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했던 너에게
내가 사랑했던 너에게 1


끝.

이제 진짜 끝.

이제 진짜 남.

그 흔한 잘 살아, 잘 지내 같은 진부한 말도 없이 우리는 완벽하게 갈라섰다.

하지만...

잠깐 스탑. 여기서 멈추고 뒤로감기.

이렇게 서로를 경멸하듯이 바라보며 끝을 낸 거면 시작도 비슷했냐고?

아니.

시작은 놀랍게도 이 반대였다.

오히려 양쪽 집안에서 모두 말리던 결혼을 해야겠다며 고집을 부린 건 우리였어.

그 당시 이제 이십대 초반인 애들이 그렇게 급하게 결혼 할 일이 뭐가 있냐는 핑계를 대가며 우리의 결혼을 뜯어 말렸던 양가의 속셈을 대충 알았다.

사실 단순했다.

그냥 가족들이 서로의 집안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거.

그게 다야. 재미없게.

그것의 대한 이상한 반항심에서인진 몰라도 우리는 지금 당장 결혼 하지 않으면 죽을 사람들처럼 고집을 부리며 결국 양가를 모두 두손 두발 다 들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미 꼬이고 꼬여버린 거 어디서부터 잘못 됐던 것일까.

결혼 1년 차. 남들은 하루종일 못 붙어있어서 안달인 시기에 우리는

파국을 맞이한다.


이예빈
야


전웅
왜

나를 보는 너의 눈에는 초점 따위는 없었고, 바라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나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이예빈
어디 가.


전웅
진짜 그게 궁금하긴 해?


이예빈
뭐?


전웅
그냥 예의상 하는 말이라면 하지 마.


이예빈
야 전웅.


전웅
굳이 억지로 사랑하는 척 하지 말라고. 너 진심 아닌 거 내가 모를 리가 없잖아.


이예빈
...너도 똑같으면서.


전웅
잘 아네.


이예빈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뭔데.


전웅
우리 할만큼 했잖아 솔직히.


전웅
여기까지만 하는 거 어떨까.


이예빈
그게 그렇게 쉽게 결정해도 되는 일이야?


전웅
안 될 건 뭐가 있는데.


이예빈
...허 넌 뭐가 그렇게 늘 쉽고 간단해?


전웅
그러는 넌 뭐가 그렇게 늘 어렵고 복잡한데.

또 이 이야기. 지겹다.

늘 다른 이유로 싸우기 시작해도 결론은 도돌이표다.

항상 다른 이유 싸우고, 같은 이유로 지친다.

사람의 성격과 성향이 다르면 부딪치는 건 당연지사고, 차이는 이것을 잘 풀어내고 서로를 이해해줄려는 의향과 그에 따른 노력이 있나 없나 정도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에게 맞춰갈 의향도, 노력할 힘도 없었다.


이예빈
그래 그만하자. 그게 맞는 것 같네.

끝이라는 어마무시한 단어 앞에선 모두가 온순해진다.

그만큼 그 단어가 품고 있는 무게가 크고 신중해야한다는 뜻이 아닐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줄 힘은 없고, 끝의 무게를 견뎌낼 힘은 있었던 모순적인 우리는

1년 하고 닷새 만에 파경을 맞이했다.

...

지금 생각해보니 닷새 전 첫번째이자 마지막인 결혼 기념일도 안 챙겼네.




생각보다 우리가 갈라서기 위한 절차는 복잡했다.

마치 너희가 그 난리를 치면서 결혼 했는데 깨지는 건 쉬울 줄 알았어? 라고 말하는 듯.

법정에서는 이혼 조정 기간이라며 한달 간의 시간을 주었고, 그 마저도 넌 버티기 힘들었든지 도통 집에서는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그래도 한 집에 살며 내 몸에 늘상 배어있던 너의 향수 냄새가 옅어질 때 쯤, 난 마지막으로 붙들고 있던 끈을 놓아버릴 수 밖에 없었다.



이혼 조정 기간이 다 끝나갈 때 쯤, 넌 오랜만에 거실 소파에 앉아서 퇴근하고 들어오는 날 맞이했다.


전웅
앉아 봐.


이예빈
왜.


전웅
그냥 할 얘기 있어.


이예빈
뭔데.


전웅
예빈아.


이예빈
말해.


전웅
우리는 어디서부터 잘못 됐던 걸까.


이예빈
그걸 너도 나도 모르니깐 이 지경까지 온 거 아니야?


전웅
그런가.


전웅
만약 네가 알았다면 왜 이렇게까지 되기 전에 알려주지 않았냐고 원망하려고 했는데.


전웅
안 되겠네..ㅎ

씁쓸한 표정을 짓는 너를 보니 이유 모를 눈물이 차올랐다.

'그래도 한 때는 사랑했었는데' 라는 생각에 짜증나게시리 눈물이 톡톡 떨어진다.


이예빈
웅아 그래도 난 널 정말로 미워한 적은 없다는 거 알아줘.


전웅
알아. 난 미움을 산 적이 없으니깐.


전웅
넌 나에게 미움조차 내어주지 않았거든.


전웅
예빈아.


전웅
울지 마. 넌 내가 눈물 닦아주는 것도 싫어하잖아.

이 말을 끝으로 더 이상에 대화는 없었다.

잘 지내라는 말은 그저 속으로, 이제는 과거형이 된 내가 '사랑했던' 너에게 전한다.


☆
오랜만이에요. ◡̈