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민의 나비 이여주 입니다

EP.34 반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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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나비 당장 놔 줘 .

회장

그 꼴을 하고 나타나서 지금 시위라도 하겠다는거냐 ?

회장

떼를 쓰려면 영리하게 써야지 . 언제까지 그렇게 막무가내로 굴 생각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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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두 번 말 안 해 . 오늘 당장 그 사람 여기서 쫒아내

이른 아침 귀가한 아비의 앞에 나타난 지민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

밤새 울어 퉁퉁 부은 눈과 , 잔뜩 열이 받아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차치하고서라도 . 검은 정장에 구두 코가 다 벗겨진 검은 구두는 명백한 하인의 모습이었다 .

그런 지민의 모습에 회장은 차라리 눈을 꾹 감아버렸다

회장

아들내미를 잘 못 키웠지 내가 . 버릇을 잘 못 들였어

검은 정장의 무릎 쪽에 선명히 스며든 핏자국을 보는 순간 회장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그대로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탁 ,

지민의 등뒤로 회장실의 문이 닫히고 은은한 햇살이 들어오는 그 공간엔 정적만이 맴돌았다 .

회장

어쩌자는게냐 대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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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빠야 말로 어쩌자는거야 ? 아빠가 깡패야 ? 양아치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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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나 난리칠 거 알면서 이러는거 존나 유치해 . 알아 ?

마치 화가 난 아기 호랑이처럼 날카롭지 못한 이빨을 내고 으르렁 거리는 듯한 지민의 모습을 마주한 회장은 그 귀여운 도발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

회장

우리 귀염둥이의 사춘기는 , 언제야 끝이날까 .

영영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회장은 사실 지민의 그러한 철없는 얼굴을 어여뻐 했다

너무나 어여쁘고 또 소중해서 , 결코 다른 이의 손애 타게 내버려두고 싶지 않을 정도로 .

회장

나는 언제나 그랬듯 전해진 절차대로 했을 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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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절차같은 소라하네

회장

다 너를 위해서 그런거야 . 너를 지키기 위한 일이였다고 .

회장

정말 아직도 이 아비의 마음을 모르겠니 ?

늘이는 말끝이 퍽 애틋했다 . 그 다정한 눈빛은 진정 지민을 향한 사랑을 머금고 있었다 .

회장

네가 네 자신을 지키는 법을 모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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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회장

여기 저기 질질 끌려다니며 혼자서는 끊어내지 못하고 있으니까 . 이 아비가 끊어낸거야

회장

그동안의 숱한 나비들에게 그러했듯이

지민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

그동안의 숱한 나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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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아빠 나 나비 바꿔줘 "

그 말 한마디에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던 이들을 떠올렸다 . 이젠 이름도 ,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스쳐지나간 이들

지민은 그들의 행방을 궁금해하지 않았다 . 그 사람들은 그저 돈애 미쳐 자신을 써먹었던 사람들이였으니까

찾을 때는 오지 않고 자신이 지민을 필요오 할 때만 찾아왔던 시커먼 놈들 .

지민은 그들이 처리되는 과정을 의문해하지 않았다 .

그저 내 앞에서 사라지면 그만이지 . 그것이 살아서든 . 죽어서든 .

그리고 새로운 나비가 오면 모든 관심은 그에게 돌아갔다 . 이번 나비는 어떨까 .

부르면 와 줄까 . 부르지 않아도 와줄까

내 옆에 있어줄까 . 나를 지켜줄까 .

그래서 결국엔 나를 , 사랑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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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내가 언제 아빠보고 나 지켜달랬어 ?

회장

그건 나의 의무야 . 너를 아프게하는 이들로부터 너를 지켜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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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나 이제 나비 필요없다고 . 그러니까 당장 쫓아내래도 ?

회장

이 모든건 그 자가 내린 선택이 결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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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회장

나는 여주씨에게 도망갈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주었다 .

회장

나는 여주씨에게 제안했어 . 나와 함께 일하거나 아니면 이 저택을 떠나거나 .

회장

그리고 여주씨는 저택에 남을 것을 선택했지 .

분명 , 여주가 모를리가 없었다 . 이곳에 남아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의 의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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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나비가 .. 선택했다고 ..?

스스로가 위험해지는 선택이었다 . 제발로 시커먼 함정에 걸어들어가는 . 뻔히 보이는 불행의 길로 가는 선택이었단 말이다 .

여주가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를 아무리 생각하고 , 생각해보아도 .

지민에게는 단 한가지의 이유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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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역시 , 나 때문이잖아 .

나 때문에 . 나를 보려고 .

끝끝내 나를 떠나갈 자신이 없어서 .

조금 떨어진 곳에서나마 나와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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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나비는 나를 사랑했어 .

회장

어린 나이엔 쉽게 그런 오해들을 하곤 한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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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니 . 그럼 다시 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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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나는 나비를 사랑했어 .

회장

그럴다면 더더욱 사라져줘야 할 사람이로구나 .

회장

사랑하는 사람을 이따위 꼴로 만드는 놈이라면 .

회장

그렇지 않겠니 ?

회장은 아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찬찬히 훍었다.

볼과 입술 언저리에 빨간 핏자국이 말라있고 , 오랜 시간 구두를 신은 탓에 발은 절뚝이는 상태였다 .

