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고양이
에피소드 3


※ 이 작품 속 계절은 겨울입니다.


문별이
"으음······."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은은한 빛에 눈을 떠보니 서랍 위에 놓인 디지털시계에 09시 37분이라고 떠져있었다.


문별이
"일어나야지······."

덜컥-


문별이
"······."

터덜터덜 걸으며 거실을 나오다 문득, 베란다를 쳐다보았다. 아무 생각도 없었던 것 같다. 그저, 혹시나 해서 쳐다본 게 다였지만 텅 빈 베란다만이 눈에 들어와 다시 고개를 돌려 화장실로 들어갔다.

오늘은 별이만 카운터를 보는 날이었기에 카페 안에는 별이와 아르바이트생들만 있었다.

그렇게 점점 손님들이 많아지며 시간이 지나니.

딸랑~


문별이
"어서오세,"


김용선
"어?"

여기서 만나네. 저 사람.


문별이
"······ 안녕하세요."


김용선
"네, 안녕하세요."


김용선
"저 아이스 초코 작은 거 하나 주세요."

저런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실 거 같은 차가운 얼굴에 에 아이스 초코를 마시네. 커피 좋아할 것 같이 생겼는데.


문별이
"네, 아이스 초코에 휘핑 올려드릴까요."


김용선
"아, 잠시만요."

용선은 잠시 당황하며 폰을 들었고, 별이는 그저 가만히 용선을 쳐다보며 서있었다.

용선의 폰 너머로 들리는 기계음이 좀 빨리 끊기더니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 음성은 마치 여보세요라고 하는 것 같았고, 난 그다음인 용선의 말에 놀랐다.


김용선
"어, 휘인아."

휘인? 내가 아는 그 휘인인가? 아, 그럼 이 아이스 초코는 그 사람 것이겠구나. 방금 전 저의 생각에 무안함이 돌 때쯤. 몇 마디의 통화를 끝낸 용선이 다시금 말을 걸어왔다.


김용선
"아이스 초코에 휘핑 올려주시고, 큰 걸로 다시 부탁드릴게요."

용선은 어제 보여줬던 그 미소를 보여주며 카드를 내밀었다. 일단 일은 해야 했기에 카드를 받고 메뉴를 다시 읊어주며 카드를 긁었다.


문별이
"네, 여기요."

말을 끝내자마자 곧바로 감사하다며 카드를 받은 용선이 근처에 있던 소파에 가 앉았다. 뒤를 돌아가며 메시지를 하는 것 같은 용선에 상대방은 휘인인가 생각했다.


문별이
'······ 재수 없어.'

마음속으로만 삼킨 말을 누르고 아르바이트생에게 아이스 초코 주문을 알려주었다.

철컥-


김용선
"휘인아-."


정휘인
"사 왔어?"


김용선
"응, 자-."

소파에 앉아 폰을 하고 있던 휘인에게 웃으며 손에 들린 차가운 아이스 초코를 쥐여줬다. 아이스 초코를 받은 휘인이 환하게 웃으며 자세를 고쳐앉고 아이스 초코를 쫍쫍 마셨다.


김용선
"꼬모는?"


정휘인
"몰라, 조용한 거 보니까 방에서 자나 봐."


김용선
"그래?"


정휘인
"아, 근데 베란다 막아놓으니까 꼬모가 베란다 나갈 때마다 되게 실망한 표정으로 돌아오더라."


김용선
"······ 넌 그게 보여?"


정휘인
"응! 아, 이 아이스 초코 어디서 샀어?"


김용선
"왜?"


정휘인
"되게 맛있어서!"

휘인은 말을 하며 컵홀더를 보았고, 용선은 손으로 컵홀더를 가렸다.


김용선
"여기 가지 마."


정휘인
"왜?"


김용선
"······ 안 좋아."

용선은 말을 하며 컵홀더를 빼 쓰레기통에 버렸다. 휘인은 뭐가 안 좋냐며 계속 물었지만 용선은 그저 입을 닫고 부스스한 휘인의 머리를 정리해 주었다.


안혜진
"혹시, 그 사람 좋아해?"

진심 내가 왜 말했을까를 속으로 반복했다. 한숨으로 위장한 담배 연기를 밖으로 내뱉고는 아직 모르겠다고 답했다.


안혜진
"얘기 들어보니까, 일단 호감이 있긴 하네."


문별이
"몰라,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도 오래됐어."


안혜진
"하긴, 고등학교 1학년 때가 마지막이지?"


문별이
"2학년 일 걸. 1년 사귀고 수능 때문에 헤어졌으니까."


안혜진
"그러네. 아, 언니 학생 때는 남자든 여자든 다 쓸어 담았는데."


문별이
"뭐래-."

별이가 헛웃음을 짓자 혜진도 같이 웃다 필터까지 피워버린 담배를 버리고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안혜진
"가자, 다 피웠어?"


문별이
"응."

별이도 마지막으로 한 번 담배를 빨아들이더니 손가락을 튕겨 철로 된 쓰레기통에 넣었다.


문별이
"이게 나야-."


안혜진
"운이 좋네."


문별이
"운이라니, 실력이야."


안혜진
"지랄, 빨리 와."


문별이
"예예~"


문별이
"아- 피곤해."


안혜진
"어? 여기 타투숍 생겼네."


문별이
"그러네, 여기 있던 미용실 망했나 보다."


안혜진
"한 번 가볼래?"


문별이
"타투를 또 하자고?"


안혜진
"언니는 종아리랑 왼 팔에만 했잖아."


문별이
"이럴 때만 언니지."


