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왕자님은 오늘도 아름답습니다

05

나플리

아..혹시..노아 왕자님이세요?

나는 몰랐던 척하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역시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이 노아 왕자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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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그래, 맞아. 여기서 잠시 지내고 있는 중이야.

나플리

음, 여장하신 건.. 찾아오는 영애들 때문인 건가요?

드레스를 입은 그의 모습은 웬만한 여자보다도 아름다웠다. 목까지 내려와 살랑이는 금발과 바다를 담은 듯 푸른 눈동자는 신비롭기까지 하다. 나는 그의 얼굴을 홀린 듯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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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너무 뚫어지게 보는 거 아냐?

나플리

.....아! 죄, 죄송해요...!

내가 미쳤지...외모에 홀려서 넋 놓고 보고 있었다. 민망함에 어색하게 미소짓자 그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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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찾아오는 영애들 때문에 여장한 건 맞아. 안 그럼 꽤나 귀찮아지거든.

나플리

역시 그러셨군요.. 그런데 왜 에릴 고모님 댁에 계신 거에요? 왕궁에 계시지 않으시구요.

나는 궁금한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본다. 그는 그런 나를 내려다 보더니 눈가를 휘며 미소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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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결혼하기 싫어서 도망쳐 나왔거든.

나플리

그러셨군요...아? 네에???

그가 결혼이라니! 게임을 플레이할 땐 그런 스토리 진행은 없었다. 아예 그를 볼 수조차 없었으니까. 도대체 그와 혼담이 오가는 여자가 누군지 궁금해졌다.

나플리

결혼이라니....누, 누구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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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음..누구더라. 이름이 분명...세이라였나?

나플리

세, 세이라...영애요?!

나는 턱이 빠질 만큼 입을 벌리며 놀랐다. 세이라 영애가 그렇게 집착할 정도로 그를 찾았던 이유가 혼담 때문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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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영애가 막무가내로 빈첸 백작에게 나와 결혼시켜 달라고 떼를 쓴 모양이야. 그런 빈첸 백작의 끈질긴 요구를 아바마마께서 이기지 못하신 거고.

그는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가 그렇게 질색하는 세이라 영애가 이 저택에 찾아온 것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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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오늘 너랑 같이 왔지, 그 영애?

나플리

아...아, 알고 계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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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전에 봤던 똑같은 마차가 왔더라고. 되돌아가는 것까지 봤지.

나무 위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듯 했다. 그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다 내게로 시선을 내리며 눈을 반짝인다. 갑자기 부담스러운 시선이 내게 향하자 나는 시선을 피하며 괜히 손에 들린 딸기를 내려다본다.

노아 image

노아

너, 이름이 뭐지?

나플리

나플리 리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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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나플리라..꽤 귀여운 이름이네. 너랑 잘 어울려.

살포시 미소 짓는 그의 얼굴에서 환하게 빛이 나는 듯 했다. 묘하게 주위가 반짝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멍하니 바라보다 정신을 차린 나는 살짝 뺨을 붉히며 고개 숙인다.

노아 image

노아

나플리.

나플리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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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너 연인이나 결혼 상대 있어?

나플리

...아뇨? 없어요.

저런 걸 왜 물어보는 건지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올려다본다. 나의 대답에 그가 안심한 듯한 미소를 짓더니 입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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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그럼 나랑 결혼할래?

나플리

네, 뭐....에....네에에?! 겨, 결혼요???

나는 순간 너무 놀라 눈을 크게 뜨곤 어버버거린다. 그가 결혼하자고 내게 말할 줄이야... 그것도 오늘 처음 본 나를 상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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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아, 놀랐다면 미안. 하지만 너도 날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아서. 내 얼굴 꽤 좋아하는것 같고.

나플리

아, 아!...그, 그게....으으...

나는 이 순간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파고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역시 아까 외모에 홀려서 바보처럼 넋 놓고 보지 말았어야 했다. 나는 귀까지 새빨개져선 두 손으로 얼굴을 거린다.

나플리

.....그, 그치만..너무...잘생기셨단 말이에요오....

나의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에 그의 밝은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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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하하, 솔직해서 좋네. 내가 그렇게 잘생겼어?

