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답게 바람피는 방법
1장_'어릿광대'편 : 광대는 웃는다


루시아
하아....

농밀한 한숨이 희뿌연 연회장사이로 사라져간다. 왕비의 한숨도 찡그려진 표정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채 파티는 이어져만 간다.

루시아
정말로, 무슨생각이십니까 폐하? 파티에 마약을 뿌리다니 대체...

왕비는 짜증을 여실히 드러냈다. 도덕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약을 태워대는 연기로 숨이 안쉬어진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였다.


민윤기
어쩔수없다. 전쟁의 공적을 치하해주는 의미에서다.

루시아
마음에 들지않네요


민윤기
루시아, 너는 전쟁터를 경험해보지못했지않은가. 말을 말라. 이것은 가장 좋은 방법이다.


민윤기
...그리고, 왕족이 주최하는 마약파티라니 재미있지않은가.

미친것같은 왕의 웃음이 연회장을 가득 채워도 사람들은 신경쓰지않는다. 예의도 정신도, 와인과 함께 들이킨지 오래다.

왕비는 이상한 포인트에서 화가 나 있었다. 저를 '루시'라는 애칭이 아니라 루시아라고 부른 것 때문이었다.

루시아
쯧, 더러운것들

왕비는 괜히 투정을 부렸다. 약에 취해 바닥을 기어다니는 사람들이 더럽다는 핑계였다.

경박한 웃음소리와 와인잔을 나르는 소리, 이따금 들려오는 신음소리가 연회장을 꽉 채우고있었다. 평소 청초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왕비의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들리지않았다.


민윤기
그리 투정부리지 말아라. 예의없는 자가 있다면 그 목을 치면 될 일이다

루시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이 자의 목도 당장 쳐야겠군요

왕비는 새하얀 손가락을 뻗어 제 발밑을 가리켰다.

고급스러운 차림새를 한 남자가 게걸스럽게 왕비의 구두를 핥고있었다.

탕, 완전히 약에 취해 헤롱이던 남자가 한발의 총성에 둔탁한 소리를 내며 쓰러져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루시아
감사합니다 폐하


민윤기
뭘, 됐다. 내 것을 지키는일은 내가 해야지.

루시아
그렇습니다. 미천한것들 사이에 있으면 폐하의 소유물인 저의 격이 내려가니까요

루시아
그러니...저것과 함께 놓아지는것은 끔찍하게 싫군요. 부디 덜 아끼는 쪽을 부수어주시길

왕비는 형식적으로나마 입술에 걸쳐져있던 웃음을 없애고 거만하게 손을 들어 올렸다.

손끝에 자리한것은 왕과 왕비를 향해 다가오는, 왕의 옆자리에 준비된 '또다른' 옥좌의 주인공이었다.

세레네
후...해독제가 없었다면 저들 사이에서 나뒹굴뻔했네요.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폐하.


민윤기
내가 말하지않았는가. 이 약은 생각보다 독하다. 해독제를 챙겨가지 않았다면 10분도 버티기힘들었겠지

루시아
하, 이왕이면 약에 취해 추태를 보이며 다녔으면 좋았을텐데요


민윤기
루시아, 험한 말을 삼가라

루시아
마음에 들지않아요. 어째서 저년과 동급이라는 취급을 받아야하는지 이해할수없, 아니 이해하지않습니다.


민윤기
후...세레네는 엄연히 이 나라의 2왕비다

세레네
그래요 언니, 저 또한 이나라의 왕비입니다

루시아
측비주제에...

루시아
폐하, 저와 세레네의 사이가 좋지않다는것을 알면서도 세레네의 옥좌를 폐하의 곁에 마련한것은 어째서입니까?

루시아
이러려고 저를 파티장에 자리하게 하셨습니까? 정말로 나쁘신 분. 저는 이만 돌아가보도록 하죠.


민윤기
잠시 기다려라. 곧 광대가 나올것이다

루시아
광대....입니까?


민윤기
그렇다. 대상회 3개가 모여 경영하는 서커스단의 공연이지. 보고싶지않은가

왕비는 망설였다. 짜증이 난 상태이지만, 왕궁에서 나갈수없는 왕비로서는 서커스관람은 흔치않은 기회.

루시아
....칫, 이 공연만 보고가도록 하지요

왕비는 입술을 깨물고 자리에 도로 앉았다.


박지민
3J상회가 자랑하는 서커스, 시작합니다

서커스는 매우재미있었다. 그러나 옆에서 2왕비가 꺄르륵 대는 소리를 들을때 마다 왕비는 저년이 없었다면 훨씬재미있었을텐데요, 라는 말을 내뱉으려다 참았다.

정말로 왕은 여자의 마음이란 모르는 사람이다.

애초에, 자기와의 결혼식에 자기의 앙숙인 이복 여동생을 데려와 갑작스레 신부로 삼는것이 말이되는가?

루시아는 입술을 물어뜯다 말고 한 남자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김석진
에★ 너무하시네요! 저희가 애써 준비했는데 아무도 봐주지않고


김남준
약에 취한사람에게 너무많은걸 바라지마라 진


박지민
그래요 진, 저희는 이 개돼지들에게 공연을 보여주러 온것이 아닌 아리따운 왕비님과 폐하께 공연을 보여드리러 온것이니까요.

재상, 공작, 후작...자신보다 훨씬 지위가 높은 사람들을 가볍게 개돼지로 취급한 남자를 보며 왕비는 눈썹을 모았다.

지민, jm상회를 고작 3년만에 대상회로 끌어올린 지략의 소유자였나. 왕비는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입꼬리를 올렸다.


김석진
에~! 그런가요! 왕비님들, 보고계십니까?

분홍색 머리의 남자가 손을 붕붕 휘두르며 물어왔다. 저 사람, 지나치게 가볍네.


박지민
조용히하시라구요 진, 자, 그럼 저희 서커스의 가장 큰 자랑거리, 어릿광대 뷔를 소개합니다.


김태형
반갑습니다

푸른색의 우스꽝스러운 옷을 차려입었지만 그 몸매와 외모는 빛났다. 광대가 피식 웃었다. 마치 자신을 향해 웃는것같다고, 왕비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