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어린 옆집 과외 선생님

#31_제자리

수술실 앞에서 초조하게 떨며 기다렸다.

나 때문에 나 때문에 나 때문에 나 때문에

나 때문인가?

한이연.

옆에서 진정하지 못하고 우는 이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분노가 쏟아져 나왔다.

서애빈

"야."

병원 앞에는 우산을 쓴 채 병원을 향하는 한이연이 있었다.

서애빈

"여기가 어디라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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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연

"지는."

서애빈

"너 때문에 그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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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연

"나도 모르겠으니까 꺼져."

서애빈

"너나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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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연

"그러게 왜 안 나왔어, 네 탓이잖아."

서애빈

"시발 애초에 사람 찌르려는 뇌 바가지 빻은 새끼가 있으면 안 되지."

이연은 발로 애빈의 복부를 걷어찼고 애빈은 뒤로 넘어졌다.

서애빈

"네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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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연

"칼을 찌른 사람이 내가 시켰다는 증거 없잖아? 왜 지랄이야."

서애빈

"증거? 현장에 동현이 핸드폰에 카메라 켜져 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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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연

"뭐?"

서애빈

"뭐가 들었는지는 봐야겠지만 찌르라 시킨 사람이 누군지 자백 들을 가능성이 높겠지?"

자리를 털고 일어난 애빈이 이연의 바로 앞으로 갔다.

서애빈

"내가 널 왜 무서워했지."

서애빈

"제발 사라져. 제발."

살면서 누군가한테 큰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귀가 아릴 만큼 톤이 높아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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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연

"내가 왜?"

서애빈

"하..."

이연은 손을 휘둘렀고 애빈의 입술이 터졌다.

서애빈

"야."

서애빈

"형법 제 260조 1번.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서애빈

"형법 제 283조 1번.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서애빈

"헌법 제 2장 11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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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연

"그딴 거 읊는다고 내가 쫄 것 같아?"

서애빈

"쫄게는 못해도 무식한 너한테 알려주는 거야. 네가 저지른 만행이 어떤 짓인지."

서애빈

"그리고 정당방위 성립된다?"

애빈이 이연의 머리채를 잡고 바닥에 집어던졌다.

애빈이 자신을 때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벙찐 표정이었다.

서애빈

"나한테 사과해, 유람이한테도, 동현이한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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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연

"좆까."

이연이 다시 일어나려 하자 애빈이 다리를 쳐 다시 넘어뜨렸다.

서애빈

"애가 들어간 지 2시간이 지났는데 안 나오네? 2시간 동안 처맞을래, 사과할래."

애빈은 주머니에서 너클을 꺼내 손에 꼈다.

그때 핸드폰에서 전화벨 소리가 울렸고 동현이 병실로 옮겨졌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다.

서애빈

"...일어나."

이연은 애빈을 째려보다 자리에서 일어났고,

너클을 낀 손으로 배를 갈기는 애빈이었다.

숨이 안 쉬어져 당황했는지 헐떡대고 있었다.

서애빈

"네가 나한테 자주 하던 짓인데, 알지?"

끊겼다가 다시 울리는 전화를 받으며 건물 안으로 뛰어갔다.

서애빈

"아..."

머리와 배에 둘러져 있는 붕대가 심장을 조이는 것 같았다.

서애빈

"마취해서 못 일어나는 거죠?"

질문에 답이 뒤따르지 않자 불안함이 증폭됐다.

동현의 엄마

"머리를 다쳐서..."

"의식불명."

의식불명이라는 말을 듣고 절망하지 않았다.

한이연을 망쳐놓은 모습을 보여주고 말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한이연을 고소했다.

지겹도록 떠벌리던 부모빽?

권력을 허투루 쓰지 않는 사람들이셨다. 그녀의 할아버지는 달랐지만...

3년 형을 받은 이연에게 사과 한 마디 받지 못했지만 진심이 아닌 건 안 받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3년 형을 받은 데에는 몰래 핸드폰 카메라를 켜 놓은 동현의 잔머리가 큰 힘을 발휘했다.

.

동현이 사고를 당한 지 한 달이 지났고,

너무 짧은 시간 내에 끝나버려 지난 5년이 허무하기도 했던 한 달이었다.

