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흰 눈이 소복히 쌓이던 날.

17

- 일주일 뒤 한돌책방 -

봄이 찾아왔다.

거리는 하얀 벗을 녹이고 분홍 꽃잎을 차려입는다.

누군간 이렇게 너 없는 봄을 서술한다.

위의 세 문장은 여주의 책에 들어가는 부분 중 일부이다.

이틀 전, 여주는 상태가 회복되어 무사히 퇴원하고 멈추었던 원고 마감을 시작했다.

승철과 여주, 지수는 1인 병실로 옮겨진 채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 정한에게 자주 찾아갔다.

승철은 정한 앞에서 자주 울적해졌고, 그나마 회복 된 여주와 지수는 정한이 잠든 동안의 이야기들을 매일같이 해주었다.

오늘은 책방 앞 벚나무에 벚꽃이 폈어, 흐린 날이 아니었지만 불꽃놀이도 했어. 모든 이야기의 끝이 정한의 부재로 직결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결말이었기에, 그들은 점차 담담해졌다.

또 다른 불꽃이 일은 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날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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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승철아, 이 문장 좀 어색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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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철

어디 봐봐, 괜찮은데?

여느때와 다름없는 하루중에, 책방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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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엇, 어서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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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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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 전원우?

여주의 눈동자가 크게 일렁였다.

여주는 승철의 손을 꽉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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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어쩐 일이야, 여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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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

... 미안하다고, 전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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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수

그게 미안하다고 해결 될 일일까?

지수가 책방 안쪽에서 걸어나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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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그건, 원우가 제일 잘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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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

.. 미안해, 정말.

원우는 힘없이 여주 앞에 무릎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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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야, 일어나. 전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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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

.....

원우는 여주의 말을 듣더니 힘겹게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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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 일단, 저번에 구급차 불러준 건 정말 고맙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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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철

.. 강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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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어떻게 됐던 날 구해준 건 너였잖아. 그건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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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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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그렇다고 과거의 일이 사라지거나, 잊을 수 있는게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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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아직도 내 머릿속에 선명한걸.

원우는 쉽사리 고개를 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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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그래도, 이제는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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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철

... 아, 강여주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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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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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너 용서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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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수

그치. 우리 여주가 천사라서 봐주는거야, 전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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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철

강여주 아니었으면 넌 지금 두발로 못 걸었다.

원우는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셋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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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좀 앉아. 너 다리 다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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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

.. 어떻게 알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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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뻔할 뻔자지. 이번 일로 그 선배를 찾아갔다가 된통 당한 거 아냐? 방금 너 비틀거리기도 했고.

원우는 부정할 수 없다는 듯 눈만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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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수

그 새끼들은 아직도 그런 짓 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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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철

한 번 이상한 새끼들은 영원히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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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그니까 앉아, 치료해줄게.

원우는 얌전히 앉아 여주의 치료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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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

-....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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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알았음 됐어. 이만 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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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수

다음에 또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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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철

홍지수 너 너무 막 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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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수

아하하, 너무 갔나?

셋은 원우를 문 밖까지 배웅해주며 장난쳤다.

원우는 조금 후련한 미소를 지으며 유유히 책방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