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품은 바다
인어

파란 돌이 달린 목걸이를 빼자, 나는 '쿵' 하고 바닥으로 넘어졌다.
땅을 짚으며 일어나려 할 때, 내 다리는 은빛 지느러미로 변해있었다.

다해
“ 이… 이게 뭐야? ”
조심스럽게 지느러미를 만지는 순간, 손끝의 선명한 감각에 소름 돋았다.
악몽이 차올랐다. 어두워진 수족관, 점점 가라앉는 나.
나는 숨을 헐떡이며 지느러미를 벗으려고 애를 섰다.

다해
" 지퍼... 지퍼가 어딨지?! "
다급해진 나는 허리 옆선과 등 뒤를 정신없이 더듬었다.

다해
“ 왜… 왜 없는 거야…!!! ”
분명 있어야 할 감촉을 찾을 수 없었다.
초조해진 손끝이 비늘 사이를 헤집었고, 그러다

다해
“ 아…! ”
비늘 하나가 뜯겨 나갔다. 서서히 붉은 피가 맺히며 번져 나갔다.
나는 흐르는 피를 따라가다 결국 보고야 말았다.
상체와 지느러미가 경계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는 것을

다해
“ 이게 왜… ”
나는 그제야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발끝에 달린 가장 큰 지느러미를 만져보았다.

다해
“ 모노핀이 아니잖아…? ”
모노핀은 머메이드 핀으로도 불리는 인어 공연의 핵심 오리발이다.
방금 만진 건 딱딱한 오리발이 아닌 아주 부드럽고 얇은 지느러미 그 자체였다.

다해
“ …꺄아아아악!!! ”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나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잠시 후, 문이 벌컥 열리더니 뿔 달린 남자와 신하가 들어왔다.

용왕
“ 연화야! ”
뿔 달린 남자는 다친 나를 보더니 곧바로 의원을 불렀다.

용왕
“ 연화야… 어쩌다… ”
그는 나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다해
“ 이거 꿈이죠…? ”

다해
“ 그렇죠? 진짜… 꿈 맞죠…? ”
나는 그에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용왕
“…”
내 말에 그 남자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마치 방금 들은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뒤따라오던 신하 역시 걸음을 멈춘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시 후, 문어 의원이 들어왔다.
여덟 개의 촉수가 동시에 움직이며 나의 머리, 손목, 손끝에 닿았다.
문어 의원
“ …흠 ”
긴 침묵 끝에 의원은 입을 열었다.
문어 의원
“ 아무래도, 머리에 큰 충격을 받아 기억을 잃으신 것 같습니다… ”
의원의 말에 뿔 달린 남자의 숨이 심하게 흔들렸다.

용왕
“ …다시 기억을 찾을 수 있는 것이냐? ”
의원은 고개를 저었다.
문어 의원
“ 송구하옵니다. 전하, 현재 용궁의 의술로는 어렵습니다… ”
문어 의원
“ 하지만, 기억을 되찾은 사례가 있사옵니다."

용왕
“ 확실하느냐 ”
문어 의원
" 네, 그렇사옵니다. 뭍의 의학서적에 따르면... "

용왕
" 그만. "
남자는 갑자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용왕
“ 다 나가거라, 연화와 단둘이 할 이야기가 있으니 ”
문어 의원
“네 전하”

신하
“네 전하”

용왕
“ 목걸이는 왜 벗은 것이냐? ”
그는 땅에 떨어진 목걸이를 주으며 말했다.

다해
“ 아... 그게 ”

용왕
“ 이 목걸이가 무얼 의미하는지 기억하느냐 ”
남자의 물음에 나는 아무 대답하지 못했다.
그의 눈빛이 너무 슬퍼서, 너무 애처로워서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

용왕
“ 이 파란 돌은 나의 영혼석이다. ”
그는 나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며 말했다.

용왕
“ 내 힘의 일부를 네가 쓸 수 있도록 만든 목걸이다 ”
그러자, 목걸이가 은은하게 빛나더니 인어 지느러미가 서서히 다리로 변했다.
비늘은 사라지듯 스며들다, 어느새 한복 치마처럼 흘러내렸다.

다해
“ 도…돌아왔다…! ”
직접 본 신기한 광경에 놀람과 안도를 동시에 느꼈다.

용왕
“ 기억을 잃어도 그렇게 다리가 좋은 것이냐? ”

용왕
“ 인간이... 좋은 것이냐… ”
나와 반대로 그의 눈은 슬픔이 차오르고 있었다.
그에게 느껴지는 이유 모를 슬픔에 나는 묘한 불안이 들었다.

용왕
“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것이냐? ”

다해
" 아... "
나는 그의 물음에 또다시 대답하지 못했다.

용왕
“ 네가 어디까지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

용왕
“ 너는 다른 사람과 다르게 용왕인 나를 이름으로 불렀었다. "

용왕
" 다시 듣고 싶구나, 네가 불러주는 내 이름을... "
그는 내 손을 잡고 말하더니, 쓸쓸히 방을 나갔다.
그날 밤. 나는 깨달았다.
여기는 꿈도, 저승도 아닌 실제라는 걸

다해
" 그러니까 뿔 달린 남자는 용왕이고 "

다해
" 이 파란 돌은 영혼석 "

다해
" 영혼석 목걸이를 차면 다리로 변하고 , 빼면 인어가 된다..."
나는 오늘 있었던 일을 하나둘 정리했다.

다해
" 잠깐 그럼... 지금 이 연화라는 사람은 진짜 인어라는 거네...? "

다해
" 그리고 나는 그 몸 안에 들어와 있고...? "
문득 어릴 때 듣던 전래동화가 떠올랐다.

다해
" 그런데... 나는 여기 왜 온 거지...? "

다해
" 왜 나는 연화라는 사람? 아니 인어..? 몸에 들어오게 된 거지? "
달빛이 들어오는 둥근 천장을 보며 지금 이곳에 온 이유를 고민했다.

다해
“ 으… 몰라몰라!! ”
나는 고민한 지 얼마 안 돼서 좌우로 머리를 흔들며 복잡한 생각을 그만하기로 했다.

다해
" 일단, 의원의 진단대로 기억을 잃은 척 정보를 캐내자 "

다해
" 그리고 다시 돌아갈 방법을 찾아보자...! "
나는 결심과 동시에 달빛과 함께 스르륵 잠이 들었다.
.
..
...
왓치미쀼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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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차에 사용되는 일부 배경 이미지와 인물 사진은 AI로 제작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