사랑하는 나의 아들을 ,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나의 아들내미를 이따위 바보같은 모습이 되도록 내버려두는 놈이라면 .

회장의 어금니가 아득 갈렸다 . 생각하면 할수록 더 , 괘씸한 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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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어쩔 셈이야 .

회장

무엇을 말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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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이제 나비 데리고 어쩔 셈이냐고 .

회장

모두가 아는 결말 아니겠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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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순식간에 눈빛을 바꾼 회장은 되려 지민에게 질문을 던졌다

회장

너도 잘 알고있지 않니 ? 직접 보지 않았어도 , 자세히 듣지 못했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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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니 ... 아니야 ...

회장

그런데 오늘 네가 하는 짓을 보니 .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겠구나 .

지민의 마른 볼 위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

결코 상상하고 싶지 않은 결말이었다

꼭 그래야만 하는가 ?

지민은 의문했다 . 무엇이 그토록 엇갈리고 엉켜버려서 , 나의 나비를 이토록 위험한 낭떠러지까지 내몰았지 ?

나비를 사랑해서는 안되었다 .

나비에게 사랑해달라 재촉하지 말았어야 했다

나비에게 부드러운 입맞춤따위 원하지 말았어야 했고

낮간지러운 데이트는 꿈도 꾸지 말았어야 했다 .

더 , 더 깊은 곳으로 숨어들었어야 했다 . 이토록 사랑하게 될 줄 알았더라면 . 조금 더 미워해야 했고 , 조금은 거리를 두었어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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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하지만 ...

그것을 깨달은 지금은 이미 많이 늦어버린 후였다 .

너무 가까워져 버린 죄로 , 몸도 마음도 나비를 너무 깊이 받아들인 죄로 .

여주는 지민을 대신해 죗값을 치르기로 결정한 후였다 .

아아 , 나는 정말 철이 없구나 . 나비는 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았는데 . 나는 그것도 모른 채 나비를 갖고싶어 안달만 내었구나 .

털썩 ,

회장

...!! 뭐하는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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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아빠

회장

일어나거라 .

지민이 무릎을 꿇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동그란 무릎이 바닥에 예쁘게 내리앉았다 . 눈물을 참는 탓에 입술이 파르르 떨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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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내가 잘할게 ...

회장

어서 일어나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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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옷도 내가 입고 밥도 꼭꼭 씹어 먹을게 . 학교도 혼자 잘 다니고 아빠 말도 잘 들을게

그러니까 제발 , 제발 . 나비를 놓아주면 안될까 .

아무 일 없이 . 아무 위험 없이 말이야 .

지민이 할 수 있는건 겨우 이정도였다 . 나비를 지키기위해 자존심을 버리는것 . 자존심은 백번도 넘게 버릴 수 있었다 .

자신을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그 눈빛도 견뎌낼 수 있었다 .

그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야 했으니까 . 자신을 처음으로 사랑해 주었고 , 처음으로 진심을 다해 사랑한 사람을 지켜야 했으니까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지민은 지금 아비의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

나비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였기에 지민은 그것을 부끄러이 여기지 않았다 .

회장

나는 순리대로 일을 처리할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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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회장

내 행동의 목적은 단 하나야 . 너를 지켜내는 것 .

회장

너를 위험에 빠뜨리는 이들은 제거하는 것이 옮아.

회장

애원해봤자 소용없으니 돌아가거라 .

지민은 떨리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 새어나오는 눈물이 아비의 심기를 건드릴까 염려한 탓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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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그게 정말 나를 지킬 수 있을 것 같아 ?

회장

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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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나비를 제거하는게 정말 나를 지키는 일 일것 같아 ?

두려움에 벌벌 떨던 얼굴은 비장함을 띄고 있었다. 무언가 결심한 눈빛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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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비를 지킬거야 .

비장한 선언에 회장이 코웃음을 쳤다 .

당동한 녀석 . 제법 용감한 소리도 할 줄 아는구나 .

회장은 그런 지민의 당돌함을 사랑했다 .

회장

네가 뭘 할 수 있겠니 . 이렇게 귀하고 어여쁘게 자라온 네가 , 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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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똑똑히 기억해 . 지금 나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건 여주가 아니라 바로 아빠라는거 .

얼굴을 온통 뒤덮은 눈물을 닦아낸 지민이 꿇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바닥에 닿았던 무릎을 툴툴 털어내었다

그러고선 자신의 아비에게서 등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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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나는 한번도 당신이 날 사랑한다고 생각한 적 없어.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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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당신에게 나는 그저 철부지 어린 애 . 가만히 묶어두고 관리해주어야 하는 존재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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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런데 그 사람은 , 나의 나비는 .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줬어 . 나를 어려워했고 , 조심스러워 했고 , 선뜻 나를 욕심내지 않았어 .

종을 치지 않아도 내게 와 주었고 , 떼를 쓰며 우는 나를 사랑해주었어 . 그래서 나는 지킬거야

당신이 나비에게 무슨 짓을 하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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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두고 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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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어음 .. 쓰다보니까 되게 길게 썼네요 ..!! 4042자를 썼는데 .. 고구마를 최대한 줄이고 가려니까 이야기는 빨리 끝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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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그래도 많이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 더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