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 삽니다.
만남



지민
잘잤어?

거실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부시시 나와 커피를 내렸다.

지민이는 식탁에 앉아서 아침을 먹는 건지 마는 건지 나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보라
뭐야… 나 많이 부었어?


지민
풉! 웅!! 너어어무 부었는데? 근데 귀여워서 크하하

뭐? 웃지마… 너는 눈 좀 뜨고 말해줄래??


지민
눈 안떠져 하핳 좀만 기다려봐 떠질 거야.

어제의 못다한 이야기가 남아있는데 우리는 어색함을 지우려 시덥지 않은 장난을 치고 있었다.

보라
…..형은?


지민
형은 아까 회의있다고 나갔지.


지민
너도 얼른 이리와 아침 먹자.

보라
웅…

우리가 처음 만난건 5년 전 스위스에서였다. 당시 학생이었던 나는 1년간 아르바이트를해서 모은 돈으로 꿈에 그리던 유럽 여행을 다니고 있었다.

스위스에 도착한 그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안개가 자욱해서 물속을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보라
여기가 맞는 거 같은데…….

어렵사리 찾아간 호스텔은 아무리 벨을 눌러도 인기척이 없었다. 당황하고 있던 그때 누군가 내 머리 위로 우산을 내밀었다.

보라
옴마야!!!!!!

주책맞게 소리를 지르며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자 안개에 검은 머리가 촉촉하게 젖은 핏기하나 없는 유령같은 사람이 서있었다.


윤기
아!! 놀라게 했다면 미안해요!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비를 맞고 계셔서..

보라
아….!! 죄송.. 아 감사합니다!


윤기
아까부터 헤매시길래 쫓아와 봤는데 역시 한국인이시죠?

보라
네? 저를요?? 저 돈 없어요!!!


윤기
하핳 재밌는분이네. 저 여기 묵고 있는데 왜 안들어가요?

보라
아.. 벨을 눌렀는데 인기척이 없어서요. 아무도 없나봐요..

짐이 많아 부슬비따위 쿨하게 맞고 있었던 나에게 우산을 내밀어준 따뜻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