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강력반입니다 S2

#31 “고등학생의 죽음(7)”

연이틀 빡세게 종례까지 마친 여주가 교무실로 터덜터덜 들어오자 태형은 수고했다는 듯 커피 한 잔을 여주 앞에 내려놓으며 어깨를 두어번 두들겼다. 여주는 반쯤 풀린 눈으로 커피를 홀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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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예 지

저… 여주쌤 계세요…?

똑똑, 하고 두들겨진 문이 열리며 예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주는 놀란 토끼눈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 순간 지나가던 주희와 부딪혀 커피를 쏟았다.

안 그래도 뜨거운 커피를 스타킹 하나 걸친 다리에 들이부었으니 안 놀랄래야 안 놀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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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여 주

아 뜨거…!

들고있던 종이컵마저 바닥에 떨어졌고 태형과 남준은 벌떡 일어나며 여주에게 다가갔다. 이미 피부는 벌겋게 붓고 있었고 여주는 쓰라린지 인상을 찌푸렸다.

주희는 연신 미안하다며 고개를 조아렸고 여주는 괜찮다며 손사래쳤다. 예지에게는 상담실에 먼저 가있으라면서 본인은 화장실로 향하는 여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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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여 주

아… 아파 죽겠네. 하필이면 그 때 부딪혀가지고… 예지는 상담실 잘 갔으려나.

여주는 휴지에 찬 물을 적셔 커피를 쏟은 다리 위로 살살 두들겼다. 뼈를 타고 올라오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다급히 화장실을 떠났다.

급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상담실 문이 살짝 열려있었고 그 틈으로 누군가의 대화 소리가 짙어졌다. 여주는 살금살금 다가가 문 틈으로 안 쪽 상황을 살피었다.

흐릿했던 실루엣이 점점 또렷해졌고 이내 보이는 것은 주희였다. 주희는 예지를 앉혀두고 그 뒤에서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무어라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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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주 희

예지야, 여주쌤은 왜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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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예 지

쌔,쌤이 반장이라서 가끔 상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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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주 희

으응… 거짓말하면 못 써요.

주희는 예지의 머리칼을 손가락 사이사이로 흘려보내며 고개를 저었다. 예지는 침을 삼키는 듯 목이 움찔거렸고 주희의 손길은 여전히 예지를 어루 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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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주 희

남여주가 경찰이라고 그러디? 지가 경찰이니까 진술이라도 해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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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주 희

뭘 그렇게까지 놀란 표정을 짓고 그래, 사람 민망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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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예 지

쌤이 그걸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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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RL

왜긴 난 남여주가 너무 마음에 안 들거든…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었는데 오션, 그 년 때문에 계획을 망쳤어.

알 수 없는 말에 예지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주희, 아니 펄은 싱긋 웃으며 다소 큰 목소리로 말했다. 중얼거림인지 여주에게 건네는 말인지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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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RL

이제 나오지 그래? 언제까지 쥐새끼 마냥 엿들을 생각인거야?

여주는 그 말에 덤덤하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펄. 마약반 간부이자 오션이 돌핀을 죽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장본인.

둘 사이에는 신경전이 오갔고 가운데에 앉아있던 예지는 당황해 어쩔줄을 몰라했다. 여주는 예지의 손목을 잡고 일으켜 세웠고 그녀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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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여 주

나가, 당장 나가라고.

예지는 동그랗게 뜬 눈으로 여주를 바라보았고 여주는 허리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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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여 주

김남준, 김태형 쌤을 찾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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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RL

나도 좀 껴주라. 재미없네 진짜…

예지는 문고리를 돌리며 밖으로 나갔고 왠일인지 펄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가 움직일 것을 예상하여 여주는 싸울 준비를 했지만 헛수고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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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RL

밖에 너네 팀원들 더 있지? 같이 온 교생 그 놈들 말이야. 꽤 얼굴이 반반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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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여 주

닥쳐… 최원국 죽인거 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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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RL

와… 너무 시원해. 너 진짜 노빠꾸 그 자체구나?ㅋㅋㅋ 바로 물어볼 줄은 몰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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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RL

응, 내가 죽였어. 그 좆만한 새끼.

펄은 재밌다는 듯 여주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이내 원국을 본인이 죽였다는 말과 함께 시선을 긴 손톱으로 옮기었다. 여주의 표정이 미세하게 안 좋아졌지만 어느정도 예상한지라 그리 충격적이진 않았다.

여주가 무어라 말할 새도 없이 다시 펄이 입을 열었다. 여주는 그녀의 높지만 어딘가 섬뜩한 목소리에 치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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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RL

너, 오션이랑 손 잡았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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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여 주

니 알 바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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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RL

아 진짜… 재밌어… 보스랑 오션이 왜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니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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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여 주

이참에 나도 하나만 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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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여 주

니네 대가리 누구냐?

여주의 말에 펄의 표정이 급속도로 굳어갔다. 하지만 이내 싱긋 웃으며 책상에 걸터앉아있던 몸을 바닥으로 뛰어내리며 치맛자락을 털어냈다.

