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작을 죽인 시녀

1. 메리 앤

트리거 경고.

해당 작품에는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불건전한 소재(방화, 살인 등)가 사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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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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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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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앤

그런 게 아니야...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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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앤

나는 절대로...

메리는 욕실 문을 닫아버린 채, 공포감에 잠식된 얼굴로 뒷걸음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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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저 브랜튼

크어... 아악...!

문 너머로 윈저 백작의 끔찍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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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앤

아... 아...

욕실 안은 불바다였다.

때문에 백작의 몸이 타는 날 것의 냄새가 메리가 있는 곳까지 진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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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그녀는 백작의 하나뿐인 시녀였으며

오늘 저녁 그녀의 업무는 여느 날처럼

샤워를 마친 그에게 수건과 막 달궈진 양초를 건네는 일이었다.

저벅 저벅-

그렇게 평소대로 백작저를 가로질러 올라가며,

그저 내일의 제 형편이 오늘보다는 나아지길 빌어볼 뿐이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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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일까?

메리는 자신이 백작에게 그것들을 전해주려다,

그만 불 붙은 양초를 그의 몸에 쏟아버린 것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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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저 브랜튼

으아악!!!

타닥 타닥-

괴로운 단말마를 지르며, 오일을 바른 툽툽한 몸뚱이 위로 불길이 치솟던 것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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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앤

꺄악-!

그녀는 귀를 찌르는 비명과 함께 그 앞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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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앤

허억... 헉......

명망 높은 윈저 백작이 죽은 짐승 같은 눈을 한 채 타들어가는 것을 멍하니 지켜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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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정신을 차린 메리가 할 수 있었던 건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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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앤

으욱, 웩...

끔찍한 참상이 담긴 백작의 방에서 도망쳐 나오는 것뿐.

벌컥-

그녀는 그렇게 덜덜 떨리는 오른손으로 구역질이 나오려 하는 입을 틀어막으며,

연기가 자욱한 방 안에서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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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낱 시녀가 벌인 전대미문의 백작 살인 사건은

제국 내에서 그 소문을 잠재울 새도 없이 빠르게,

아주 빠르게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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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앤

...

철컹-

양옆으로 병사들의 철웅성같은 감시를 받아

손에는 수갑을 찬 채 끌려가는 그녀의 모습은

브랜튼 백작가의 모두를 혼란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하녀들

세상에나, 몸에 불을 지펴 죽였다지?

하녀들

그렇게 주인님의 총애를 받더니, 미친 X. 은혜를 원수로 갚았어.

메리는 그저 묵묵히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저와 같은 방을 쓰며 유일하게 살갑게 굴던 하녀장의 흔들리는 동공을 보고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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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앤

어디로... 가는 건가요?

병사 중 하나에게 물었다.

병사

오후에 재판이 열리니, 그 전까지는 투옥하라는 명령이다.

이에 별다른 말 없이 메리는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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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앤

...

차갑고 날선 수갑의 감각에도 어젯밤의 기억이 뇌리에서 지워지지가 않아

메리는 고요히 괴로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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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컹-

요란한 소리를 내며 메리를 가둔 철장이 굳게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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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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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앤

햇빛...

눅눅한 곰팡이 위로 기다란 벌레가 기어다니는 황궁의 산하 감옥에서 그녀가 의지할 데라고는,

창가로 뻗어나오는 한 줄기 빛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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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앤

이제... 꼼짝없이 살인자 신세야.

바깥의 자신을 역겨워하던 수많은 시선들을 되새겨 보자니

이대로 빠르게 눈을 감는 쪽도 썩 나쁘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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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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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앤

으흑...

훌쩍-

그렇게 치부해버리기엔 메리는 아직 어리고 유약했다.

그녀는 몰락해버린 자신의 가문을 살리려 브랜튼가에 팔리다시피 오게 된 소녀였다.

이 가녀린 눈시울을 적신 원흉이 브랜튼가에 있음을 누구도 부정할 순 없을 것이었다.

그녀에게 있어 그곳은, 잔악한 악몽과 다를 바 없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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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보다 격이 아래인 하녀들은 어리고 순하다는 이유만으로 메리를 배척했다.

하녀들

주인님 수발 드는 게 뭔지, 우리처럼 이런 허드렛일 안 해서 좋으시겠네.

하녀들

맞아. 부럽다 부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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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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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앤

그게, 저는...

하녀들

귀하신 몸이니까 이해해야죠, 우리 영애님. 참... 밤일도 일인가?

하녀들

푸하하! 그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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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앤

...

의도를 알 수 없는 모욕적인 언사는 물론이고,

메리의 자리에 몰려가 부러 짐을 풀어헤치거나 옷을 찢어놓는 만행들이 몇 개월 내내 줄을 이었다.

그녀가 하녀장과 함께 방을 쓰게 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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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메리의 지옥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하녀들의 말대로 백작이 메리에게 손을 대는 날이 빈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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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앤

흑...

명예롭고 자애로운 백작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은 늘, 인간의 도리를 등진 거대한 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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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저 브랜튼

메리? 이리 오렴.

꺄악-

그녀는 울부짖었고, 때때로 그 비명은 복도까지 가닿았으나

넓은 성 안에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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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메리는 인내했다.

자신은 앤 가문의 대표로 온 몸이니까. 그런 신분으로서, 조금만 잘못해도 모든 게 틀어져버리니까.

아침의 해를 바라는 마음으로 새벽 내내 겨우 삼켜왔던 원망은

의도치 않은 한순간의 사고로 갈 곳을 잃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 화살은, 지금 제게로 와 꽂힌 것일지도 모른다.

메리 앤 image

메리 앤

내 의지였다면 적어도... 이렇게 괴롭진 않았을 텐데.

철창 속에서 메리는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재판이 열리고 브랜튼가의 사람들이 이런 제 모습을 보고 어떤 말을 쏟아낼지,

어떤 비웃음을 보낼지, 따위가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메리 앤 image

메리 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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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앤

아아...

"차라리 죽고 싶어."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에,

끼익-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철제문이 활짝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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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앤

...?

벙쪄 있는 메리의 앞에는 한 남자가 경비병과 함께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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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브랜튼

마리...

병사

메리 앤입니다.

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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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브랜튼

아, 그렇죠. 메리 앤.

그는 전에 없던 해사한 미소를 보내며, 그녀에게 선뜻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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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브랜튼

잠시 가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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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브랜튼

당신이랑, 얘기를 해 봐야 될 것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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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앤

...

윌 브랜튼.

그는 죽은 백작의 첫째 영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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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_

쥔공이 너무 불쌍하네요....

그치만 더 불쌍해질 예정이에요.

작중 배경은 새싹 파릇파릇 봄이지만 분위기가 겨울이라 마지막에 겨울 사진을 넣어 봤어요.

로판을 잘 몰라서 고증이 많이 부족할 수도 있어요. 조금 이상하더라도 눈 감아주세요.

간곡히.... 부탁.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