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작을 죽인 시녀
3. 아셀 브랜튼



3. 아셀 브랜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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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셀 브랜튼, 그는 윌 브랜튼과 상당히 다른 결로 사교계에서의 유명인사였다.


아셀 브랜튼
자기, 오늘은 내 별장으로 갈까?


공녀
어머, 나야 좋지-


공녀
그런데 자기 아버지가 뭐라 안 하셔?


아셀 브랜튼
하하, 괜찮아.


아셀 브랜튼
형이라면 몰라도 나같은 놈은 신경도 안 쓰시는걸.

일주일에도 대여섯 번씩 끼고 노는 여자들이 바뀌는가 하면,

덥석-


아셀 브랜튼
이걸 어째, 예쁜 손이 다 까져버렸네.


하녀 1
도, 도련님...


아셀 브랜튼
있어 봐요 아가씨.


아셀 브랜튼
내가 약이라도 발라드릴 테니.


하녀 1
앗...

발그레-

그 대상이 높은 신분이고 천한 신분이고 간에 가릴 것 없이 여지를 내주고 다니는 터라,

귀족 놈팽이들 중에서도 가장 질이 나쁜 놈팽이 취급을 받았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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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그를 둘러싼 각양각색의 소문들 중에서 암묵적으로 정설로 인정받았던 설이 하나 존재했는데,

바로 아셀 그가 지체 높은 가문의 차남임에도 행실을 바르게 하지 않는 이유가

일찍이 좌절된 승계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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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셀 브랜튼
다들, 내가 가주가 될 수 없어 차라리 악심을 품고 가문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거라던데.

스윽-



아셀 브랜튼
그대는 어째 생각하시는지요.


메리 앤
...


아셀 브랜튼
정말 그렇게 보이나요?

아셀은 호숫가 앞의 난간에 걸터앉아, 어김없이 백작의 방으로 향하는 메리의 발길을 붙잡았다.


메리 앤
저는... 감히 그런 생각도...

난감하기 그지없어 하는 그녀의 어두운 낯빛에 아셀은 피실 웃으며 난간에서 훌쩍 내려왔다.


아셀 브랜튼
어디로 가시는 중일까요? 우리 아가씨는.


메리 앤
...백작님의 호출이 있어서요.


아셀 브랜튼
가만 보면 저희 아버지도 참, 못나시단 말이죠.

그는 멈춰 선 메리에게로 다가가, 드레스 어깨 쪽의 인위적으로 찢어진 자국을 슬쩍 건드리며 말했다.


아셀 브랜튼
자꾸 편애하는 티를 내셔서,


아셀 브랜튼
꼭 이렇게 질투하는 사람이 생긴다니까요.


메리 앤
...

마치 그녀의 말 못할 고충을 제가 다 알기라도 한다는 듯.


아셀 브랜튼
뭐, 제가 질투난다는 소리예요.

그는 종내엔 실없는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서 물러났다.

그것이 그동안 메리와 아셀 사이의 유일한 대화, 였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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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녀는 더더욱 이 상황이 이해되지가 않았다.


신관
그게 사실입니까?


아셀 브랜튼
예, 모두 사실입니다.

아셀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청중석으로 몸을 돌려 연설하기 시작했다.


아셀 브랜튼
백작은 사별한 전 부인과 얼마 후에 맞이한 새 부인마저 병으로 떠나보낸 뒤,


아셀 브랜튼
깊은 우울감에 빠져 최근까지도 바깥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윌 브랜튼
아셀!


윌 브랜튼
지금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거야!

이에 노한 윌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음에도 아셀은 눈 깜짝 않고 말을 이어갔다.


아셀 브랜튼
오래된 정신병력... 그 끝은 안타까운 분신자살이었습니다.

척-


메리 앤
...


아셀 브랜튼
당초 그 자리에 없었던, 애꿎은 시녀를 끌어들이면서까지 말이지요.

