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코디의 고충
엑소의 새 코디 (2)


"오늘 찬열씨랑 세훈씨, 그리고 준면씨 세 분은 '라디오스타' 촬영 있어요. 바로 이동해야 하니까 준비된 의상 입어주세요."

"…누구 마음대로 촬영을 잡아요?"

"우리 활동 중단 선언한 거 몰라?"

"네, 알죠. 활동 기간임에도 무려 한달 전에 선언하셨던 거."

어제 실장님께 부탁해 이들의 라디오스타 스케줄을 잡았다. 모든 멤버들이 나가는 건 무리일 것 같아 일단은 찬열씨와 세훈씨, 그리고 준면씨를 공략해 보기로 했고.

역시나 내가 스케줄 이야기를 꺼내자 자연스럽게 정색하며 화부터 내는 멤버들이었다.

'활동 중단 선언한 게 뭐 자랑이라고.'

내가 과연 설득할 수는 있을지 걱정됐으나 이제와 스케줄을 펑크낼 수는 없었기에 말을 시작했다. 어쩌면 가수로서 당연히 흔들릴 수밖에 없는 문제에 대해서.

"이기적이라는 생각, 안 들어요?"

"···."

"그쪽들이 전 코디분과 각별한 사이라는 건 알겠어요. 지금도 엄청 슬퍼하는 중이시라는 것도 알겠고요. 근데 그쪽들이 그렇게 덜컥 활동 중단 선언을 하고 계속 고집부리시면 나머지 사람들은 어쩌자는 거예요?"

"···."

"기다리는 팬분들은 뭐가 되는 거냐고요. 가수면 팬을 사랑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지금 그쪽들이 하는 짓, 내 눈에는 팬들 기만하는 걸로 보여요."

예상대로 내 말에 크게 동요하는 게 보이는 멤버들이었다. 팬이 있어야 가수가 존재할 수 있다, 라는 법칙 그대로.

'···내가 좀 심하게 말했나?'

팬들을 들먹이는 게 비열하게도 느껴져서 잠시 후회를 했으나 말 그대로 잠시였다.

"…시X, 가면 될 거 아냐. 대신 네가 준비한 의상은 안 입어. 내가 알아서 입고 갈 거니까 그렇게 알아."

"미안하지만 저도 제가 알아서 입고 갈게요."

"아, 난 갈아입을 옷 없단 말야."

"···."

"…이번 한 번만 어쩔 수 없이 입는 거예요. 다음부터는 절대 그쪽이 준비한 옷 안 입어요."

팬이라는 이름에 흔들린 셋은, 결국 스케줄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물론 내 의상을 거부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라고 위안을 가졌다. 최악의 경우 스케줄을 펑크내는 것까지 생각했으니.

결국 세훈씨만 내가 준비해뒀던 의상을 입고 스케줄을 위해 이동했다.

'이제부터가 시작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힘들어서야.'

엑소의 새 코디인 내가 감당해야 할 '엑소'라는 건 너무나도 큰 존재였다.

"라디오스타,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요. 다 여주씨 덕분이죠. 잘 설득해줘서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다만. 세훈이를 제외한 나머지 두 멤버에 대해 안 좋은 기사가 많이 났어요. 내용은 굳이 안 말해도 이미 보셔서 알 거라고 생각해요. 어렵겠지만 앞으론 억지로라도 꼭 여주씨가 준비한 옷 입혀요. 알겠죠?"

"···네, 노력할게요."

만족스러운 웃음을 보이신 실장님을 뒤로 하고 방을 나왔다. 이번엔 어찌 잘 넘겼다고는 하지만 앞으로도 내가 엑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선 자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일이었다.

'걱정이네.'

걱정이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