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신은 5명의 사자를 거느린다
02. 여우 신수의 구슬


연준이가 다시 유화에게 다가오자 이번엔 계절신이 연준이를 막았다.


이지은
최연준!!!


최연준
할멈!!

연준이는 씩씩거리며 유화를 가르켰다.


최연준
쟤가 뭔데 내 여우구슬을 삼켰지?


이지은
내 아이다.


이지은
그리고 이젠 너가 섬겨야할 여름신이지.

계절신의 말을 들은 연준이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


최연준
누구 마음대로.


최연준
난 저 인간을 내 주인으로 인정 못해.

연준이는 성큼성큼 걸어가 계절신에게 손을 내밀며 말을 이어갔다.


최연준
약속대로 여름신이 오기전에 신전을 잘 가꾸었잖아. 내게 자유를 줘.


이지은
여우 신수 최연준. 그대는 이곳을 벗어나지 못한다는걸 잘 알고있을텐데?


최연준
그러니까 말하는거지


최연준
내게 자유를 달라고

가만히 연준이의 말을 듣고있던 지은이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이지은
너가 여름신을 죽였잖아.


백유화
헙...

그 말을 들은 유화는 자신의 목을 감쌌다. 지은이는 유화를 살며시 감싸안으며 토닥여주었다.


이지은
걱정마 아가. 저녀석은 이제 여름신을 못죽이거든.


최연준
하......


최연준
좋아 계절신.


최연준
대신 내 여우구슬을 돌려줘.


이지은
좋아.


최연준
방법은 뭔데


이지은
둘이 사자의 맹약을 하면 알게될거야.

지은이의 말을 들은 연준이는 몸을 부들부들 떨고는 버럭 소리쳤다.


최연준
계절신!!!!!


이지은
그럼 이만.

계절신은 유화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스르륵 연기처럼 사라졌다.


백유화
그...


백유화
맹약... 어떻게 하는건데?


최연준
뭐?


백유화
아니... 그쪽 여우구슬 찾아야하잖아

연준이는 피식 웃으며 유화의 볼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했다.


최연준
맹약?

뜨거운 숨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오자 유화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최연준
간단해. 키스면 되니까.


백유화
미친

유화는 연준이를 퍽 밀었다.


백유화
구, 굳이 여우구슬을 찾아야할까?


최연준
하...

연준이는 한숨과 함께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했다.


최연준
그게 필요없다면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진 않았겠지.


최연준
넌 인간들 중에서도 멍청한 쪽에 속하는 구나?


백유화
너도 인간이면서 인간인간하지마!!


최연준
뭐?


최연준
이 위대한 여우 신수인 내가 뭐? 인간이라고?


최연준
기가막혀서 정말

연준이가 한번 고개를 까딱이자 여우귀와 꼬리가 나타났다.


최연준
이래도 내가 인간으로 보이나?

유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최연준
좋아. 이제 구슬을 되찾는 방법을 시도해보자고


백유화
토..해볼까?

연준이의 얼굴이 일그러저는 것을 보자 유화는 빠르게 사과했다.


백유화
미안


최연준
그냥 인간이었으면 죽였을텐데.


백유화
왜?


최연준
내 구슬에 있는 영력을 흡수할테니까


백유화
영력?


최연준
그래, 그걸로 내 능력을 쓸 수 있지.


최연준
젠장... 이런걸 일일이 설명해야하다니


백유화
나도 인간인데 흡수하는거 아니야?


최연준
그럴리 없어.


최연준
넌 여름신이니까


백유화
무슨뜻이야?


최연준
신이 신수의 것을 탐하지 않는다는 소리지.


최연준
다른 잡귀들이 꼬이지 않아 다행이네


최연준
아마 다들 내 여우구슬을 위해 널 죽일려고 했을걸?

연준이의 말을 들은 유화는 트럭에 치인 때가 머리 속에 스쳐지나갔다.


백유화
그래서 내가 죽었구나...


최연준
됐고, 방법을 찾아봐야지


백유화
어떻게?