.

얼굴을 보기 버거워 한동안 병원에 가지 않았다.

바쁘기도 했지만 이건 핑계에 더 가깝다.

서애빈 오전 9:17 동현아 오랜만에 너 보러 갈게.

서애빈 오전 9:17 다 끝났어 이제. 고마워.

서애빈 오전 9:18 이제 너만 깨어나기만 하면 되는데. 금방 일어났으면 좋겠다.

무릎을 끌어안고 오열했다.

한순간 눈물이 터져 나오며 무릎이 주저앉아지는 이상한 상황이었다.

김동현 걸어오는 거예요? 빨리 와요, 보고 싶으니까. 오전 9:18

주저하다 전화를 걸었고 몇 번의 신호음이 오고 갔다.

신호음이 끊기고 들리는 소리는 너무 오랜만에 들어 미쳐버릴 것 같았다.

"오고 있어요?"

서애빈

"가고 있었는데 동현이 덕에 다리 힘풀려서 못 오고 있네."

"나 기다리게 할 거예요? 너무 많이 기다렸는데."

서애빈

"미안, 다리 힘 풀려서 그래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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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앞에 안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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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병원 앞에서 기다리는데 저쪽 길가에 누가 울길래 왔어요."

피식 웃으며 전화를 끊고 손을 내밀었다.

서애빈

"... 걸어 다녀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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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일주일 전에 깼거든요? 누나한테 아픈 모습 안 보여주고 싶어서 안 말한 건 미안해요."

서애빈

"왜 안 말했어 나쁜 새끼야..."

손을 잡고 일어난 애빈은 그의 어깨를 괜히 주먹으로 치고는 품에 안겨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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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보고 싶었어요."

싱긋 웃은 동현은 아이처럼 펑펑 우는 애빈을 토닥였다.

서애빈

"왜 그랬어 왜 그랬냐고, 왜 나 대신해서 그렇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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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살아있으니까 됐죠 뭐, 해피엔딩이잖아요?"

서애빈

"진짜 쉽게 말하네."

애빈은 그의 손을 만지작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서애빈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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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뭐가요?"

서애빈

"살아있는 것도 그렇고 나 위해준 것도... 그냥 다."

서애빈

"많이 무서웠을 텐데..."

애빈의 어깨가 다시 흔들렸고 흐느낌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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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죽을까 봐 무섭긴 했는데 금방 잠들어서 괜찮았어요!"

서애빈

"미안해."

계속해서 미안하단 말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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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누나가 대신 봐줘요!"

서애빈

"나도 못 보겠다고! 네가 봐!"

동현의 엄마

"아휴, 비켜봐 이것들아."

노트북을 앞에 두고 옥신각신하는 둘에게 소리치고는 합격자 조회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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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아 미친!"

너무 급전개인지라 애빈의 손으로 본인의 얼굴을 가렸다.

서애빈

"뭐하냐?"

동현의 엄마

"헐."

서애빈

"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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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왜왜왜왜."

서애빈

"너 붙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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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진짜?"

민원이 안 들어온 게 신기할 정도로 크게 소리를 질렀다.

동현의 엄마

"수고했다 내 새끼..."

그의 엄마는 울컥했는지 눈을 손으로 덮었다.

서애빈

"이모, 죄송한데 잠시 아들 좀 빌려 갈게요!"

서애빈

"약속 기억하지?"

급하게 집에 들어가자마자 문을 닫고 현관문에 동현을 벽치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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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합격하면 사귀기로 한 거요?"

서애빈

"응! 연애하느라 시간 써도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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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누나가 고백하면 생각해볼게요."

서애빈

"좋아해!"

동현은 얄밉지만 사랑스럽게 웃으며 더 해보라는 듯 눈썹을 까닥였다.

서애빈

"너 만지고 싶고 괴롭히고 싶고 하루 종일 같이 있고 싶어. 미치도록 좋아해, 사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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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그래요."

조심스럽게 애빈의 이마에 입을 맞춰줬다.

서애빈

"끝장나게 사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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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그래요."

그의 목을 껴안고 기분이 좋은 티를 마구 뿜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