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기로 한 이유는,

프롤로그,

쿵. 쿵. 쿵.

금방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심장 소리가 귓가에 멤돌았다.

코 끝을 찌르는 평생의 삶을 차지한 피 비린내와, 여기저기 가릴 것 없이 묻어있는 붉은 색 혈흔. 눈 앞을 흐리게 만들던 액체가 기어코, 무자비하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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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연주

“제발… 눈 떠봐, 제발…!!.”

오로지 복수에 미쳐있던 소녀는 결코,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소중했던 가족, 동지, 제 옆을 지켜주던 충실한 동생들.

그리고 전하지 못한, 미천한 감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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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연주

“……후회해, 애초부터 끌어들이지 말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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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연주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복수하겠다고 나서지 말 걸……“

미천한 감정에 취해, 너에게 의지 하지 말 걸.

“이제 좀, 눈이 트이나요?.”

타박타박, 고급스런 구두가 콘크리트 바닥을 차며 경쾌한 소리를 낸다. 이 모든 사건을 꾸며낸 사람이라곤,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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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연주

“……”

이 사건의 원인 제공자였다.

“지금이라도 차갑게 식은 시체는 버리고, 저한테 이리오세요. 당신은 그만한 가치가 있어요.”

고생이라곤 하나 안 해본 곱고 긴 손이 눈 앞에 내밀어졌다. 눈 앞에 있는 남자는 악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자리에서 미소를 지을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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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연주

“웃기지 마!!, 같이 죽으면 죽었지 절대 너 같은 놈에게는—.”

”하아—.“

남자의 깊은 탄식에 소녀의 절규는 들이막혔다. 그리고는 탕!. 그나마도 미약하게 숨을 쉬고 있는 동료의 숨이 순식간에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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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연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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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연주

“…너 이 새ㄲ,”

텁 —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와 커다란 손이 소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곤 장난스럽던 아까와 달리, 그 남자의 음성은 날이 섰다.

“들어오기 싫으면 말아요. 내게 아주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니까.“

그때였다. 크고, 서슬퍼런 날과 함께 차가운 기운이 목에 닿았다. 그리고는 눈 앞에 남자는 여전히 소녀의 입을 틀어막은 채, 두 눈을 곱게 접었다.

“당신 같은 사람을 죽이는 방법, 나 잘 알아요. 내가 당신들을 만들었는데, 끝까지 못 알아 낼까봐?.“

남자의 눈은 소녀를 한 번, 소녀의 목을 도끼로 노리고 있는 자신의 부하를 한 번 번갈아 보다가 말했다.

“죽이기 전에, 억울하니까 이건 말 할게요.”

“설마, 그 엄청난 실험을 나 혼자 했을까요?. 갓 성인 조차 되지 않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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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연주

“……!!”

“우리 연주씨, 의외로 순진한 구석이 있었네.”

입을 틀어막던 손이 다정하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짓은 무척이나 다정한 모양새였으나, 소녀에겐 소름돋는 살인 직전 영역표시 일 뿐이였다.

“궁금하죠?. 그 실험의 진짜 주인.“

“당신들을 이렇게 만든 그 실험의 진짜 주인은—”

까딱 —

퍽 —!!!!

“그 사람은 당신이 그렇게 믿던 ———”

“아…… 말도 안 끝났는데 목을 분질러 버리면 어떡해.”

뒹구르르르르 —

분수처럼 쏟아지는 비. 하늘에선 붉은 비가 내리는 것만 같았다. 남자는 얼굴에 튄 피를 대충 닦아내며 자신의 부하를 째려보았다. 말끔한 얼굴에 남아있는 불온의 흔적, 번져버린 피.

“죄송합니다.”

“뭐…… 듣고는 갔으려나?.”

눈도 감지 못 한 채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구르는 작은 머리통. 소녀는 죽기 직전 까지도 남자의 말을 들으려 애썼다. 감지 못한 눈이 그 결과의 증거임으로.

눈을 떴다. 그 일로 부터 7년을 돌아와 새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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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현

“‘그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빌딩, 그리고 아득한 발 아래. 오직 감정에만 치우쳐 왔던 것을 모두 버리고 얻은 대가였다. 그리고 지금은 온전한 힘도 생겨 더이상 같은 일을 되풀이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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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연주

“……그래.”

공포를 느끼며 죽어갔던 소녀는, 이제 감정이 무뎌 공포를 주는 사람이 되었고 더이상 복수심만 남아있는 어리석은 소녀가 아니였다.

먼 길을 되 돌아온 만큼, 이제는 지켜야 할 때가 왔다.

테라스 의자에 걸려있던 자켓을 집어 몸에 걸친 여자가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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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연주

“곧, 피 냄새가 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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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현

“예,”

[트리거 워닝!!]

본 작품은, 잔인한 소재가 들어간 것은 물론 불법적인 요소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전부 가상의 소재이며, 이것이 불편하신 분들은 뒤로가기 눌러주시길 바라며 심장이 약하신 분들은 시청에 유의해주시길 바랍니다.

* 본 작품의 모든 일러스트의 출처는, 모두 핀터레스트 임을 미리 밝힘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