충격이 큰 탓에 며칠간은 못 깨어나실 수도 있습니다.

지수는 하염없이 마른 세수를 해댔다.

의사
.. 죄송합니다, 저희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홍지수
아아.. 괜찮아요, 괜찮아요.

의사
보호자분이시죠? 중환자실로 같이 이동해주세요.


홍지수
알겠습니다.

수술실에서 나온 정한을 뒤따르는 지수의 낯빛은 생기가 돌지 못했다.


홍지수
... 그렇게 아직도 못 깨어났어.


여주
아, 아아. 아, 정한아....

여주는 제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는 오열하기 시작했다.

승철은 모든게 제 탓인것만 같아 쉽사리 고개를 들지 못했다.


홍지수
최승철, 네 탓 아니야.


홍지수
그니까, 그니까..


홍지수
고개 좀 들어 -...

병실에는 울음소리만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