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소행

2 규칙

아버지께서 말해 준 규칙들.

첫째,

절대로 감염자들과 눈을 맞추지 마라.

둘째,

최소한의 경로로 집과 성당을 왕복해라.

셋째,

쓸데 없는 연민을,

품지 마라.

렌더는 성당으로 가던 중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감염자를 보았다.

렌더는 그런 감염자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녀의 머릿속을 세번째 규칙의 글자가 지나갔다.

렌더는 어떻게 할 수 없어 그냥 지나갔다.

성당에 도착한 렌더는 성직자의 옆에 서서 기도했다.

여느 때와 다르게 사람들의 온기가 없어진 성당은,

너무나도 차갑고 적막했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렌더는 기도했다.

종식을 간원하면서.

찍찍-

성직자

쥐가 들어 온 모양이구나.

성직자

사람도 없으니 굳이 잡지 않아도 괜찮겠지...

어린 렌더

열심히 기도해요.

어린 렌더

신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 주실 수도 있지 않나요?

성직자

그렇지.

성직자

우리의 마음이...

성직자

악마를 이길 수 있다면 좋겠구나.

기도가 끝난 뒤,

렌더는 집으로 가기 위해 성당의 문을 열었다.

렌더는 천천히 걸어갔다.

시민

아아...

의사가 지팡이로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을 찌르자,

그 사람은 신음소리를 냈다.

리시 트리컬

아직 살아 있는 것인가.

리시 트리컬

하지만 이내 죽겠지.

리시 트리컬

손을 쓰기에도 이미 늦은 터,

리시 트리컬

안녕히.

리시 트리컬

신의 품으로 가시기를.

렌더는 그 의사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녀의 머릿속에선,

윤리와 방역이 대립하고 있었다.

리시 트리컬

어린 이의 눈엔 참혹하기 그지없죠.

리시는 렌더를 의식하고 있었다.

리시 트리컬

지금은 날 악마로 봐도 좋아요.

리시 트리컬

이 가면도 무섭게 보일 테니까.

리시 트리컬

나중엔,

리시 트리컬

생각이 달라지면 좋겠네요.

그 의사는,

까마귀 가면을 쓰고 지팡이를 든 채,

유유히 걸어갔다.

렌더의 눈에 비치는 그의 모습은,

악마와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