안혜진
"아, 나 여기에 한 번 하고 싶은데."


문별이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안혜진
"없어.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문별이
"그럼 안 돼. 얼른 와."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단호한 말투로 말하니 혜진이 투덜댔지만 버리고 가겠다는 저의 말에 쪼르르 달려와 같이 집으로 향했다.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니 혜진이 잽싸게 튀어나와 얼른 문을 열라고 재촉했다.


문별이
"너 춥지?"


안혜진
"지금 우리 집 들어가면 남극이 따로 없을 거야."


문별이
"귀찮게 맨날 우리 집 와."

철컥-


정휘인
"어?"


문별이
"어-."

갑작스레 열린 옆집 문에 놀람도 잠시 보인 휘인의 얼굴에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휘인은 두꺼운 목도리에 파묻힌 하관과 머리 위에 쓴 비니, 발목까지 덮는 롱패딩을 입고 있었고. 정말 웃음이 안 나올 수 없는 모습이었다.


정휘인
"흐아, 안녕하세요!"

목도리에 묻힌 입을 겨우 꺼내 인사를 건네는 휘인에 또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문별이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휘인의 롱패딩 지퍼는 다 열려있었고. 그 안에는 반바지와 긴팔이지만 얇아 보이는 티셔츠가 보였다. 저 모습으로 나간다면 얼어 죽을 것 같았다.


문별이
"지퍼 안 올리세요?"


정휘인
"네?"


문별이
"지퍼요."

검지 끝으로 양 끝이 떨어져 있는 지퍼를 가리키니 휘인이 멋쩍은 듯 웃었다.


정휘인
"아, 저 이게 롱패딩이 길어서 제가 하려고 하면 지퍼가 안 올라가서요-."


문별이
"그럼 그러고 밖에 나가시게요?"


정휘인
"저 바로 앞에 있는 편의점 갈 거라 괜찮은데!"

내가 안 괜찮은데. 결국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빼 휘인에게 다가가 허리를 숙여 지퍼를 잡았다.


정휘인
"ㅇ, 어어, 저 괜찮,"


문별이
"아니에요. 지금 밖에 엄청 추워요."

지익- 엄청 부드럽게 잘 올라가는 지퍼에 웃으며 계속 올렸다. 그렇게 가슴팍까지 지퍼가 올라갔을 때

띵-

그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문이 열리는 소리에 휘인이 본능적으로 엘리베이터를 바라보았다.


정휘인
"어? 언니?"

언니? 언니라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려다 갑자기 나타난 사람 형체가 지퍼를 잡고 있던 별이의 손목을 잡았다.


문별이
"······ 아-."


문별이
"또 만났네요."


김용선
"······ 그러네요."

손목을 좀 세게 잡아오는 손에 아파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정휘인
"언니, 여기는 어쩐 일로 왔어?"

둘의 미묘한 기싸움이 시작되려다 그 정적을 깨는 휘인의 말에 순간적으로 용선이 손에 힘을 풀었다.


김용선
"너 왜 나왔어."


정휘인
"라면 먹고 싶어서 집 앞 편의점,"


김용선
"언니가 일 곧 끝난다고 말 했잖아."


정휘인
"······ 맨날 곧 끝난다고만 하고 늦게 오잖아."

당황한 용선의 표정에 별이는 재밌다는 듯 웃으니 용선이 그걸 보고 또 손목을 세게 잡아왔다


문별이
"아, 이것 좀 놓으세요."


김용선
"······."


문별이
"제가 휘인 씨 멱살이라도 잡았나요-."


김용선
"그럼 쓸데없는 오지랖 부리지 마요."

용선은 별이의 손을 놓더니 휘인을 데리고 휘인의 집으로 들어갔다.

쾅!


문별이
"하- 진짜."

아직도 얼얼한 손목에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내가 오지랖을 부리던 말던 지가 뭔 상관인데?


안혜진
"아, 좋았는데-."


문별이
"뭐가 좋아. 난 아직도 손목이 아파."


안혜진
"아까 손 하얘질 때까지 꽉 잡던데?"


문별이
"상관없어. 추우니까 빨리 들어가자."


정휘인
"나 배고픈데······."


김용선
"언니가 내일 빨리 밥해줄게. 오늘은 늦었으니까 그냥 자자."


정휘인
"······ 근데, 언니."


김용선
"응?"


정휘인
"아까 왜 그랬던 거야?"


김용선
"······."


정휘인
"말 안 할 거야?"


김용선
"그 사람, 그냥 안 좋아."


정휘인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김용선
"네가 말했잖아. 담배도 피우고, 전에는 몸에 문신까지 있었어."


정휘인
"착한 사람일 수도 있잖아."


김용선
"그냥 촉이 안 좋아. 가까이 지내지 마."


정휘인
"아니, 언니!"


김용선
"언니 말 들어."


정휘인
"······."

용선을 보며 한참을 서있던 휘인이 용선의 곁으로 가던 꼬모를 안아 들어 올리고는 거실로 나갔다.

덜컥-

쾅!


김용선
"······ 하-."

그런 휘인의 모습에 용선은 한숨을 쉬고 손으로 머리를 짚을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 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용선이 손을 거두고 옆에 있던 액자를 바라보았다.

그 액자에는 어린 용선의 손을 잡고 있는 더 어린 휘인이 담겨있었다. 액자 속의 용선은 마치 긴장돼 보였고, 휘인은 용선을 보며 웃고 있었다. 용선은 손으로 휘인의 얼굴을 쓸다가 액자 속 어린 용선의 뒤에 보이는 휠체어를 보고 다시 탁자 위에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