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로 또 다시,

쉰여덟.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3주간의 미국 스케줄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제이홉이다.

사실은, 예정보다 하루 빨리 일정을 앞당겨 들어왔다.

준비된 차에 올라타자 전혀 생각지도 못한 남준이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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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일 이따위로 해라-? 아주 그냥 멋대로 일정도 바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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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어??!!! 너가 왜 여깄어???!!!

이제 제이홉만 케어해주던 작은 회사의 대표이자 매니저가 아니라 제이미디어의 이사였다. 그의 소속 가수들만 몇십명인데 오늘 예전 매니저일때처럼 운전석에 앉아 돌아보는 그의 모습에 제이홉이 화들짝 놀랐다.

의자에 바짝 붙어 앉으며 놀라는 제이홉의 모습에 남준이 웃으며 차를 출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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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너 혼내려고 왔다, 왜?! 찔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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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어. 찔리는거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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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연애 안할것처럼 철벽치더니 아주 난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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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너도 연애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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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잘났다. 좋겠다. 부럽다. 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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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잘 지냈어? 이사직은 할만하냐?

자연스럽게 주제를 바꾸자 남준은 봇물터진듯 그간의 일들을 늘어놓는다ㅡ

정민석이 그동안 일을 엉망으로 해놔서 손 봐야 할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라는 것부터 시작해서, 음반 제작과 가수들과의 소통문제, 그들의 케어 서비스. 스케줄 관리.

총체적 난국이었다며 기가막힌 웃음을 흘리던 남준은 이 지옥같은 자리에 자기를 밀어놓고 호석은 연애질이나 한다며 결국 다시 피해갈수 없는 화제로 되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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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그래서 드디어 오늘 신회장님이랑 식사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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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어ㅡ 나 좀 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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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긴장되겠다 ㅋㅋㅋ 마이너스 만회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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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적립이나 안하면 다행일거 같다.....

입을 시옷자로 기울이며 제이홉은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일정보다 하루 먼저 귀국한 이유.

오늘이, '장인어른'의 생신이란다.

딩동.

하고 울린 초인종 소리에 여주가 총알처럼 인터폰을 들었다.

화면에 뜬 제이홉의 모습에 '나갈께요!' 라고 외치고는 작은 정원을 가로질러 대문을 열러 뛰어나간다.

짤깍,

커다란 대문이 열리고 제이홉이 보이자 여주가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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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와- 격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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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보고싶었거든요!

자신의 목에 두 팔을 두르고 까치발을 들고 안겨있는 여주를 제이홉도 힘을 줘 꼭 안아주고 여주를 떨어트렸다.

오랜만에 보는 그녀의 얼굴이 참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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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좋네요. 얼굴 보니까.

그렇게 말하며 제이홉이 한쪽 손에 들고 있던 붉은색의 꽃다발을 여주에게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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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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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내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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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아버님꺼 사는 김에 같이 샀어요ㅡ 여주씨 닮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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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와.....고마워요.

꽃을 보며 좋아하는 그녀가 참 이쁘다.

제이홉의 손이 뒤돌아 걸어가려는 여주의 팔을 당겨 돌렸다.

쪽-

볼에 가볍게 닿았다가 떨어지는 그의 입술에 여주가 수줍게 웃자, 다시 한번 그가 손을 올려 여주를 끌어와 이마에 꾹- 입술 도장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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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이뻐 죽겠네, 그냥.

여주와 제이홉이 집으로 들어서자 맛있는 음식냄새가 먼저 둘을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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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와아~!! 냄새가 기가막힌데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호들갑스럽게 말하는 제이홉의 목소리에 앞치마를 두른 신회장이 주방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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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안녕하세요! 생신축하드립니다 아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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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현회장

미국에서 오자마자 시차적응도 안됐을텐데 내 생일 챙기겠다고 고생이 많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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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아 그럼요! 부지런히 마이너스 만회해야죠!

그렇게 말하며 제이홉은 바로 꽃다발과 선물이 든 종이백을 내려두고 구현의 옆으로 가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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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생신인데 아버지가 요리하세요?? 제가 뭐 할까요?

여주는 적극적인 제이홉의 모습이 조금 낯설어 그를 보고만 있었다.

뭔가.

호석이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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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현회장

요리는 내가 할테니까 가서 여주랑 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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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하하, 여주씨랑은 밥 먹고 놀면 되죠. 저 오늘 여기서 자고 갈건데요?

제이홉의 말에 구현과 여주가 둘 다 놀라서 제이홉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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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재워주세요, 아버님~~~

베시시 웃으며 애교부리는 제이홉의 모습에 신구현이 헛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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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현회장

마이너스 받으려고 작정을 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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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게스트룸 있잖아요. 저 시차적응도 안돼서 운전하다가 사고나면 어떡해요. 아버지 생신 하루 다 갈때까지 놀아드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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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현회장

뻔뻔하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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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여주 얼굴도 실컷 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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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현회장

내가 아니라 여주가 목적인게지. 맘대로 하게. 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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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아버지.

