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민의 나비 이여주 입니다

EP.37 후회

조직원

처리해야할 대상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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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 네

조직원

여주씨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 여주씨가 그 자를 똑바로 잡아놓고 계셔야 일을 한방에 끝낼 수 있습니다 .

눈 덮인 산을 오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 절뚝이는 다리로 바삐 걸음을 옮길 때마다 헉 , 헉 하는 소리가 귓가에 웅웅 울리는 듯 했다 .

그러다 발이 미끄러질 적마다 가파른 낭떠러지가 발을 잡아 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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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헉 , 헉 _

더 이상의 이동은 무리였다 . 차가운 눈밭 한 가운데 자주 무릎을 꿇었다 . 빳빳하던 정장 바지가 금세 축축이 젖어들었다 .

축 처진 어깨를 다독이는 이의 격려가 퍽 다정했다 .

조직원

조금만 더 참으세요 .

조직원

이제 다 , 끝이니까

부축하듯 어깨동무를 해오는 손길에 마음이 녹아내렸다 . 조근은 의지해도 될 것 같아 .

오늘은 많이 힘들고 , 고된 날이니까

꿈 속의 하인이 치료해 주었던 상처가 더 아려오는 듯 눈살이 찌푸려졌다 .

조직원

.. 도착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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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헉 , 허억 _

내쉬는 숨보다 더 큰 입김이 터져나왔다 . 아무도 밟지않은 하얀 눈 . 그렇게 새하얀 설산의 눈바닥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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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 씨발

그래 , 믿음 따위는 사치였지 .

어깨동무는 순식간에 결박이 되었다 .

등 뒤로 묶여 꺽인 손목에 외마디 비명처럼 욕을 중얼거렸다

턱이 차가운 바닥에 쳐박히고 , 머리를 울리는 통증에 순간 눈앞이 하얘졌다 .

" 밤중엔 눈이 그친다고 하네요 . "

눈이 조금만 덜 왔더라면 다른 이의 도움은 필요없었을 텐데

조직원

여주씨 . 이제부터 여주씨의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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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아윽 ...!!!

그동안의 숱한 밤동안 밟히고 터져왔던 그 다리를 기억하는지 그는 정확히 여주가 절뚝이던 그 다리를 구두굽으로 눌렀다

터졌던 자리가 또 터졌는지 정장 안 쪽으로 뜨거운 기운이 퍼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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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아아 _ 이런 개같은 회장 새끼 ..

뒤지는 날이 오늘인 줄로만 알았으면 오늘 그렇게 창문 뒤로 숨어버리는 것이 아니였는데 .

당장에라도 그 문을 박차고 나가 목도리애 가려진 그 도톰한 입술에 입을 맞추는 것이였는데 .

후회는 언제나 늦다 .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죽음을 눈 앞에 둔 여주가 후회하는 것은 저택에 들어온 것이 아니였다 . 도련님을 사랑한 것도 아니였다 . 도련님에게 사랑한다고 답했던 것도 아니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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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하아 .. 박지민 ...

더 함께하지 못한 것 . 더 사랑해주지 못한 것 .

그 외롭고 서러웠을 숱한 밤에 곁에 함깨해주지 못한 것

여주는 오직 그것이 안타까웠다 .

용기가 없어 자신위 곁을 맴돌기만 했던 자신을 부디 지민이 용서해 주기를 ..

겁이 많아 기둥 뒤에 숨어버렸던 자신을 부디 지민이 기억해주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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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 내가 뭘 어떻게하면 되겠습니까 ? ㅎ

여주는 차라리 실실 웃었다 .

얼어버린 입가에 발음이 뭉개졌다 . 더 이상 , 숨이 가쁘지 않았다 . 차가운 눈밭에 볼을 대고 누운 탓이였다

조직원

... 처리할 대상을 잘 잡아주시면 됩니다 .

조직원

한 방에 처리할 수 있도록 . 단번에 죽여야 싱싱하거든요

구질구질하게 치켜든 시야 너머로 반짝이는 칼날이 눈에 들어왔다 .

달빛에 칼날을 비추어 보는 그 뻔한 자태에 여주는 눈밭에 얼굴을 묻었다 . 시린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무섭거나 두려워서가 아니였다 . 여주는 그저 순리라고 생각했다 . 내 것이 아닌 것을 탐낸 대가를 받는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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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내 것이 아닌 것을 탐내면 내가 가진 것도 잃는 것이라고 "

스치듯이 지민의 말이 떠올랐다 . 그래 , 가질 수 없는 것을 탐낸 대가로 죗값을 받는 것이였다

내 것인 아닌것을 탐했고 , 잠시나마 내가 가졌다는 착각을 할 수 있었으니 그것으로 만족이었다 .

저 멀리 귀를 대고 누운 바닥을 통해 발걸음 소리가 전해졌다 . 뽀득이는 소리만으로도 그 발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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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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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 빨리 죽이세요 . 빨리 ..!!

얼른 죽어야한다 . 지금 당장 죽어야만 한다 . 저 발소리의 주인이 이곳에 닿기 전에 . 나는 얼른 죽어 없어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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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얼른 찌르세요 . 당장 !!!

여주는 얼어붙은 혀를 있는 힘껏 깨물어 보았다 .

그제야 비로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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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얼른 .. 얼른 죽이십시오 . 제발 ..!!

저 아이를 지켜야한다 . 위험애 빠뜨려서는 안된다 .

자신을 희생하여 나를 지키려는 일이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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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아으윽 ..

혀는 대체 어떻게 깨물어야 뒤질 수 있는걸까 . 제때 죽지 못할 것이 두려워 내내 눈물만 흘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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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찌르세요 . 당장 !!

탕 -

순간 , 여주의 손목을 결박하던 무게가 떠나갔다 .

.. 뭐지 ?

고개를 들어 확인한 시야에는 몸을 잔뜩 낮춘 이들이 몸을 바들바들 떨다가 품에서 총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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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안돼 ..!!! 나를 죽이라고 !!

나는 이제 더 이상 그들의 적이 아니었다 . 그들의 적은 이제 저 산 아래에서 허공에 총을 쏘아올린 의문의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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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오지마 !! 오지마 !!!

산등성이 아래에서 벌벌 떨리는 그림자가 성큼 다가왔다

여주는 다리가 다 터진 탓에 팔로 겨우 기어 시야를 확보했다 . 그 시야에 들어온건 다름아닌 겁도 없이 훔쳐온 총기를 겨눈 채 벌벌 떨고있는

불과 며칠 전 여주의 꿈에 나타나 여주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던 , 그 수상하고 따뜻한 하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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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흡 .. 하윽 ..!!

총을 든 손은 누가 보아도 아마추어 였다 . 바들바들 떨려오는 손 탓에 엄한 곳에 총을 겨누는 그 하인의 모습을 .

그 어설픈 실루엣을 지켜보던 이들은 눈가를 구기며 미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

탕 - 탕 - 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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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박지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