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미학

#5 - 미증유

김여주

다녀왔습니다!

가빠진 숨을 고르게 내쉬려 노력하며

현관문에서부터 큰 소리로 인사를 내뱉었다.

김여주

아주머니, 아직 과외 선생님 안 오셨…

“아, 안녕하세요. 아가씨.”

여주는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

이 사람은 뭐지?

잘 다녀왔다며 내게 마주 웃어주던 평소의 아주머니 대신

다른 분이 그 자리에 서계셨다.

“저는 오늘부터 새로 일하게 된…”

김여주

잠시만, 오늘부터 새로 일하게 되셨다고요?

“네, 네에…”

표정 관리가 잘 안 됐다.

내 표정에 지레 겁을 집어먹은 새 도우미 아주머니는

계속해서 말 끝을 길게 늘이셨다.

죄송하지만 평온한 얼굴로 그 분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김여주

그 전에 계시던 분은요.

김여주

전 아주머니는 어디 가셨는데요.

“그게… 저도 잘…”

김여주

하…!

미처 참지 못한 헛웃음이 터져나옴과 동시에

집 안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김여주

또 자기네들 마음대로…

“네…?”

아주머니의 얼굴은 하얀 것을 넘어 거의 파랗게 질린 채였다.

아, 나 지금 표정이 어떻지.

나는 그제서야 경직된 얼굴 근육에 힘을 빼고

아주머니께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어 보일 수 있었다.

김여주

아주머니께 하는 말 아니니까 신경쓰실 필요 없어요.

김여주

과외 선생님은 혹시 오셨나요?

“아니요… 아직 안 오셨어요.”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이 기분으로 오늘 수업 내용을 제대로 머릿속에 담을 수 있을 지가 걱정이었다.

김여주

과외 선생님 오늘 안 오실 거예요.

“네? 하지만 오늘 오시기로…”

김여주

그러니까 제 말은, 과일 같은 거 준비하실 필요 없다고요.

이미 깎으신 건 뭐, 어쩔 수 없죠. 하고 빙긋 웃어보였다.

과외 선생님께 오늘 오실 필요 없다는 문자 메시지를 막 전송한 여주는

아주머니께 가볍게 묵례하고 2층의 제 방으로 올라갔다.

여주의 은은한 미소를 가만 바라보시던 아주머니는

이내 부엌으로 돌아갔다.

여주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얼굴을 와락 구겼다.

더 이상 미소를 유지하기엔 부아가 지나치게 치밀어 올랐는데.

때마침 부엌으로 들어가셔서 참 다행이라고.

여주는 방문을 닫자마자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수신음이 끊겼다 다시 이어질 때마다

침대 시트는 사정없이 구겨져 갔다.

김여주

지금 이게 뭐하자는 거예요?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여주는 매섭게 쏘아붙였다.

김여주

전 아주머니는 왜 자르셨는데요.

김여주

제가 그 분 많이 의지하고 좋아했던 거 아시잖아요.

김여주

뻔히 다 알면서 왜 멋대로…!

[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니? ]

김여주

엄마! 진짜 이럴 거예요?

엄마

계속 선을 넘기에 잘랐어.

사용인 주제에 네가 자기 딸이라도 되는 것마냥 나한테 뭐라고 하길래. 하며 휴대폰 너머의 엄마는 더 할 말이 있냐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김여주

…그래도 저한테 한 마디 말이라도 해주실 수 있었잖아요.

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그 분이 나에게는 엄마보다 더 엄마 같은 사람이었다고.

이 집구석에서 유일하게 좋은 게 바로 그 분이었다고.

그러나 입을 열려고 할 때마다

우는 소리가 흘러 나올 것만 같아서,

그저 입을 꾹 닫는 수밖에 없었다.

엄마

그래, 다음번부터는 얘기라도 해주마.

엄마

바쁘니 이만 끊는다.

전화는 그렇게 끊겼다.

나는 아랫입술을 감싸 물었다.

김여주

아… 진짜.

짜증 난다.

학교 생활도, 이 망할 집구석도, …제 일도 아니면서 참견이나 해대는 이석민도.

전부 다 짜증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