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의 보디가드
♤14.



황지아
흐어어어어엉-


황민현
왜 또 울어 황지아


황민현
나 자주 오잖아


황지아
그래도오...가지마아..


황민현
아이고...아직 애네 애


황지아
오빠는 안 슬퍼?


황민현
나도 당연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잖아


황지아
흐어어어어엉


전웅
야단났네

나 원래 이렇게 눈물 많은 사람이 아닌데..

이번 한달 동안은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서 오빠랑 자주 붙어있지 못했고, 그게 너무나도 후회스러웠다. 이제 1년은 못 볼텐데 내 마음 알아 줄 사람 없어서 어떡하지.

전웅이 내 속 썩이면 오빠한테 바로 하소연 하고 싶었는데 오빠가 가면 그러지도 못 하겠네.

공항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로 쏠렸다.

다 큰 성인이 애인도 아니고 친오빠를 붙잡고 울고 있는데 이게 얼마나 진귀한 관경이겠는가.

보다못한 전웅이 나를 말리기 시작했다.


전웅
이러다 형 비행기 놓쳐 그만 떨어지자


황지아
비행기 그까짓거 돈 좀 퍼부으면 되잖아 흐어어엉ㅠㅠㅠㅠㅠ


전웅
안 돼 그러니깐 나와


황지아
오빠...도착하자마자 나한테 전화해야해 알았지이..


황민현
네네 알겠습니다요

몇십분간의 투쟁 끝에 드디어 오빠를 놓아주었다.


황민현
웅아 지아 잘 부탁한다 보다시피 아직 애야


황지아
애는 무슨!!


황민현
에휴 황지아 너도 웅이 힘들게 하지 마


황지아
흥!


황민현
할아버지, 아빠, 엄마 저 갈게요

아 맞다. 할아버지랑 아빠랑 엄마랑 다 같이 왔지.

가족이지만 아까 모르는 사람들이 날 보고 있다는것을 인식했을 때보다 더 쪽팔렸다.


황지아
아이씨...

쪽팔림에 얼굴이 빨갛게 잘 익은 사과처럼 되었을 때 쯤, 오빠가 게이트를 통과했고, 나는 그런 오빠에게 손을 열심히 흔들어주었다.


전웅
야 ㅋㅋㅋㅋ너 눈 붕어 같아 ㅋㅋ


황지아
놀리지 마라


전웅
그러면 붕어를 붕어라고 하지 뭐라고 해

진짜 진심 한대만 치고 싶다.




...


황지아
뭐?


황지아
또 호출이야?


황지아
이번엔 또 왜 부르는건데?


전웅
나도 몰라


전웅
아마 또 회사 어쩌고 저쩌고 하는 잔소리만 늘어놓으시겠지

아침 일찍부터 분주하게 나갈 채비를 하는 전웅에게 도대체 어딜 가는거냐고 물으니, 또 그 망할 집안에서 호출 했다고 한다.

간섭을 할거면 하고 버릴거면 그냥 확 버려버리던가 어중간하게 평소에는 신경도 안 썼다가 갑자기 호출하고 이게 뭐야.


전웅
다녀올게 오늘 하루만 혼자 있어 금방 올거야


황지아
알았어

뭔가 불길한 마음에 보내주기 싫었지만 그래도 집안에서 부른거니 내가 어찌 할 바가 없었다.





전웅
저 왔어요 아버지

아버지
언제까지 그 계집아이 뒤꽁무니만 쫓아다닐래


전웅
계집아이라뇨 말 조심하세요 그 친구도 이름이 있고 누군가에겐 정말로 소중한 사람입니다

아버지
이 놈이 진짜 여자에 환장을 했네

아버지
내가 너를 그렇게 키웠느냐?


전웅
아니요 그렇게 안 키우셨죠


전웅
정확히 말하면 키우는거 자체를 안 하셨죠


전웅
어린아이를 방치해두는 것도 엄연한 아동학대입니다

아버지
말대꾸 하지 마

오기 전까지는 혹시나 아버지의 성격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왔었지만, 더 더러워졌으면 더 더러워졌지 절대 나아지진 않았다.

아버지
이 회사를 물려받을 네가 이렇게 빼뚤어지면 어떡하라는 게냐


전웅
뭔가 착각을 하시고 계신 것 같은데 저는 이딴 회사를 물려받을 생각 단 1도 없습니다


전웅
저한테 주실 바엔 그냥 차라리 사촌동생한테 주시던가요

아버지
네 작은아버지 아들 말이냐?


