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마침표

마지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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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보세요."

태형이 네 목소리를 듣자마자 울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나는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고 이야기했다.

김여주

"태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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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김여주

"지금 내 연락이, 이 전화가"

김여주

"너를 또 힘들게 할 것 같다면 미리 이야기해주라."

김여주

"이렇게 갑작스럽게 전화해서 하는 말이 고작 이거라서 미안해. 난 아직까지도 이기적인가봐."

숨소리가 들렸다. 얕다고 하기엔 컸고, 그렇다고 화가 나 보이지는 않았다.

내가 말을 마친지 1분 정도가 지났을까, 태형이는 정적을 깨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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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7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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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나 이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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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평생 어린애처럼 살아갈 수도 없고. 나 다 잊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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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오히려 내가 미안해. 먼저 연락 못해서."

그래. 벌써 7년이었다.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스물 일곱살인 나에게 7년은 긴 시간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내가 아무말 하지 않자, 태형이가 말을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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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주 너 결혼하는구나."

김여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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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축하해, 진심으로."

그 날, 나는 태형이와 긴 통화를 나누었다.

7년동안 쌓아둔 이야기를 고작 3시간만에 푼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잘 지냈냐는 안부 인사, 그거 하나만으로도 시간은 금방 갔다.

전화를 끊고,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다음 달, 5월의 신부가 된다는 것이.

오빠와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린다는 것이, 비로소 실감나기 시작했다.

"야, 너 결혼한다며!"

"진짜 축하해. 난 너 결혼할 줄 알았어."

"행복하게 잘 살아라, 진짜 ㅋㅋㅋ"

너와 일곱 번의 사계절을 함께했다.

처음으로 함께하는 겨울은 무지 추웠고, 그 다음해의 봄은 꽃이 예쁘게 피었다.

3년째의 여름은 눈부셨고 뜨거웠으며, 너와 함께하는 네 번째의 가을은 처음으로 울적하기도 했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다 보니 너와 함께하는 1년은 금방이었다.

여섯 번째 함께한 겨울은 눈이 펑펑 쏟아져 내렸다.

연애라는 이름으로 7년째의 마지막 봄을 보낸 지난 4월.

앞으로는 부부라는 명칭으로 너와 평생의 사계절을 함께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다.

힘든 시간이라고는 없었다. 너라면 모든 게 좋았고 행복했던 나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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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야. 나 진짜 떨려 죽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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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수능 볼 때 눈 하나 깜짝 안하고 한국대 붙은 놈 맞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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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임용 보기 전 날 미역국 먹은 놈 맞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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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나 진짜 손에 막 땀이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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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몇 분 남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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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진짜 얼마 안남았어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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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나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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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전정국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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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ㅇ, 으응...!

"신랑 분 입장하실게요~"

한 발, 두 발. 내 걸음으로 하얀 드레스를 입고 활짝 웃고 있는 너와 점점 더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김여주

사랑해.

내게 네게, 네가 내게 반지를 끼워주며 환하게 웃자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진심으로 기뻐하며 눈물을 흘리는 우리 엄마. 흐뭇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는 우리 아빠.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있는 너를 보니, 나도 눈물이 한 두방울 맺히기 시작했다.

이 시간속에 혼자 멈춰진 것만 같았다.

7년간의 연애.

그 마침표가 찍혔다.

6개월 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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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왜. 뭔 일인데 그렇게 뜸을 들이는데ㅋㅋㅋㅋ"

"야, 네가 안 들어줄 거 아는데..."

"진짜 미안한데 내 소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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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ㅋㅋㅋㅋㅋㅋ"

"소개팅 한 반만 나가주라...!"

"아니 내가 아는 후배인데... 예쁘고 성격 좋고 학벌 좋고 집안 좋고 진짜 완벽하거든."

"우연히 네 사진 보여줬는데 너 소개 시켜 달라고 떼를 써서. 나 얘한테 전에 크게 빚진 거 있거든..."

"너 거절할 거 아는데...! 그래도 딱 한 번... 어떻게 안됄까 태형아. 이 장덕호의 마지막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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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알았어. 할게."

"...?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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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소개팅 한다고ㅋㅋㅋㅋ 예쁘다며."

"ㅇ, 야. 너 진짜지? 말 바꾸기 없기다? 응?"

요즘 내게 크게 달라진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여자였다.

7년이라는 시간 덕에 안그래도 희미해져 가는 감정에 결혼이라는 말을 덧붙이니 제대로 된, 조금의 미련도 남지 않는 포기가 쉬웠다.

내 스스로도 마음을 정리했다고 확신 할 수 있었다. 어느 순간 여주 생각을 단 한번도 하지 않고 있는 나를 보며 말이다.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해본 모솔이라는 수식어를 떼고 싶었다. 이제는 소개팅도 자주 나갔다. 나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여자를 굳이 쳐내지도 않았다.

행복했다.

인생은 순탄했고, 하루하루를 웃음기 가득하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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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자기 오늘 회사 마지막 날이지.

김여주

응. 오늘 진짜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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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안 그만둬도 되는데. 내가 미안해.

김여주

아니야. 오빠랑 결혼하면 회사는 바로 관두려고 했어.

김여주

우리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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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이제?

김여주

애도 생각해야 하고...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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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진짜? 너 닮은 아이 낳는거야?

김여주

응. 오빠랑 나 쏙 빼닮은 애 낳자.

김여주

그렇게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자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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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우리 여주는 다 계획이 있구나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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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여보 일찍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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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내가 엄청 맛있는 음식들 잔뜩 해줄게.

김여주

헐. 나 6시에 바로 올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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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응응. 뽀뽀.

쪽-

김여주

오빠 잘 다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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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여주 너두.

마침표를 찍었으니, 새로운 시작도 있어야 했다.

지금껏 행복했던 너와 함께한 나날들. 이제는 너의 남자친구가 아닌 남편으로, 우리 미래 아기의 아빠로.

앞으로 더더욱 행복할 이야기를 써나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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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아, 여보!

김여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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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사랑해.

지금까지 « 연애의 마침표 » 를 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연애의 마침표

끝.

베스트 댓글

마지막 베댓은 이 분...💕👏🏻

정말 애정이 많은 작품이기도 하고, 그만큼 신경을 많이 썼던지라 저도 완결이 아쉽네요😭

마지막화인만큼 손팅은 꼭 부탁드려요...🙏🏻 꼭...!

짧은 외전으로 뵙겠습니다🙇🏻‍♀️ 감사해요💕

+ 댓글과 응원, 별점까지 꼭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