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난 여름
너를 만난 여름 06



지금 이 상황에서 딱히 찔릴것은 없었다. 김태형과 나는 아무 사이도 아니었고 선배와는 더더욱 아무 사이도 아니었으니깐.

근데 지금 문을 열고 들어온 김태형은 마치 우리가 무슨 사이라도 되는것 같은 표정을 짓고있었다.



김태형
뭐하냐고.


김석진
아, 애가 벌을 보고 기겁을 하길래.


김태형
…………….


김석진
왜그래?

참 웃기지, 김태형 한테만은 상냥해 보이던 선배가 언짢은 표정을 짓는게.

날 안고있는 선배의 팔에 약간의 힘이 들어갔다. 그러곤 날 한번, 김태형을 한번 쳐다보더니 팔에 힘을 뺐다.



김석진
갈게.

조여름
안녕하가세요..




_ 언제 었더라.

김태형이 이토록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들어낸게.



김석진
처음 만났을 때었지 아마.

그때 이후로는 첫만남을 잊고 살 정도로 가족같이 지냈던 동생이었다.

근데 뭘까, 잘못 느낀걸까?



김석진
잘못봤나..

김태형의 표정에서 본 그 증오깊은 표정은 역시 내가 잘못 본거겠지.

태형이는 그럴 애가 아니니깐_





김태형
오래 기다렸어?

조여름
어? 아니, 방금 왔어

아주 잠깐이었지만 이 상황은 내게 혼란을 주었다. 분명히 내가 잘못 본게 아니라면.. 김태형은_


조여름
그나저나 네 보물이 뭐야?

김태형은 석진 선배를 싫어한다.



김태형
여기 있어 내 보물.

조여름
뭔데?



김태형
이거

김태형이 내게 보여준것은 다름아닌 그림 하나였다.

노을이 져가는 그림이 꽤나 인상깊었던것 같다.


조여름
잘 그렸다!


김태형
아니 뭐.. 취미로 그리는 거라 잘 그리지는 않아

조여름
그런데도 그만큼 애정이 가니깐 보물이라고 한거잖아

조여름
예쁘다. 잘 그렸어


김태형
…………….

날 쳐다보는 김태형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그 표정이 얼마나 날 혼란스럽게 만들던지_

내가 모르던 또 다른 김태형의 모습이었다_


조여름
이렇게 보니깐 난 아직 너에 대해 많이 모르는거 같아.


김태형
당연하지, 우린 오늘 만났으니깐.

조여름
아쉽다~ 내가 욕심만 덜 부렸다면 너랑 좀 더 일찍 만났을텐데~


김태형
글쎄,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내 곁으로 다가온 김태형이 창문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헝크러진 내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며 말 했다.

느릿하게 그러나 가슴에 콕, 박힐 정도로_



김태형
너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오늘이 있었기 때문이야


김태형
우리의 만남이 필연적일거라고 난 장담할 수 없어.


김태형
오늘이었기에 가능했던거야. 우리가 이렇게 만난거.


김태형
난 그래서 기뻐

네 말은 너무나도 예뻤고, 또 설레었다.

이렇게 소중한 사람이 된것 같은 기분을 내가 언제 느껴봤지?

까마득히 어렸을 때 었던것 같다.



그래,

내가 병에 걸려 우리집 골칫덩어리로 올라가기 전까지는 항상 느꼈던 기분이었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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