그는 또 한 번 메리를 쳐다보았고, 이에 메리는 빠르게 눈을 피했다.


메리 앤
무슨... 생각이야 대체.

병사들이 흥분한 윌을 저지하고, 법정 안의 모든 입과 귀가 바쁘고 움직이고 있을 때즈음,


신관
증인은,

굳게 닫혀 있던 신관의 말문이 열렸다.


신관
재판 이전에 윈저 백작의 정신병력을 증빙할 의원의 진료기록들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

그런 그의 손 안에는 곱게 말려진 양피지 같은 것이 쥐어져 있었다.

팔락-


신관
조사 결과, 이 모든 것은 사실.


메리 앤
...!


신관
사건을 목격한 정황 증거, 용의자 메리 앤의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 있는 사용인들의 증언까지 더하여


신관
증인 아셀 브랜튼의 증언은, 그 실효성이 인정되겠습니다.

탕 탕-


신관
따라서 죄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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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시녀 메리 앤에게 내려진 법정의 최종 판결은

무죄였다.


메리 앤
...

그것도 모자라 메리는 불과 몇 분 뒤에 다시 백작저로 돌아가야 했다.


메리 앤
...뭔가가 이상해.

그녀는 지금껏 이렇게 빠르고 명료하게 결론지어진 재판을 본 적이 없었다.

철컹-

병사
나오십시오. 마차가 준비되었습니다.

특히 제국 동토의 과반을 소유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그 영향력이 막대한 백작의 죽음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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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으로 모습을 드러낸 아셀은 재판 전 치밀하게 증거를 확보해놓은 것으로 모자라,

단 몇 마디로 순식간에 모든 흐름을 제게 가져왔다.

하지만 그 정도로 그에 대한 신임이 두터운가?

브랜튼가의 버려진 차남이?

게다가... 메리는 자신을 위해 저택의 사람들이 가짜 증언을 꾸려주었다는 점도 의심치 않을 수 없었다.

저벅 저벅-

끝끝내 지우지 못할 의문들을 가슴 깊이 파묻은 채, 메리는 경비병을 따라 감옥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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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일련의 일들을 겪고 돌아온 메리에게는 꽤 큰 독방이 배정되었다.

배려, 라고는 하지만 누가 보아도 배척에 가까웠다. 살인자와 같은 방을 쓰고자 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테니까.


메리 앤
...다신 오고 싶지 않았는데.

문질-

메리는 이제 홀로 쓰게 될 침대에 앉아 방금 빤 듯한 보송한 솜이불을 쓰다듬었다.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저택 안 모두가 제게 보낼 불신에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할지, 고민하던 때였다.

벌컥-


아셀 브랜튼
메리 양?


아셀 브랜튼
아, 역시 여기가 맞았군요.

예고도 없이 방문을 열고 들어온 그가 반가운 얼굴을 본다는 양 해맑은 표정을 지었다.


메리 앤
도련님...? 여긴 어쩐 일로...


아셀 브랜튼
전할 말이 있어 직접 찾아왔어요.

감옥에서 풀려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까닭에, 뒤늦게 자신이 남을 맞이하기엔 다소 부끄러운 옷차림을 하고 있다는 걸 자각한 메리는,

우왕좌왕하며 이불로 제 몸을 가렸다.


메리 앤
주, 준비되면 바로 나가도록 할게요...!


아셀 브랜튼
좋아요. 그럼 십 분 뒤에 뒤뜰 정원에서 봐요.

그는 천천히 하라는 듯 손짓하며 방을 나갔고, 메리는 그런 아셀의 뒷모습을 잠시간 얼떨떨하게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메리 앤
무슨 얘기일까...

그녀는 단지, 그 얘기가 백작에 대한 것만 아니라면 좋겠다고 소원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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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_

이 글에는 슬픈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사담까지 다 썼는데 글이 한 번 날아갔다는 겁니다. 팬플러스 나에게 왜 이럽니까.

표지는 어떤가요? 이상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