끼어들틈 없는 둘의 대화에 뒤에서 멍하게 듣고만 있는 여주를 구현이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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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현회장

이자식 왜 이리 뻔뻔해졌냐?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 행복 그 자체라서. 여주는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로. 너무 행복하다.

제이홉은 정말로 저녁을 먹고 구현이 이제 자야겠다는 말이 나올때까지 그의 옆에 앉아 이야기상대가 되어주었다.

가벼운 농담부터 지금 하는일에 대한 비전. 앞으로의 계획들과 같은 진지한 이야기까지 제이홉은 솔직하게 구현과 대화를 나누었다.

여주는 계속 신기한 기분으로 둘의 대화를 지켜보고 또 들었다.

이전 세상에서는 그저 자신과 호석이와의 관계가 전부였다.

둘다 고아로 자랐기 때문에 둘 사이에서 누군가에게 잘 보인다거나, 신경써야 하는 것들이 하나도 없어 편했다.

그런데 지금. 제이홉은 여주의 아버지에게 잘보이고 싶어한다.

그게 너무 신기한 기분이었다. 아버지에게 보이는 제이홉의 다른 모습들도. 또 아버지가 그에게 보내는 시선과 태도도. 그 두사람의 관심과 애정의 근원이 자신에게서 비롯되고 있다는 그 자신감은- 왠지 으쓱하게 만들었다.

적당히 이야기가 마무리되자 구현은 이제 둘이 이야기를 나누라며 방으로 올려보냈다.

여주가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제이홉도 두리번 거리며 조심스레 여주를 따라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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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이렇게 생겼구나. 여주씨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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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뭔가 쑥쓰럽네요. 힛.

그러고보니 자신의 방에 누군가가 들어온건 처음이었다.

뭔가 날것을 보인것마냥 조금 쑥쓰러운 기분에 여주가 또르르 눈동자를 굴리다 눈이 마주치자 제이홉도 여주도- 웃어버렷다.

둘은 나란히 침대에 기대 앉았다.

바닥이 편한 이유는 아마도 고아였을때의 습관 때문인것 같다. 커다란 가구에 등을 기대고 딱딱한 바닥에 앉아있을때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여주의 말에 제이홉은 주저없이 그녀와 함께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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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나 하고싶은 말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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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뭔데요?

깍지낀 손을 내려다보고 있던 제이홉이 여주를 돌아보았다.

그의 시선이 다시 맞잡은 손 위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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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음.....미국에 있는 동안 많이 생각해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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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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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나는 여주씨가 말하는 "정호석" 이 되고 싶지 않았거든요ㅡ 나한테 "정호석" 이라는 이름은 고아였던, 지우고 싶은 기억이었고. 버려진 아이의 이름이었고. 또 여주씨를 만났을때는, 비교당하고 싶지 않은 이름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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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그래서 필사적으로 구분지으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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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그리고 여주씨를 좋아한 후에는, 당신 안에 있는 "정호석"을 이기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 사람보다 나를 먼저 떠올릴 수 있게. 그 사람위에 내가 덧씌워질수 있게.

여주는 가만히 제이홉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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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그런데 결국은 나도 정호석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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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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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운명인지 뭔지 모르지만, 그렇게 버리려고. 지우려고. 떼버리려고 하던 이름을 정식으로 얻게 됐어요. 그러다가 문득 생각한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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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여주씨한테도. 정호석으로 있어도 될 것 같더라구요.

여주의 숨이 잠깐 멈췄다.

호석이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자신이 정호석이 되어주겠다 말하는 제이홉의 마음에. 호석이와 같은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시선에, 두 사람의 모습이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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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나는 그 사람과 다른 사람이지만, 또 같은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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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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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아니, 같고 다르고가 무슨 상관인가. 어차피 나도 정호석인데.

여주의 몸이 살짝 떨려왔다.

제이홉이 붙잡고 있는 그녀의 손을 더 꽉 쥐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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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여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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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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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이제, 호석이라고 불러도 되요ㅡ 그게 내 이름이니까.

이제는 흐르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던 눈물이 어느새 얼굴을 적시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눈가를 가만히 닦아주며 제이홉이, 아니 호석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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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불러봐, 여주야. 내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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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

다른 사람인걸 알아.

그런데도. 마치 네가 살아돌아온것처럼.

다시 내 곁으로 온 것처럼.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떨리는 입술이 몇번이나 열렸다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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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호석아.

겨우 겨우, 바들바들 떨리는 입술을 열어 그를 부르자, 제이홉이 가만히 웃으며 그녀를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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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응.

응- 이라고. 호석이가 대답했다.

[작가의 말] 처음에 호석이에서 "제이홉" 이름을 쓸때 어색해서 자꾸 호석이라고 이름 넣었거든요. 근데 어느새 제이홉이 저한테도 익숙해졌나봐요. 제이홉은 제이홉으로 자리잡은것 같아요 ㅎ 지금은 제이홉을 "호석"이라 부르려니 어색하네요 ㅋㅋ

꼭 기억해주셨으면 하는건, 둘은 다른 세계 사람이라는거!!! 결코 같아질수 없지만!!! 정호석=제이홉이 된다는 희안한 공식!!!

하압....글자수 4000자 넘었네요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