한동안 둘 사이에는 정적만이 흘렀고 나머지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떠들며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소리까지 선명히 들릴만큼 조용하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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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RL

너가 아는 사람일텐데. 아, 본명이 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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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RL

기억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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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RL

윤하은, 윤하은이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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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여 주

뭐…? 하은씨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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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RL

이래서 사람 믿는거 아니라니까?ㅋㅋㅋ 하여튼 짭새들… 뭣 같은 조직년들도 다 믿어주고…

그제서야 여주의 표정이 조금 이해간다는 듯이 풀어졌다. 펄은 머리칼을 정리하더니 여주에게 다가섰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그녀의 목덜미를 부여잡으며 한차례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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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RL

제발 나대지 좀 마… 꼴보기가 싫거든. 가뜩이나 오션, 그 년도 거슬려죽겠는데 너까지 이러면 나도 가만히는 못 있어.

펄은 본인의 할 말만 한 뒤 힘주었던 손을 풀었고 그제야 여주는 기침을 해대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문을 열고 나가려는 펄 뒤에서 여주는 숨을 가다듬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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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여 주

니네 조직은 대가리가 안 돌아가나봐…?ㅋㅋㅋ 아님 우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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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여 주

돌핀. 기억하지? 니가 죽게 만들었다던 전 마약반 간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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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RL

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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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RL

내가 그런거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왜 다 나한테 지랄이야? 돌핀 그 새끼가 굼떠서 총 맞고 뒈진거지 그게 왜 나 때문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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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여 주

기억은 하나보다? 워낙 머리가 안 좋아서 다 잊은줄 알았는데…

여주와 펄이 한창 살벌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예지는 다시 교무실로 달려갔다. 그녀가 한 발자국 뗄 때마다 슬리퍼 끌리는 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졌다.

예지는 노크할 경황도 없이 교무실 문을 열어제꼈고 안에 있던 선생님들의 시선이 일제히 예지에게 쏠렸다. 그제서야 정신이 좀 들었는지 연신 허리를 굽히며 죄송하다고 하는 예지를 보며 태형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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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태 형

김여주는, 여주쌤은 어쩌고 너 혼자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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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예 지

그게… 여주쌤이 남준쌤이랑 태형쌤한테 가라고 하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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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남 준

나? 나랑 태형쌤은 2학년 담당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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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태 형

여주가 그러라고 한거면 이유가 있겠죠. 일단 나가자, 어디 조용한데 없나?

태형이 남준에게 따라나오라는 듯 턱짓하자 마지못해 불빛이 들어오는 노트북을 덮고 겉옷을 챙겨 밖으로 향했다. 예지는 그런 남준과 태형을 따라 문 밖을 나섰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다름아닌 비상계단이었다. 뭐 정확히는 예지의 손에 이끌려 셋이 도착한거지. 예지는 문 밖을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달칵,하며 문을 잠궜다.

태형과 남준은 무슨 일이냐고 묻지 않고 대신 다급한 듯 발을 구르거나 입술을 깨물었다. 예지는 말하기 망설여지는지 섣불리 입을 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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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남 준

우리도 여주랑 같은 팀에서 일하는 경찰이야. 여주가 그랬지? 자기가 경찰이라고.

그에 먼저 입을 연 건 남준이었다. 더 다급한 사람이 먼저 입을 연다고들 하니까. 그만큼 그들은 다급했다보다. 태형의 눈에는 남준의 말에 동의한다는 감정이 일렁였다.

그 말에 예지는 남준을 한 번, 그리고 태형을 한 번, 다시 바닥으로 시선을 차례차례 옮기었다. 하지만 결국 시선이 도착하는 마지막 목적지는 남준이었다.

남준은 주머니에 늘 지니고 다니던 형사공무원증을 예지의 눈 앞에 들어보였고 뒤이어 태형고 옷을 뒤적거리더니 사진만 다른 같은 공무원증을 내밀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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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태 형

이제 말해줘. 여주에게 무슨 일이 생긴건지, 너가 하려던 말이 뭐였는지.

태형의 말에 예지의 입술을 꼼지락거렸고 이내 교무실에서 들었던 작지만 고운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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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예 지

아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2학년 현예림 동생 현예지에요. 저희 언니는 원국선배가 죽고 최초 발견자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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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예 지

원국선배한테 원한을 품은 학생은 없었어요. 워낙 착하고 성실한 선배였던지라 원수는 커녕 선배를 아니꼽게 보는 사람도 없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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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예 지

근데 어느날부턴가 원국선배 안색이 안 좋았어요. 본인 피셜로는 몸살 때문이라는데 왜 그 있잖아요… 뭔가 두렵고 불안하고 목이 졸리는 듯한 감정을 느낄 때 보여지는 그 표정. 딱 그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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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예 지

이상하잖아요. 수능을 앞두고 그렇게 활발하던 선배가 죽상이 돼서 나타난게. 그래서 며칠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된거에요.

그게 끝이야? 라고 묻는 태형의 물음에 예지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비상계단을 기웃거리며 살피더니 숨을 크게 내쉬고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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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예 지

사실 최초발견자는 우리 언니지만… 목격자는 따로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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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남 준

그게 누군데? 목격자라면 피해자가 사망하는 모습을 봤다는거야? 죽은 뒤 시체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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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예 지

네. 원국선배가 누군가가 뿌린 향수같은걸 맡고 쓰러졌고 손목이 그어지는걸 본 사람이 있어요. 그게 누구였는지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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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예 지

저에요,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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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태 형

뭐…? 그러니까 니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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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태 형

넌 범인을 안다는 소리잖아.

태형의 질문에 예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태형은 아이없는 기분에 계단 난간에 팔을 걸치고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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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태 형

근데 왜 신고 안 했어? 그 때 신고했으면 피해자 지금 살아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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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예 지

아니요. 저랑 원국선배 둘 다 죽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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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예 지

상대가 교감쌤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