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코디의 고충

엑소의 새 코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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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님

"엑소 코디네이터 자살 사건은 이미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김여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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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님

"그런 관계로, 여주 씨가 엑소의 새 코디로 들어가줬으면 해요. 물론 사건 터진지 얼마 안 돼서 애들도 다 불안해하고 있겠지만, 엑소를 기다리는 수만명의 팬들을 무시하고 이대로 지낼 수는 없잖아요?"

짜증난다는 기색이 역력한 실장님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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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님

"우리는 냉정하게 세상을 바라봐요. 자살건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이지만, 코디 하나 죽은 것 때문에 엑소라는 거물을 포기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러지도 않을 거고요."

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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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님

"그러니까 여주씨가 우리를 도와주면 되는 거예요."

표정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날 선 목소리에 위압감이 느껴졌다.

엑소 코디의 자살 사건.

불과 한 달 전 일어났던 이 사건은, 대한민국 뿐만아니라 해외까지 그 여파를 전달했다.

김여주

'그 사건으로 활동 중단 선언을 했다지.'

그도 그럴 것이, 엑소는 그 사건을 계기로 덜컥 활동 중단 선언을 했다. 전 코디와 사이가 각별했다는 이유는 그들의 행동을 당연시했다.

김여주

'활동 중단 선언을 할 정도로 전 코디랑 사이가 각별했는데, 날 보고 그 틈에 끼라고?'

말이 안 됐다. 돈이 급해서 덜컥 신청하기는 했으나, 내가 감히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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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님

"여주씨, 동생이 많이 아프다고 들었어요. 당장 수술은 해야 하는데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셨지, 무명 소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그나마 믿고 있던 소속사에서도 잘렸고."

김여주

'···그걸 어떻게 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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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님

"여주씨가 복수전공으로 디자인을 배운 건 정말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해요, 나는."

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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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님

"여주씨가 이번 일만 잘 해결해준다면 동생 수술비 지원은 우리 쪽에서 다 알아서 해줄게요. 원한다면 여주씨를 데뷔시켜줄 수도 있어요."

김여주

'···미친.'

이건 미친이다. 말 그대로 순수하게 미친이다.

이쪽에서 내 정보를 어떻게 얻은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 정보를 이용해 나를 설득하려고 했을 이들의 전략은 아주 완벽했다.

김여주

'진짜 파격적이잖아.'

놀라울 정도로 파격적인 조건이다. 동생의 수술비 지원을 해준다는 것도 솔깃했으나, 제일 솔깃했던 건 데뷔를 시켜준다는 제안이었다.

생각을 끝마친 후에는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머릿속에서 정리를 끝마치자 자연스레 입이 움직였다.

김여주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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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님

"···."

김여주

"무슨 일이 있어도 엑소를 다시 무대 위로 올라서게 할 거예요."

김여주

"아,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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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씽

"···누구?"

김여주

"이번에 새 코디네이터로 들어온 김여주라고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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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꺼져. 나는 너 우리 코디로 안 받아 줄 거니까."

예상은 했다만,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계약서를 작성하자마자 엑소 멤버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그들의 연습실을 찾았다. 뭐 하는 것도 없이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그들의 행동이 갑작스럽게 등장한 나로 인해 잠깐 멈춰졌다.

새 코디라는 수식어를 붙여 인사를 끝마치기도 전에, 찬열이란 멤버는 다짜고짜 욕부터 시작했다.

난생 처음 보는 사람한테 초면 반말에다 심지어는 꺼지라니. 누군 좋아서 이 일 하려는 줄 아냐고.

순식간에 바닥 끝으로 추락한 기분에 표정을 내리깔았다. 그런 나를 보던 팀의 리더, 그러니까 김준면이 다가와서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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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면

"미안해요. 찬열이가 지금 예민해서 초면인데 실례했네요. 여주씨라고 했죠? 미안한 말이지만 우리는 아직 복귀할 생각 없어요. 새 코디도 필요 없고요."

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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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면

"새 일자리 알아봐드릴테니 저희 코디 자리는 포기해 주세요."

나름 예의있는 말투였으나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아니었다. 지금 나에게 새 일자리 따위가 뭐가 필요있을까.

김여주

'난 꼭 이 일이여만 한다고.'

나는 이 일이 아니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게 지금 내가 서 있는 위치였다.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시작하는 것부터가 이렇게 험난하다고 한들, 시작도 안하고 모든 걸 포기해버리는 바보는 되지 않고 싶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김여주

"그래요. 그쪽들한테 나는 별 필요 없는 사람이겠죠. 근데 나는 아니에요. 나한테는 그쪽들이 필요해요."

엑소

"···."

김여주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내가 이들을 바꾸어 놓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