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쪽지로 주고받는 마음
3_가만히 앉아있는거 싫어하거든



최승철
그러게 늦긴 왜 늦어가지구.

최승철도 나와 똑같이 늦는 바람에 수업에 참여를 못하고 계단에 앉아 반 애들을 보며 가만히 앉아있었다.


여가을
그러면 너는 왜 늦었는데?


최승철
잤지...


여가을
븅신.


최승철
욕 노노해.


최승철
그보다 그 소문 진짜냐?


여가을
무슨소문?


최승철
너 좋아한다는 애.


최승철
그냥 애들이 지어낸거 아닌가.


여가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여가을
짐작가는 애도 없고.


최승철
널 좋아하는 애가 어디에 있다고.


여가을
뒤질래?

최승철의 등을 손바닥으로 내리친 뒤, 자리를 옮겼다.

최승철과 최대한 떨어져 앉으니 입술을 쭉 내밀고 날 보는 최승철이었다.


여가을
뭘봐.


최승철
흥.



시아와 최승철은 쌤의 심부름으로 같이 오질 못해 혼자서 급식실에 왔다.

자리를 잡고 숟가락을 드는데 앞자리에서 의자를 끄는 소리가 들렸다.


홍지수
혼자 밥먹어?


여가을
아, 어.


여가을
친구들이 심부름 가서 혼자왔어.



홍지수
그럼 나랑 같이먹자.

어제도 느꼈는데 홍지수는,

옅은 미소가 참 예쁜 아이인 것 같다.


여가을
응. 같이 먹자.


홍지수
아까 체육시간에 계단에 앉아있던 것 같았는데.


홍지수
어디 다쳤어?


여가을
다친거 아니야. 수업에 늦게 갔거든.


여가을
그래서 앉아있었지.


여가을
너는 체육 늦지 마.


여가을
가만히 앉아있는거 지루하거든.


홍지수
알겠어. 늦지 말아야겠다.


홍지수
나도 가만히 앉아있는거 싫어하거든.


여가을
응,응. 가만히 있으면 움직이고싶고 막 그러지 않아?


홍지수
맞아.

홍지수가 웃으며 내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나랑 꽤 잘맞는 듯 했다.




윤정한
가을아, 지수야!


여가을
아 윤정한.

윤정한이 복도 끝에서 달려왔다.


윤정한
너희 뭐야? 친해진거야?


윤정한
둘이 같이 밥먹었어?


홍지수
응, 같이 밥먹고 왔어.


윤정한
나 없었는데 목구멍에 밥이 잘 넘어갔나봐?


여가을
응. 아주 잘 넘어갔다.


여가을
너 있을때보다 더 잘 넘어갔어.


윤정한
뭐?


윤정한
지수 너도?

윤정한이 홍지수를 빤히 쳐다봤다.



홍지수
응, 맛있더라.

홍지수는 날 보며 윤정한의 말에 대답을 해주었다.

쟤 왜 저렇게 웃어,

괜히 사람 착각하게...


여가을
그나저나 너 어디가는 중이야?


윤정한
친구들이랑 축구.


윤정한
내가 꼴찌로 내려가는거라 애들한테 죽었어.


여가을
축구?

홍지수도 움직이는거 좋아하는 것 같던데.


여가을
지수는? 안가?


윤정한
얘가 축구를?


윤정한
얜 활동적인거 싫,


홍지수
아냐아냐, 해야지.

홍지수가 갑자기 윤정한의 입을 틀어막고는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홍지수
하러 가야지...


윤정한
푸후웁,! 치워!


윤정한
너가? 축구를?


홍지수
몰랐어?


홍지수
나 축구 엄 - 청 좋아하는데...


윤정한
헐...


여가을
그럼 둘이 가봐.


여가을
난 휴게실 갈거야.


홍지수
아...


윤정한
풉,

윤정한이 홍지수를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난 무시하고 내 갈길을 갔다.




여가을
쪽지 안가져간건가.

휴게실에 오니 아까 끼어놨던 그 자리에 쪽지가 그대로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쪽지를 펼쳐보았다.


여가을
어, 다른거다.

내가 답장을 남겨준 쪽지가 아닌, 새로운 쪽지였다.


' 밥 맛있게 먹었어? '

먹고 와서 쓴건가.

일단 답장을 써주었다.

' 응 맞있게 먹었어 너도 맛있게 먹었지? '


여가을
근데 진짜 누구지...


여가을
얘만 날 알고, 난 모르는게 좀 억울한데...


여가을
아, 종이 가져와야겠다.




잠시 교실에 갔다가 휴게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 공책에서 찢은 종이에다가 샤프를 끄적였다.


' 너는 날 아는데 나는 널 모르잖아... 너가 누군지 알려주면 안돼? '


여가을
안알려준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거겠지.

네번 접은 뒤 그 쪽지와 함께 끼어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