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관전중
감았던 눈을 떴을 때


사나는 실런 국내 최고의 무기장이이신 아버지 아래에서 자랐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 특수한 경력 덕분에 사나를 최고의 사립 학교로 보낼 수 있었다.

엑스트라
와, 너 지인짜 예쁘다... 미나토자키 씨의 딸이지?

엑스트라
우리 가문과 결연한 집안이 비아에 사는데, 거기서도 미나토자키 웨폰이 유명하대...

엑스트라
부러워!

모두가 사나를 좋아했다. 왕궁에서 인정해줄 만큼 유명한 집안, 딸바보인 재벌 아버지, 그리고 예쁜 얼굴.

사나는 가만히 있어도 됐다.



미나토자키 사나
다음에 우리 집에 놀러와. 티 타임이라두 하자.

딱 하나 부족한 부분이라고는 살짝 어눌하게 발음하는 공용어였는데, 그것도 예뻐라 해주는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열네 살까지, 사나는 제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열네 살에 그 박지민을 마주치기 전까지는.

???
... 를 위해서.

언제나처럼 집에 가는 지름길을 따라 걷는데, 어딘가에서 짙은 철 냄새와 플로랄 향수의 향이 느껴졌다.

강한 향을 평소에도 싫어하던 사나는 코를 틀어쥐었다.


미나토자키 사나
골목에서 누가,

동년으로 보이는 작은 체구의 남자아이, 그 손 끝에 쥐어진 망치. 그리고...

쓰러져서 피를 흘리고 있는 흐트러진 교복 차림의 흑발.

사나는 보통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조용히 숨을 죽이고, 다시 빠져나간다. 남의 일은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

하지만 사나는 발 한 쪽도 뗄 수가 없었다.



어린 박지민
... ...

눈 마주쳤다.


미나토자키 사나
... 씨.

뒤켠에 붉은 기운이 퍼뜨려지고 벽이 무너졌다. 퇴로는 봉쇄됐고, 곧 그 아이가 비틀거리며 사나에게 걸어왔다.


미나토자키 사나
길을 아주 막았네. 망할...


어린 박지민
... 누구야.

망치를 들어올리는 박지민에 사나가 뒷걸음질치다가 그의 손에 들린 망치에 집중했다.

벚꽃 모양의 각인, 미나토자키 가문의 것이다.


미나토자키 사나
... 무기 만든 집안. 무슨 일인지는 몰겠는데, 나를 당장 내보내 줘.

박지민은 비식거리고 웃더니 사나의 손목을 쥐어챘다. 팔에 힘이 들어가서 살을 세게 누른다.


어린 박지민
미나토자키 사나. 네가 나를 좀 도와줬음 좋겠어.


미나토자키 사나
... 무슨 뜻이야?

사나는 눈치를 보며 지민의 신체를 살폈다. 갇혀 산 듯이 하얀 피부에, 두꺼운 옷을 입었지만 중간에 튀어나온 멍 자국을 감출 수는 없다.

학대를 당하고 있는 건가? 그런데 지금 공격하고 있던 사람은... 학생인데. 사나의 머리가 핑 돈다.


미나토자키 사나
난 성 헤르아 사립 학교의 학생이야. 나를 해치려구 하면 학교가 너희 집안을 무너뜨릴 거야.


어린 박지민
나한테 집안 같은 건 없어.

박지민이 숨을 거칠게 쉬며 벽을 짚었다.


어린 박지민
도와줘야 할 사람이 있어. 저주받은 아이야.


미나토자키 사나
저주받은 아이...?

사나는 본능적으로 이여주를 떠올렸다. 황족과 긴밀한 사이를 맺고 있는 우리 집안이라면 몰라도, 이런 학생 하나 따위가 이여주를 걱정할 수 있나?

박지민은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였다.


미나토자키 사나
... 그래. 뭐, 나도 알고 있는 사람이니까 도울게.

그게 시작이었다. 사나는 그날 그런 대답을 한 것을 후회했다.

저주받은 아이는 이여주가 아닌 한예화였고, 그녀는 저주받지도 않았을 뿐더러 행복해 보였다.