최연준
계절신말고 다른 신에게


최연준
...빨리 다른 신에게 네 몸에 있는 구슬을 빼달라고 하자


백유화
...응



최연준
너...


최연준
넌 걸어다니는 죽음이야!!!

방금 전까지 5번 교통사고를 당할뻔한 유화를 구해준 연준이가 소리쳤다.


백유화
누군 내가 죽고싶어서 그러는줄 알아???


최연준
신경쓰이잖아!!


백유화
그럼 그냥 죽게 두던가!!!


최연준
그러다 내 구슬이 깨지면? 다른 놈의 손에 들어가면? 어???


최연준
내가 널 지킬 수밖에 없잖아!!!


백유화
그럼 여기서 하던가!!


최연준
여기서 뭐를????


백유화
지금, 이 자리에서,


백유화
키스!!!!

그때 갑자기 세상이 어두워지고 검은 사념체가 나타났다.


집념
구슬... 구슬...


최연준
미친...


백유화
야... 저게 뭐야...


최연준
사념체.


최연준
사람들의 감정을 먹고사는 녀석이지. 모습을 보니 집념을 먹고 살았군.


최연준
귀찮아지는데...


백유화
너가 죽여!


최연준
구슬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집념
먹는다. 여름신. 구슬 있다.

순시간에 유화를 묶은 검은 연기는 유화를 휙 데려갔다.


백유화
꺄악!!!


최연준
인간!!!

집념은 순시간에 거대한 나무위에 유화를 걸어놓았다.


집념
부른다. 친구.

집념은 꾸물꾸물거리며 점점더 커졌다.


최연준
구슬은 다시 만들면 되니까...


최연준
하... 3천년 걸려서 만들었는데...


백유화
구해줘 여우...

리스크를 감당하기 싫어 유화를 두고 돌아가려던 그때. 유화의 겨우 세어나오는 목소리가 들렸다.


백유화
제발...


백유화
구해줘...


최연준
하... 미치겠네 진짜

연준이는 이를 꽉 물고 순시간에 유화가 있는 곳까지 올라갔다.


최연준
잘들어 인간.


최연준
이건 널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최연준
내 구슬을 위한 일이야.

연준이는 유화의 눈물을 닦아주며 천천히 입을 맞추었다. 서서히 종속되는 느낌을 받으며 연준이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힘이 들어오는 느낌에 연준이는 더 갈망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입을 벌리길 원했다. 더 농밀한 신력이 필요했다.


백유화
흡, 흐흡...

연준이는 유화의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백유화
읍!

항의하기 위해 살짝 벌려진 입술 틈으로 연준이는 빠르게 파고 들었다. 여우 구슬까지 제 속에 들어온 것이 느껴지고 연준이는 옅은 아쉬움을 느끼며 천천히 입을 땠다.


최연준
잘봐 인간


최연준
내가 얼마나 강한 여우인지.

연준이는 유화를 감싸 안고 다른 손으로 푸른 불꽃을 만들었다.


최연준
여름신이라 그런지 내 불꽃은 파랑색이군

불꽃을 검은 집념에 버리자 강한 소음이 들렸다. 고막이 찢어지는 듯한 큰 비명에 유화는 두 귀를 가렸다.


최연준
그걸로 되겠어 인간?

연준이는 영력으로 유화의 귀를 막아주었다.


최연준
계절신 말이 맞네


최연준
맹약을 맺으면 구슬을 되찾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했거든.

유화는 사라진 집념을 힐끗 바라보며 물었다.


백유화
방법이 뭔데


최연준
키스


백유화
뭐?


최연준
키스인거 같아.


최연준
아직 돌아오다가 말았는데 다시 해.

연준이는 고개를 숙여 유화에게 입을 다시 맞추었다. 이미 구슬은 제 몸에 잘 있음에도


최연준
'지난 여름신의 사자였을땐 이렇게 여름신의 신력을 갈망하지 않았는데...'


최연준
'인간이라 더 달콤한가?'

연준이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아까보다 더 길고 농밀한 입맞춤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