나플리

...네에...진짜, 진짜 잘생겼어요!..

그래, 솔직하게 말하면 죽은 것도 아닌데 숨겨서 뭐하리.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빨개진 얼굴로 눈을 반짝이며 대답한다. 그런 나를 내려다보며 그가 피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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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그럼 나랑 결혼하는 거지?

나플리

어....근데..왜 갑자기 저랑..결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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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그 영애랑은 절대 싫거든. 너라면.. 괜찮을 거 같아서.

그의 푸른 눈동자가 부드럽게 나를 응시한다. 나에게 결혼하자는 그의 말에 아까부터 심장이 요동친다. 이대로면 튀어나올 것 같다. 애써 침착하며 그와 시선을 마주친다.

나플리

..진심이세요?

어쩌면 이대로 순탄하게 그와의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 지도 몰랐다. 나는 희망이 샘솟는 걸 느끼며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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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진심이야, 나플리. 나와 결혼해줘.

그의 눈가가 부드럽게 휘어지며 환한 미소가 내게로 향한다. 나는 그를 보며 홀린 듯이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연다.

나플리

제가 시녀라도..상관 없으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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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상관없어. 나는 너 자체가 마음에 들었으니까.

내가 마음에 들었다는 그의 말에 심장이 더 요동친다. 저런 잘생긴 얼굴로 결혼하자, 마음에 든다는 말을 눈앞에서 해대니 안 넘어갈 수가 없었다. 미인계는 이렇게나 강력했다.

나플리

..좋아요, 우리 결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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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좋아. 그럼 나플리, 너라면 그 영애 이길 수 있지?

그는 생글거리며 나를 바라본다. 그러니까 나더러 지금 세이라 영애를 처리(?) 하라는 건가. 뭐, 그와 결혼하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나는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나플리

당연하죠! 저만 믿으세요!

노아 왕자와 좀 더 얘기를 나누고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그는 때가 되면 왕궁으로 복귀할 테니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 나는 왕궁으로 돌아와 그와의 만남을 다시금 떠올린다.

나플리

참 잘생겼단 말이지..머리도 반짝거리고..눈도 반짝거리고..눈물점도 이쁘고..역시 내 최애 왕자님다워..

말을 하면 할수록 왜 침이 고이는지 모르겠다. 그 때였다. 요란한 알림음이 울리며 시스템 창이 눈앞에 뿅 나타났다.

시스템 ??? image

시스템 ???

[이제부터 메인 스토리 진행이 가능합니다. 노아 왕자의 왕궁 복귀 시점으로부터 시작 되는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며 스토리를 이어가세요. 스토리 진행이 더이상 불가하거나 진행하지 못하는 상태에 진입할 경우 베드 엔딩이 자동으로 진행됩니다.]

나플리

메인 스토리?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라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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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

[네, 맞습니다. 플레이어께서는 메인 스토리를 순차적으로 진행하셔야 하며 돌발행동을 하거나 스토리 진행을 망치는 실수를 하게 되면 되돌릴 수 없으니 유의해주세요. 참고로 이곳은 다시 시작하기 같은 리셋은 불가능합니다.]

시스템의 안내를 들으니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 만약 스토리를 진행하다가 변수라도 생겨 엉뚱한 상황이 생긴다거나 스토리에 영향을 주는 돌발행동을 하게 된다면 그걸로 끝나는 것이었다. 그럼 나는 현실로 영영 돌아가지 못할지도 몰랐다.

시스템 ??? image

시스템 ???

[그럼 플레이어님의 행운을 빕니다.]

시스템 창이 꺼지고 나는 한동안 메인 스토리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하지만 내려진 결론은 그냥 부딪혀 보자였다. 어차피 노아 왕자의 메인 스토리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이러나 저러나 부딪혀보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플리

그래, 여기에 영영 갇히면 왕자님들 보면서 살지 뭐!

그렇게 나는 전의를 불태웠고, 시녀일을 하면서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1주일 뒤, 갑자기 왕궁이 소란스러워졌다. 드디어 오늘 노아 왕자가 왕궁으로 복귀하는 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