다만 박지민은 매일같이 그녀를 검열하고 그녀에게 집착했다. 릴리에티 사립 학교의 모두가 한예화에게 접근할 수 없었다.

한예화가 사람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박지민이 한예화에게 다가서는 사람을 싫어해서.


아체스타 힐리아
야 조지. 처맞구 싶구나 니가? 어딜 기어올라 짜증나게.


조지안
... 박지민이 한예화를 좋아한다는 게 왜 내 잘못이야!


아체스타 힐리아
대들지 마! 뒈지구 싶어? 엉?

박지민은 바로 옆에서 폭력이 있어도 한예화가 연관되지 않은 곳에는 극단적으로 무관심했다. 사나는 그 행동에 화가 났다.


미나토자키 사나
나한테 매일매일 무기란 무기는 다 뜯어가면서...

하지만 무시하고 넘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

사건은, 어머니가 비아의 중심과 실런의 중심이 연결된 스팀 기관을 수리해주기 위해 실런의 끄트머리까지 출장을 나갔을 때 터졌다.

그 해 사나는 열다섯이었다.

미나토자키 공작
사나, 엄마를 깜짝 놀래켜 줄 준비는 됐지?


미나토자키 사나
응!

미나토자키 공작
아빠는 밖에서 케이크랑 같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끝나면 엄마랑 같이 나와~

미나토자키 부인의 주된 업무는 길이 연결된 한 후작의 집 벽을 허물고, 파이프를 수리한 뒤 다시 벽을 연결해 주는 것이었다.

사나는 그런 어머니의 업무가 끝나면 깜짝 놀래켜 주며 근처 식물원에 함께 놀러 갈 생각으로 아버지와 함께 실런 최남단까지 갔다.

사나가 고개를 들이밀었을 때,

???
이 여자가 미쳤나! 뜯지 않겠다니까!


미나토자키 사나
... 박지민?

어머니의 머리채를 잡고 있는 후작.

그리고 소파에 앉아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 박지민.

사나는 비명을 지르며 어머니를 잡은 그 손을 쳐냈다.

와 나, 미쳐버리겠네. 무슨 빙의글 따위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이렇게 얽히고설켜 있는 거야? 다 혐오 관계야?

아메리에게 큰 내상을 입히고, 회복을 위해 사나네 방 침대에 누워 있던 나는 사나의 고백을 전부 들었다.

솔까 그 정도면 박지민 마주칠 때마다 쌍욕 해도 인정. 아니 그 새끼는 왜 그렇게 살았대 도대체? 한예화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미나토자키 사나
그랬던 일이 있었엉...


한예화
야, 그 새. 아니 박지민은 왜 그렇게 인성이 뒤틀어진 거야? 알 수가 없네.


미나토자키 사나
나두 잘 모르겠어.


한예화
그래서 나를 배신하려고 한 거야?

무심하게 손톱을 보면서 툭 던진 말인데, 사나가 벌떡 일어나며 화를 낸다.

근데 귀여웡. 아, 남이 화내는데 이러면 좀 빡치겠지?



미나토자키 사나
야! 너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냥? 배신 안 했어! 너한테는 아무 원한두 없다구!


한예화
어이구... 아 아니, 아. 그래. 그랬구나.


한예화
알았어 알았어 내가 미안해 진정해. 어? 진정하자.

나는 최대한 저 화 안 났어요스러운 손동작을 보이면서 사나를 진정시켰다. 다행히 금방 부끄러움을 느낀 사나가 다시금 침대 옆에 앉았다.

하얀 침대에 주름이 지면서 사나가 고개를 홱 돌린다.

근데 아까 조지안이 배신했다고 했지... 잠깐, 그걸 퍼뜨려버리면 내 계획도 쫑인데?

최대한 빨리 녹음기를 구해야겠다! 나는 끊어질 것 같은 팔로 사나의 손을 붙잡았다. 커다란 갈색 다람쥐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다.


한예화
사나야! 혹시, 녹음기가 뭔지 알아?


미나토자키 사나
노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