信任(신임) 의 결과
제 97화. 바람에 날려


민혁이 절도사가 된지 어느덧 5년

민혁과 슬기는 혼인 이후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서로를 너무나도 사랑했고 서로 기댈 수 있는 기둥이 되어주었다.

이제 민혁은 전보다 자주 웃고 가끔 울었으며 계속해서 절도사 일을 해나갔다.

그리고 계절은 어느덧 겨울이 되어 찬 바람이 불었다.


민혁
마마. 그간 제가 바빠 지키지 못한 약속이 있습니다.


수영
네? 뭔데요?


민혁
이제 10일 뒤면 전하의 기일입니다.


민혁
이번에야말로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수영
아. 고마워요.


민혁
지금 출발하시면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겁니다.


민혁
가시죠.


슬기
영월에 다녀오시게요?


민혁
네. 곧 전하의 기일이라...미안해요.


슬기
아이..미안할건 없죠.


민혁
금방 다녀올게요.


민혁
갔다 오면서 뭐 사올까요?


민혁
갖고 싶은거 있으면 말해요.


슬기
음...그냥 오는 길에 피어 있는 아무 꽃이나 한 송이 꺾어줘요.


민혁
아. 그럴까요?


민혁
부인께선 항상 꽃을 좋아했지요.


슬기
예. 그냥 아무 꽃이라도 괜찮아요.


민혁
가장 부인을 닮아 예쁜 꽃을 가져오지요.


슬기
네 ㅎㅎ 조심히 다녀와요.


민혁
네.

민혁은 수영을 말의 자신의 앞에 태운 뒤 긴 길을 갔다.


민혁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조금만 참아주십시오.


수영
아 괜찮아요.


수영
데려다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수영
무사님은...아직도 힘들어요?


민혁
네?


수영
아직도 막 죄책감 들고 그래요?


민혁
음...죄책감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민혁
이젠 무뎌진 것이 아니라 진짜 괜찮아진 것 같아요.


수영
슬기님의 영향이 큰가요?


민혁
아무래도 그렇죠.


민혁
제 마음을 열어준 유일한 사람이랍니다.


수영
요즘 정말 행복해 보여서 다행이었어요.


수영
그때 기억나요?


수영
제가 아버지께 무슨 계략 받아서 전하 약점 캐려고 할 때


수영
완전 무섭게 들어와서


수영
"이 검이 마마를 향하지 않게 하십시오."


수영
했던거요. ㅎㅎ


민혁
아 ㅎㅎ


수영
그날 이후 바로 쳐냈잖아요 ㅎㅎ


수영
아버지한테 못하겠다고.


민혁
다행히 효과가 있었나봅니다.


수영
그걸 말이라고..!


수영
검을 든 남자가 거의 뭐 죽일듯이 노려보는데


수영
게다가 나 어릴때잖아요.


수영
진짜..완전 무서웠죠.


민혁
ㅎㅎ 그땐 어쩔 수 없었습니다.


민혁
전하께서 워낙 눈치가 없으셔서...


수영
그렇기야 하죠 ㅎㅎ

그렇게 몇날 며칠을 더 달려


민혁
도착했습니다.


수영
하아..


민혁
이쪽으로..가시면 묘가 있습니다..


민혁
급한 탓에 신경써서 만들진 못해서...

민혁은 미리 챙겨온 술을 한잔 따라놓고 절을 두번 했다.


민혁
여전히...술 맛을 모르실 수도 있겠습니다.


민혁
전에는 매실청을 놓아드렸었는데


민혁
요즘은 매실청을 안 팔아서 어쩔 수 없이 술을 가져왔습니다.

수영은 아무 말 없이 묘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고 민혁이 준 바다모래와 소라껍질을 묘 앞에 놓아두었다.

찬 겨울바람에 모래와 소라껍질이 날아갔지만 수영은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수영
편히...쉬어요.

바다 모래와 소라껍질은 어찌보면 성재와 수영의 추억이었다.

함께 바라보며 웃고 기대하던 시간들...

그 추억을 이젠 바람에 날려 보내줌으로서

성재의 편안한 쉼을...

이승에선 얻을 수 없던 쉼을...

방해하지 않았다.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모든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에 허구를 얹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 김소월 시인의 '가는 길' 시를 인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