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나를 사랑할 확률
33. 고백



"원장님~ 퇴근 안 하세요? 시간이 늦었는데..."



민윤기
아, 먼저 들어가세요. 저는 해야할 일이 남아서.


몇 달간 칼같이 퇴근 시간을 지켰으니, 오랜만에 8시 이후까지 남아있는 내가 어색할만 했다.

일을 하지 않으면 달이씨와 김태형이 손을 잡고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떠올라 다른 것이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미친듯이 일만 했다.


부우우우웅- 부우우우우웅-


'이혜미.'



민윤기
하아-...


별로 반갑지 않은 이름이었다. 우리 아버지의 친한 친구 딸이자, 한국대 의대를 나온 천재. 내 기피 대상 중 몇 년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애, 이혜미였다.



민윤기
- "여보세요."

- "오랜만이다 윤기! 잘 지내지? 병원 차렸다고 들었는데~"


민윤기
- "어. 왜 전화했는데."

- "아버지께 못 들었어? 우리 이번주에 만나잖아."


민윤기
- "내가? 너랑? 왜."


- "뭐야 ㅋㅋㅋㅋㅋ 나 진짜 서운해지려고 해."

- "우리 결혼해, 몇 달 뒤에."




한 달
대리님 놀이기구 잘 타세요?


김태형
글쎄. 대학생 때는 잘 탔는데...


김태형
범퍼카 이런 것만 아니면 다 탈 수 있을 것 같은데?

한 달
엥? 범퍼카는 왜ㅇ,

한 달
아...


김태형
자동차 모형인데도 타는 게 어려울 것 같아서.


김태형
게다가 충돌까지 하잖아. 아직 무서운 것 같아.



김태형
바보 같지.

한 달
전혀요. 저도 놀이기구 못 타요!

한 달
몇 년전에는 자이로드롭 탔다가 울었어요, 너무 무서워서ㅋㅋㅋㅋ

한 달
다들 무서운 거 하나씩은 가지고 사는거죠.


김태형
그래도 노력해보려고, 차 타는거.


김태형
언제까지 너랑 대중교통만 탈 수는 없으니까...

한 달
에이, 저 진짜 괜찮아요 ㅋㅋㅋㅋㅋㅋ


한 달
노력은 하지 말고요, 용기가 생기면 도전해보세요!

한 달
억지로 노력하다가 트라우마 더 심해지면 어떡해요.


김태형
...달이 너는,



김태형
8년전이나 지금이나 내가 계속 살아가게 해주는 것 같아.


김태형
차 타는 거, 진짜 평생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거든.


김태형
근데 네 말 들어보니까 진짜 용기가 생기는 것 같기도 해.


김태형
네 몇 마디가 나를 살게 만들어.


한 달
......

한 달
제가 뭘 했다고... 그렇게까지 칭찬을...


김태형
ㅋㅋㅋㅋ 왜, 너무 오글거리지.

한 달
아니요. 완전 좋아요.

한 달
쪾끔! 오글거리기는 한데, 그래도 대리님이어서 다 좋아요.

한 달
근데 8년전에는 진짜 내가 뭘 했다고...




김태형
나 살려줬잖아.


한 달
네...?


김태형
혼자 구조 되지 못하고 죽을 뻔 한 순간에,


김태형
네가 나 살려줬다고.


김태형
달이 네가, 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