전웅
자기 조카를 그딴 호칭으로 부르는 사람은 아마 아버디 밖에 없을겁니다

아버지
...웅아

아버지
너는 네가 태어난 이유를 아느냐?


전웅
모르기도 하고, 알고 싶지도 않고,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
바로 회사를 잇기 위함이었다

아버지
나랑 네 어머니는 원래 자식 계획이 없었어

아버지
그런데 자식을 안 낳으면 회사가 네 작은아버지한테로 가잖니

아버지
내가 너를 낳은 이유처럼 너는 회사를 이어받아야 한다

아버지
그러니 나한테서 넓은 아량을 원한다면 일찍이 포기하고 물러나거라


전웅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역시 내 아들 눈치는 빠르지

아버지
그러면 내가 무슨 말을 할려고 하는지도 잘 알테고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나는 회사를 물려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고, 내가 그것을 완강히 거부하면 혈연관계는 언제든지 끝맺을 수 있다...뭐 그런거다.

애초에 부모라는 사람들 한테서 사랑을 바라지도 않았던 터라 그 얘기를 듣고도 그냥 무념무상했다.

아니, 그러길 바랬다.

무념무상은 개뿔 아무리 알았어도 아버지한테 직접적으로 그런 얘기를 들으니 슬픔이 밀려왔다.

미국에서 그 난리를 쳤으니 아버지가 이젠 나를 만만하게 보지 않을거라는 내 예상은 정말 완벽하게 틀려버렸다.

아버지한테 난 언제까지나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로보트였다.




금방 오겠다던 전웅이 집에 온 시간은 거의 퇴근시간과 맞먹었다.

평소같았으면 잔뜩 삐진듯한 표정으로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투덜댔겠지만, 오늘은 그럴 수가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부터도 전웅의 얼굴은 그다지 밝아보이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슬그머니 쇼파에서 일어나서 전웅에게로 다가간 후, 그냥 겉옷을 벗겨주고 등을 토닥여주는 것 밖에 할 수 았는게 없었다.

다 괜찮아 라는 눈빛으로 바라봐주자, 전웅은 곧 내 팔을 당겨 품 안에 가뒀다.

원래 이런 어리광을 부리는 사람이 아니라는걸 잘 알기에 더더욱 당황했지만 그래도 내색할 수가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그냥 전웅이 하는대로 다 따라주는게 최선이니깐.


전웅
지아야


황지아
응?


전웅
너는 절대로 나 떠나면 안 돼


전웅
나 버리지마 알겠지?

뜬금없는 말을 내뱉은 웅이의 얼굴에는 밖으로 표출되지 않은 슬픔과 외로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흐르지 않는 눈물이 보이는듯했고, 마음 속으로는 얼마나 울고 있을지 짐작이 가능했다.


전웅
진짜로...나는 너마저 없으면 못 살 것 같아


황지아
바보 같은 생각 좀 하지 마


황지아
내가 널 왜 버려


전웅
...고마워


황지아
도대체 거기 가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진 모르겠어


황지아
딱히 네가 먼저 말해주기 전까지는 알려달라고 조르고 싶지도 않고


황지아
그렇지만 뭐가 어떻든 난 언제나 네 편이야


황지아
그것만 기억해

이 작은 한마디가 무슨 힘이 되겠냐만은 나는 웅이에게 작은 쉼터가 되어주고 싶었다.

강인해보이는 그가 내 품에서는 잠깐이라도 눈물을 훔칠 수 있기를.

그게 내 소망이었다.


전웅
나..회사 물려받을까?


황지아
마음대로

웅이가 회사 때문에 나를 자주 보지 못하는게 괜찮다면 그건 분명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를 믿기 때문에 그게 뭐든지 다 감수 할 수 있었다.


황지아
물론 지금 보다는 조금, 아니 좀 많이 바빠지겠지만, 네가 그렇다고 해서 나를 소홀히 할 건 아니잖아


전웅
응


황지아
그러면 됐어


황지아
일도 하고 연애도 하면 너희 쪽 회장님도 분명 좋아하실거야


전웅
쓰읍 그건 아닐 것 같은데


황지아
쳇 그럼 말던가


전웅
ㅎ 아니야 네가 하는 말이면 다 맞는거야


황지아
윽...뭐래..


전웅
아 왜에 ㅎ

지금 나의 기분을 묻는 질문을 받는다면 음...

난 행복하다.

이 시간만 영원히 지속 됐으면 좋겠다.

웅이도, 나도, 그리고 현재의 우리의 모습도 다 영원히 그대로였으면을 바란다.

하지만

이들은 곧 자신들에게 어떤 위기가 닥쳐올지 전혀 알지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